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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없는 갈등…의대교수 집단행동 움직임·유효휴학 6천명 상회
기사 작성일 : 2024-03-14 12:00:29

출구 보이지 않는 의정갈등


(대구= 윤관식 기자 = 전공의 집단행동이 장기화하며 의료공백이 길어지고 있는 13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3.13

(전국종합= 의대 정원 증원 문제를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의대 교수들의 집단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의대생들의 반발도 이어지며 지난 13일 기준 전국 의대 재학생의 32.2%인 6천51명이 휴학계를 제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3주째 지속되면서 공중보건의와 군의관이 긴급 수혈됐지만 진료 정상화까지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전체 환자 수가 줄면서 병동을 통합하거나 병상을 축소하는 상급 종합병원들도 나타나고 있다.

공보의가 차출된 '1인 의사' 보건지소들은 진료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충북대병원·의대 교수들 오는 주말 집단 사직 표결


(청주= 이성민 기자 = 13일 오후 충북대학교의과대학·충북대학교병원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교수들이 청주시 서원구 충북대의대 1층 대강의실에서 긴급 임시 총회를 가진 뒤 퇴장하고 있다. 비대위는 오는 주말 집단 사직 여부를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 2024.3.13

◇ 의대 교수들 움직임 본격화…단체 구성·사직 의사 조사 착수

동아대 의대 교수진들은 14일 협의회를 결성하고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동아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2천명 증원에 반대하며 병원을 떠난 전공의, 학교를 떠난 학생의 의견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선배 교수로서 제자들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임무를 다하고자 앞서 와해했던 교수협의회를 재건했다"고 밝혔다.

김정일 교수협의회장(직업환경의학과 교수)은 "이 사태가 조속히 해결돼 동아대 제자들이 학교와 병원에서 학업과 수련에 정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가톨릭대 의대 교수의 89.4%는 전공의나 의대생에 대한 제재가 있으면 사직서를 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대학 의대 교수회 비대위에 따르면 최근 전체 교수(176명)를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전공의·의대생에 대한 제재가 있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답한 교수(123명)의 89.4%가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답했다.

충북대 의과대학·충북대병원 교수 160여명으로 구성된 비대위는 전날 긴급 임시총회를 열고 집단 사직 여부를 논의했다.

회의에 참석한 90여명 교수 대다수는 정부가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사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위는 오는 주말에 걸쳐 의견 수렴을 거쳐 사직 여부를 표결에 부칠 방침이다.


울다 지쳐


윤동진 기자 = 전공의 파업이 장기화되가고 있는 가운데 13일 서울 시내의 한 병원을 찾은 한 가족이 접수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2024.3.13

경상국립대학교 의대 교수진도 전날 비대위 총회를 열고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하고 제출 시점에 대한 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다.

전날 총회에서는 사직서 제출 여부 투표가 진행됐으며 교수진 전체 260여명 중 약 80%가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대 의과대학 교수평의회는 이날 오후 4시 긴급회의를 소집해 의대생 집단휴학과 전공의 이탈 사태의 대책 등을 논의한다.

제주대 의과대학 교수들은 15일 낮 12시 30분께 제주대 의전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국 선언문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제주대를 포함한 전국 19개 의대 교수는 15일까지 사직서 제출 여부에 대한 논의를 마치기로 했다.

울산대병원 교수협 비대위는 지난 11일부터 개별 교수들로부터 자발적 사직서 제출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울산대학교 오연천 총장은 의대 교수진에 호소문을 보내 "의대 정원의 규모와 단계를 둘러싼 개별 입장 차이를 떠나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과업이 무엇보다도 우리가 취해야 할 최고의 가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사 양성과 관련된 견해 차이가 존재하더라도 진료와 의학교육 노력은 결코 중단돼서는 안 된다"며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해 다른 입장을 추구하더라도 국민 생명과 직결된 기본 진료에 차질을 초래하지 않으실 것으로 믿는다"라고도 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생도 전날 기준 6천51건으로 집계됐다. 부모 동의, 학과장 서명 등 학칙에 따른 절차를 지켜 제출된 휴학계 기준이다.


