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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빠진 재발방지책…"소방 지휘관 현장 경험 강화해야"
기사 작성일 : 2024-03-13 13:00:37

소방관 순직한 문경 화재 현장 합동감식


(문경= 윤관식 기자 = 2일 오전 소방관 2명이 순직한 경북 문경시 신기동 공장 화재 현장에서 경북경찰, 경북도소방본부, 국립소방연구원, 소방기술원, 경북화재합동조사단, 전기안전공사, 노동청 등 유관기관 합동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합동 감식은 안전상 문제로 한 번에 무너진 공장 안으로 진입하는 인원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관별로 순차 진행할 예정이다. 2024.2.2

양정우 기자 = 소방당국이 올해 1월 말 경북 문경 육가공 공장에서 발생한 소방관 순직사고를 되풀이하지 않고자 13일 다양한 재발방지책을 내놨지만, 일선 소방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알맹이가 빠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소방청이 이날 합동 조사 결과와 함께 내놓은 재발방지책에는 소방대원 안전 중심으로 재난현장 표준작전절차(SOP)를 전면 개정하고,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공장 외벽 소재인 샌드위치 패널 건축구조 안전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정부는 현장 대원들이 소음과 장비착용에도 무전통신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통신장비 송·수신 기능을 개선하고, 소방공무원 신임 교육부터 단계별 직무역량 교육 평가·인증을 승진과 보직관리의 필수요건에 담겠다고 제시했다.

고립위험 대원의 신속한 구조를 위한 신속동료구조팀(RIT) 운영 재정비, 화재진압-구조대원 간 전술적 연계 강화, 소방수요를 고려한 효율적 인력 재배치 방안 등도 내놨다.

하지만 일선 소방관들 사이에서 지속해 제기돼온 소방 지휘관의 현장 경험 강화 안은 이번 재발방지책에서 빠졌다.

일선 소방관들은 화재 등 사고 현장에서 지휘팀장이나 지휘단장, 소방서장을 맡는 간부들의 현장 경험 부족을 소방관 사상 사고에 영향을 미치는 주된 요인으로 꼽아왔다.

특히 소방간부후보 출신의 경우 외근보다는 내근 업무로 경력을 채우는 경우가 많고, 승진 속도가 빠르다 보니 현장 경험을 쌓을 시간이나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2021년 국정감사 당시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낸 자료에 따르면 소방령 이상 간부후보생 출신 367명의 평균 총 근무경력은 20년 6개월로, 이중 평균 현장 근무경력은 3년 7개월이었다. 이 중 2년 9개월은 센터장 등으로 근무해 실제 구조나 구급, 화재진압 현장에서 활동한 경력은 평균 10개월에 그쳤다.


화재 현장 지키는 동료와 국화


(문경= 윤관식 기자 = 1일 경북 문경 신기동 공장 화재 현장에 순직 소방관을 추모하는 국화가 놓여 있다. 이곳에서 소방관 2명이 구조작업을 하다 순직했다. 2024.2.1

이에 반해 비 소방간부후보생 출신 소방령 이상 간부 828명의 평균 총 근무 기간은 29년 5개월로 현장 근무경력은 12년 10개월이었다.

이중 센터장 근무 3년을 빼더라도 화재진압 등 실제 현장 근무 경력은 9년 10개월로 소방 간부후보생 출신과 큰 차이를 보였다.

한 일선 소방관은 "이번 소방청 재발 방지대책에는 현장 지휘관 자질 향상에 관한 부분이 하나도 없다"면서 "간부후보생 출신이 1년간 외근 부서에서 근무토록 한 규정을 최소 5년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외국의 경우 현장경험 10년 미만은 소방서장 보직 제한을 한다"면서 "우리도 지휘팀장과 단장, 소방서장의 보직 요건에 현장경력을 필수 요소로 반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두 소방관의 목숨을 앗아간 문경 화재 사고에서는 공장 건물의 샌드위치 패널구조가 문제가 됐는데, 이를 개선할 수 있는 강도 높은 조치가 이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샌드위치 패널은 화재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이 옮겨붙으면 연소가 급격히 확산해 소방대원들의 화재 진압에 큰 어려움을 준다.

고진영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 소방노조 위원장은 "소방청이 내놓은 대책을 근본적인 대책으로 보기가 어렵다"며 "문경 순직사고 같은 경우 샌드위치 패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는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샌드위치 패널로 준불연재를 쓸 수 있지만, 이를 난연재 등급으로 상향할 필요가 있다"며 "교육훈련이나 평가를 개선해 아무리 잘한다고 한들 화재 현장의 건물 취약성 문제를 해소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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