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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서 전복된 화학운반선 선장의 마지막 문자 "여보 사랑해"(종합)
기사 작성일 : 2024-03-21 16:00:35

전복된 화학제품 운반선


(도쿄 교도= 20일 오전 일본 혼슈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 무쓰레섬 앞바다에서 화학제품을 운반하는 한국 선적의 운반선이 전복돼 있다. 2024.3.20

(부산= 박성제 기자 = 일본 해상에서 한국인 2명을 포함한 11명이 탄 한국 선적 선박이 전복된 사고와 관련해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해 들은 선원 가족들은 침통한 모습이었다.

큰 슬픔에 잠긴 유족들은 21일 오전 몸을 가누지 못한 채 부산 동구에 있는 선사 사무실 내 가족 대기실에 들어섰다.

이번 사고로 양산과 부산에 사는 60대 선장과 기관장은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 만난 선장의 가족 A씨는 평소 선장의 가족 관계가 돈독했다고 했다.

A씨는 "(선박이 전복하기 직전인) 오전 7시 30분께 선장이 아내한테 '여보 사랑해'라고 문자를 보냈다"며 "여기에 아내가 '사랑해'라고 답했지만 읽지 않았다고 하더라"며 말했다.

이어 "선장에게는 2명의 자녀가 있는데 회사에도 나가지 못한 채 집에서 울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학 졸업 직후 배를 타기 시작해 경력이 수십 년에 달하는 선장은 평소 책임감이 강했다고 한다.

A씨는 "'만약에 사고가 난다면 나는 다 조치하고 가장 마지막에 나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며 "이번 사고 때도 선원들을 먼저 피신시켰을 것 같은데, 이러한 이유로 구조가 늦게 이뤄진 게 아닐까 싶다"고 안타까워했다.

숨진 기관장의 가족은 "선원들을 모두 대피시키고 끝까지 배에 남아 선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선장님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족들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구조에 힘써준 일본 해경과 사고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해준 정부 관계자, 선사 직원분에게 감사 인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부산 동구 선사 사무실에 마련된 가족 대기실


[촬영 박성제]

선사 측은 "당시 인근 선박이 접근하지 못할 정도로 날씨가 좋지 않았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선사에 따르면 이 선박은 지난 18일 오후 2시 30분에 히메지항에서 출항해 울산으로 향했다.

그러다 지난 20일 오전 2시께 강풍과 파도가 심해지면서 무쓰레섬 앞바다에서 닻을 내리고 정박했다.

정박한 지 5시간 만에 "배가 기울고 있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고 이후 사고가 났다.

선사 관계자는 "출항한 뒤 선장이 기상 등 상황을 고려해 정박 여부를 판단하는데, 사고 당일 날씨가 좋지 않자 선장이 정박해야겠다고 판단했다"며 "당시 기상이 좋지 않다는 연락을 선장으로부터 받았고 함께 논의한 결과 닻을 내려 대기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하지는 않지만, 초속 60∼70m의 강풍이 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번에 전복한 선박과 비슷한 선박이 인근에서 항해하고 있었는데, 날씨가 좋지 않아 일본에서 접근조차 통제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선사와 선장은 미리 예보를 확인했지만, 현장에 나가니 예상보다 날씨는 더 좋지 않았다고 밝혔다.

선사 관계자는 "사전에 예보를 확인했지만 출항할 수 있을 날씨였고 당시 모든 선박이 바다에 나갔다"며 "섬과 섬 사이를 항해할 때는 직접 바다에 나가야 정확한 날씨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선사 측은 궂은 날씨에도 선박이 회항하지 않은 것에 대해 "항구로 함부로 되돌아오는 게 오히려 더 위험하다"며 "정확한 사고 원인은 전문가들이 날씨와 선박 컨디션 등을 다 고려해 조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복된 화학제품 운반선


(도쿄 교도= 20일 오전 일본 혼슈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 무쓰레섬 앞바다에서 화학제품을 운반하는 한국 선적의 운반선이 전복돼 있다. 2024.3.20

현재 일본 해상보안청이 사고 현장을 자체 수색 중이며, 우리나라 해경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수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선사 측은 선원 구조 상황과 사고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전날 직원을 일본에 급파했다.

전날 오전 일본 혼슈 서부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시 무쓰레섬 앞바다에서 한국 선적 화학제품 운반선이 전복됐다.

일본 해상보안부는 이날 오전 7시께 "배가 기울고 있다"는 내용을 받고 전복된 수송선 주변 바다에서 구조활동을 벌였다.

수송선에는 한국인 2명, 인도네시아인 8명, 중국인 1명 등 모두 11명이 타고 있었다.

구조 요청을 받은 해상보안청은 헬기와 순시선을 동원해 11명 가운데 10명을 구조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이 중 한국인 2명 등 9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구조된 인도네시아인 1명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송선은 아크릴산 980t을 싣고 지난 18일 효고현 히메지항을 출발해 울산으로 가다 강풍과 높은 파도 탓에 이날 오전 무쓰레섬 앞바다에서 닻을 내리고 정박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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