전공의 '업무개시 명령'


(대구= 윤관식 기자 =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의료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는 13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 인턴숙소 앞 복도에 보건복지부 장관 명의의 업무개시 명령서가 붙어 있다. 2024.3.13

◇ 공중보건의·군의관 투입 효과 적은 듯…'1인 의사' 지역은?

전남대병원에는 전날부터 공보의와 군의관이 진료를 시작했으나 의료진 공백 해소 효과가 당장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파견된 의사 상당수가 비필수과 전문의거나 일반의사이기 때문이다.

경북대병원에도 대구시 보건의 4명이 파견돼 응급실에 투입됐으나 일반의사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북대병원 응급실은 이날 이비인후과 의료진이 없어 진료가 어려우며 매주 수·목요일 외과 진료가 불가능하다.

대전 충남대병원에는 전날 8명의 군의관·공중보건의가 파견돼 내과, 마취통증의학과, 성형외과에서 진료 중이다.

울산대병원에는 마취과 2명, 일반의 3명 등 공중보건의 총 5명이 투입됐다.

인하대병원에는 군의관 1명과 공보의 4명이 긴급 투입됐으며 입원 환자 진료 등을 지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하대병원 관계자는 "추가 인력이 투입돼 어느 정도 현장에 도움이 되고 있지만 공백을 모두 해소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공보의 차출로 진료가 중단된 전남지역 '1인 의사' 보건지소들은 이번 사태로 인한 의료공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학병원 등으로 차출된 전남지역 공보의는 23명인데, 전남 22개 시·군의 보건지소는 의사 1명이 근무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강원도 내 일부 지역 보건지소에서는 공보의 차출로 인해 운영을 축소하고 주민들에게 관련 내용을 안내하고 있다.

정선보건소 신동보건지소의 경우 4월 첫째 주까지 공보의 1명이 상급병원으로 차출되면서 주 5회 운영을 주 1회(목요일) 하루만 운영하기로 했다.

보건소는 향후 정부 방침에 따라 순환근무 등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병원 TV에 나오는 의협 간부 경찰 출석 뉴스


김도훈 기자 = 12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병원에 설치된 TV에 이날 경찰 소환 조사에 출석한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화면 가운데)과 박명하 조직강화위원장(화면 왼쪽)의 모습이 보도되고 있다. 2024.3.12

◇ 전체 환자 수 줄자 병동 통합·병상 축소…'비상경영'

전공의 대부분이 복귀하지 않으면서 대학·종합병원은 경영 악화 상황에 놓였다. 환자 수 자체가 줄면서다.

각 병원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병동 폐쇄, 직원무급 휴직 시행 등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대전성모병원은 이날부터 외과와 정형외과, 부인과 병동을 통합 운영한다. 건양대병원도 주로 경증 환자 진료를 담당하는 내과계 병동 3개를 폐쇄했다.

대전을지대병원은 이달부터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아 100여명이 순차적으로 휴가에 들어갔다. 대전성모병원도 의사를 제외한 전 직군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수요조사를 진행 중이다.

대구가톨릭대병원은 내일부터 병동 2개를 통합하고 또 다른 병동 2곳은 병상수를 줄이기로 했다. 이 병원은 홈페이지에 현 상황을 언급하며 '환자분들의 안전을 위한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했다'고 공지했다.

제주대병원은 지난 11일부터 병원 간호부 소속 전체 직원 800여 명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있으며, 전날까지 20여 명이 무급휴가를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제주대병원은 내과 중환자실 운영 병상수도 20개에서 12개(내과 8·응급 4)로 축소해 운영하고 있다. 또 간호·간병서비스통합병동을 2개에서 1개로 통폐합했다. 수술실도 12개에서 8개로 축소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최근 입원 병상 가동률과 수술 건수가 기존의 30∼50%가량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 병원은 비응급 수술 일정을 일부 연기하며 응급, 중증, 암 환자에 대한 수술을 중심으로 근무 중인 의료진을 투입 중이다.

(이강일 박주영 정회성 신민재 강태현 박성제 천경환 김솔 박정헌 나보배 백나용 장지현 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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