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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에 영웅…美와 균열 속 유럽 지도자들 '존재감 경쟁'
기사 작성일 : 2025-02-18 21:00:58

파리 회동 참석자들


[마크롱 대통령 인스타그램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파리= 송진원 특파원 =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참여를 두고 미국과 유럽 간 균열 조짐이 보이면서 유럽 지도자들의 존재감 경쟁도 눈길을 끈다.

유럽 정상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결이 가장 맞는다고 평가받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대서양 동맹의 갈등에 중재자로 먼저 꼽힌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도 친하다.

멜로니 총리는 지난달 초 미국으로 날아가 당선인 신분이던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으며 지난달 20일 그의 취임식에도 참석했다.

이런 친분을 고려한 듯 이탈리아 정부는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대책 마련을 위해 유럽 주요국 정상을 파리로 긴급 소집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

이탈리아도 유럽이 종전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고 보지만 이번 파리 회의는 '실수'라는 입장이다.

파리가 아닌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러시아의 직접적인 위협을 받는 핀란드와 발트해 연안 국가들을 포함한 모든 EU 회원국이 참여한 가운데 공식 회의가 열렸어야 했다는 것이다.

파리에서 특정 국가들만 모인 이번 회동이 결과적으로 유럽을 통합하기보다는 분열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이탈리아 정부 내 지배적인 의견이라고도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전했다.


파리 회동 마치고 돌아가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로이터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안토니오 타야니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이탈리아 언론과 여러 인터뷰에서 미국과 러시아의 18일 회담이 결정적인 회동이 아닌데도 엘리제궁이 '너무 성급히'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타야니 장관은 "이 협상은 며칠 안에 타결되지 않을 것이고, 몇 달이 걸릴 문제"라며 "따라서 유럽이 불안에 빠져 서둘러 선언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흥분하는 것은 취약함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유럽은 단합된 모습을 유지하고 침착하고 결단력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멜로니 총리와 그 측근들은 유럽이 미국과 협상할 여지가 남아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해선 안 된다고 본다.

타야니 장관은 지난 15일 독일 뮌헨안보회의에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을 만난 후 "미국은 우리와 대화하길 원하며 우리를 배제할 의도가 없다"고 전하기도 했다.

르피가로는 18일 멜로니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밀한 관계와 유럽의 연대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해설했다.


파리 회동 후 엘리제궁 나서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로이터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영국 역시 유럽과 미국 간 연결고리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영국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EU 집단 체제에서 벗어나 다른 유럽 국가보다 외교적 운신의 폭이 넓다. 이번 대서양 동맹의 위기 상황에서 외교적 역량을 잘 발휘하면 브렉시트로 약해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는 기대도 품고 있다.

전날 파리 회의에 참석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내주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한다. 이 자리에서 파리 회의의 분위기와 유럽 지도자들의 의사를 설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타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온 후 유럽 지도자들과 새로운 회의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파리 회의를 소집한 마크롱 대통령 역시 유럽의 대표를 자처하며 해결사가 되려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그는 전날 파리 회의 직전 트럼프 대통령과 20분간 통화했으며 회의 후에도 다시 트럼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했다.

프랑스가 유럽 다른 국가들을 부추겨 트럼프 대통령에 반기를 든 것처럼 오해하지 않도록 설명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지난해 12월7일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식에서 나란히 앉은 트럼프와 마크롱


[EPA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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