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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진단] "유엔 패널 종료로 대북제재 약화 우려…북중러 위반 더 쉬워져"
기사 작성일 : 2024-03-29 07:00:59

탱크부대 시찰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 자료사진.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워싱턴= 김동현 송상호 특파원 =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28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의 이행을 감시하는 전문가 패널이 러시아의 거부권(비토) 행사로 임기를 연장하지 못하게 되자 앞으로 북한, 러시아, 중국의 대북 제재 위반이 더 잦아질 것으로 우려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날 와의 통화에서 "패널은 북한으로 금지된 품목과 서비스가 오가는 것을 감시하고 보고하는 역할을 해왔다"면서 "미국이나 다른 나라가 그 역할을 대신하지 않는 한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로 금지된 불법 품목을 구하는 게 더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패널 연장 비토는 러시아와 중국이 제재를 위반하는 것을 더 쉽게 만들어 사실상 일부 제재를 무효로 만드는 셈이다"면서 "물론 러시아와 중국이 그전부터 제재를 위반하긴 했지만 이제 그게 더 쉬워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패널이 제재를 집행할 권한까지 가진 것은 아니었지만 제재 위반을 공개해 러시아와 중국을 난처하게 만들 수는 있었다. 이제는 그렇게조차 할 수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을 계기로 출범한 전문가 패널은 안보리 대북제재위를 보조해 북한의 제재 위반 의혹 사례를 조사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매년 두 차례 대북제재 이행 위반에 관한 심층 보고서를 내왔다.

이날 안보리에서는 오는 4월 30일 임기가 만료되는 전문가 패널의 임기를 1년 연장하는 결의안을 표결했는데 러시아가 비토하면서 부결됐다.

안보리 이사국 15개국 중 13개국은 찬성했고, 중국은 기권했다.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


[로이터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전문가들은 그간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와 북한, 중국, 러시아가 한국, 미국, 일본에 맞서 3자 협력을 강화해온 추세를 고려하면 이런 결과가 예견됐다고 평가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에 보낸 이메일에서 "유감스럽지만, 놀라운 소식은 아니다.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탄약을 제공하기 시작한 뒤로 러시아는 자국이 과거에 찬성했던 안보리 대북 결의에 나열된 그 어떤 제재도 준수하는 데 관심이 없는 듯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거부권 행사는 한 발짝 더 나아간다"며 "그간 러시아는 유엔 제재 체제를 적극적으로 위반해 왔지만, 이제는 전문가 패널 활동을 종료해 제재 체제 자체를 해체하려고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패널은 북한의 제재 회피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과 조사 기능을 수행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미국과 한국은 패널이 존재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지원하고, 러시아가 1년 연장에 반대한다면 패널이 임기가 끝나는 4월 30일 이후에도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최소한 일정 기간의 연장이라도 협상을 시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러시아의 비토를 대북 제재 이슈로만 보지 말고 더 넓은 지정학적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당부도 나왔다.

시드 사일러 전 미국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담당관은 와의 통화에서 "러시아가 비토를 통해 제재에 대해 선명한 메시지를 보내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알다시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다른 나라들로부터 여러 제재를 받고 있으며, 경제 제재를 외교 및 국제법을 집행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의문과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러시아 외교 정책의 중심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러시아는 이미 넓은 의미에서 제재 체제를 부정했으며 대북 제재는 그것의 일부일 뿐이다. 러시아가 북한과 관계 강화 때문에 거부권을 행사한 면도 있지만 북한보다 더 큰 고려가 있다"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로이터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는 이메일에서 "김정은의 러시아 구애가 결실을 보았다"면서 "북중러의 관계 강화가 통합적이고 영구적이라기보다는 거래 지향적이고 기회주의적이지만 이들 수정주의 세력의 축이 강화되면서 불길한 전략적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북한이 패널 활동 종료로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도발할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생각이 엇갈렸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을 더 대담하게 만들어 북한이 새로운 기술과 역량, 자원, 외화를 더 확보하려고 할 것"이라며 "새로운 역량을 확보하게 되면 새로운 미사일이나 기술을 시험해야겠다는 유혹을 느껴 도발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사일러 전 북한담당관은 "패널 활동 종료 때문에 북한이 더 도발에 나설 것 같지는 않다"며 "김정은은 북한 주민들에게 앞으로 예측할 수 있는 미래에는 제재 하에서 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제재가 영향은 있지만 이미 북한은 제재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 한국, 일본과 유사 입장국들이 제재가 제대로 집행되도록 외교 노력 등 다른 방안을 강구할 것이기 때문에 패널 활동 종료로 제재 집행이 어려워지겠지만 완전히 약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북한의 제재 회피를 최대한 차단하기 위해 관련 외교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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