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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honey] 봄을 알리는 빛깔과 풍경들…구례
기사 작성일 : 2024-04-04 09:01:16


전남 구례의 산수유나무 [사진/조보희 기자]

(구례= 김정선 기자 = 매년 봄이 되면 남부 지방에서부터 계절을 알리는 개화 소식이 들려온다.

그중 한 곳이 전남 구례다.

노란 산수유 꽃축제가 열리고 파스텔 색조의 붉은 매화꽃이 피는 곳이다.

구례는 해마다 봄의 전령을 맞이하는 상춘객들로 붐빈다.

◇ 경쾌하고 밝은 노란빛



구례 산수유마을 [사진/조보희 기자]

기온이 올라가니 자꾸 주변의 자연을 둘러보게 된다.

따뜻한 기운에 풀냄새까지 더해지는 계절이다.

올해는 봄꽃 소식이 예년보다 일찍 들리고 있다.

화사한 이미지의 꽃을 보게 되면 마음의 베일도 벗을 수 있을 것 같다.

꽃의 빛깔은 저마다 개성적인 매력이 있다.

노란빛은 경쾌하고 밝고 긍정적인 느낌을 준다.

봄을 일찍 알리는 식물이 노란 꽃을 피우는 산수유나무일 것이다.

노란 꽃이 어울려 있는 파스텔톤의 풍경은 이 계절에만 볼 수 있는 경치다.

층층나뭇과의 산수유나무는 낙엽이 지는 키 큰 나무로, 겨울에 잎이 떨어진다.

처음에는 녹색이었던 열매가 가을에 붉게 익는다.

잎맥이 선명한 녹색 잎에 달린 산수유 열매를 입에 물고 깨물어보면 신맛과 떫은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타원형의 작은 열매는 차, 주류, 한방 분야에서 쓰인다.

씨를 분리해 말려 먹기도 한다.

봄에는 특유의 아련한 정경을 선사하고 가을에는 쓰임새가 많은 열매까지 주니 고마운 나무다.

산수유의 꽃말은 '영원불멸의 사랑'이다.

전남 구례군 산수유마을은 국내 최대 산수유 군락지로 꼽힌다.

지리산 남쪽 자락에 있는 산동면에서는 매년 봄 산수유꽃축제가 열린다.

산동면에는 이런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곳 젊은 여성들은 어린 시절부터 입에 산수유 열매를 넣고 앞니로 씨와 과육을 분리하는 작업을 반복했다.

그러다 보니 앞니가 많이 닳아있어 산동면 여성임을 쉽게 알아보았다는 이야기다.

산수유는 그만큼 이곳에서 삶과 함께한 식물이자 작물이다.

◇ 계곡 따라 돌담 따라

차를 타고 산동면 근처에 이르니 도롯가 여기저기 피어있는 노란 산수유꽃이 눈에 들어왔다.

계절은 봄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아직 바람이 차다.

춥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서울에선 동그란 꽃봉오리가 달린 산수유나무를 봤을 뿐인데, 구례에선 덜 핀 것부터 활짝 핀 산수유꽃까지 모두 볼 수 있다.

도롯가를 지나 건너편 멀리 떨어진 산봉우리에는 흰 눈이 아직 남아있었다.

그 아래 푸른 대나무가 보였고 그 밑에 파스텔을 여기저기 칠한 듯 노란빛의 나무가 보였다.

역시 산수유의 고장이다.

꽃이 핀 풍경을 확대해 보면 소박하고 수수한 그림 같았다.

산동면 산수유마을에는 5개의 탐방코스가 있다.

총길이는 12.4㎞에 이른다.

길마다 풍경이 달라서 가는 곳마다 정취가 새롭다.



산수유마을의 계곡물 [사진/조보희 기자]

실제로 걷다 보면 계곡과 마을, 산비탈 등에 어우러진 산수유나무가 금방 친근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취재팀은 그중 높은 곳에 있는 상위마을의 풍경길을 먼저 찾았다.

1.7㎞ 구간이다.

돌담 경계에 산수유나무가 심겨 있는 구간과 구불구불한 계곡을 따라있는 산수유 군락지 산책로에는 이미 순간을 카메라에 담는 이들이 많았다.

경작지가 부족하다 보니 주민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집 근처 돌담, 마을 어귀, 개울 등에 산수유나무를 심은 것이라고 탐방코스 팸플릿에 적혀있다.

주민의 삶과 함께한 산수유나무라고 할 수 있다.

데크 길이 놓인 계곡에선 시원한 물소리가 귀를 두드렸다.

연둣빛 이끼가 끼어있는 돌이 여기저기 보였다.

군데군데 산수유꽃이 군락을 이뤄 피어있는 구간이 많아 개성 있는 꽃길이나 풍경을 찾아보는 것도 꽤 흥미로웠다.

다음으로 대표 탐방코스로 꼽히는 꽃담길을 걸어봤다.

2.8㎞ 구간이다.

풍경길과 달리 계곡에는 넓은 반석이 있어 시야가 트였다.

계곡에는 아이를 안고 기념사진을 찍는 부부, 젊은이들, 어르신과 함께 온 가족, 호젓하게 포즈를 취하는 방문객 등 어디를 봐도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이어졌다.

계곡에 놓인 징검다리 위에도 행렬이 이어졌다.

사람이 살지 않는 듯한 꽤 오래된 집 앞 돌담을 지키는 산수유나무도 눈에 띄었다.

걷다 보면 노란 산수유꽃 사이에 연분홍 꽃이 핀 매화나무가 보였다.

반가운 마음에 향기를 맡아봤다.



산수유마을에 핀 매화 [사진/조보희 기자]

◇ 산수유의 고장

이곳에서 산수유는 어떤 의미일까 궁금해져 인근에 있는 산수유문화관을 찾아갔다.

구례의 산수유에 대한 간단한 전시자료를 볼 수 있었다.

구례의 산수유는 지리산과 섬진강의 영향을 받는 곡간 선상지 지형에 유기질이 풍부한 토양 덕분에 품질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골짜기와 하천이라는 지형이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탐방코스인 풍경길, 꽃담길을 걸어보면 산수유가 도롯가는 물론이고 계곡, 돌담, 집 주변 등 여러 곳에 피어있었다.

이 중 자연스럽게 쌓여있는 돌담이 눈에 들어왔다.

산수유문화관 전시자료에는 돌담이 토양유실 방지, 수분 증발 억제, 바람 차단, 뿌리 지지 등의 역할을 한다고 적혀있다.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지로서 생태학적 가치가 높다고 한다.

오래된 회색빛 돌담과 노란 산수유꽃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산동면은 전국 산수유 생산량의 70%를 차지한다.

노란 산수유꽃이 피는 봄, 산수유 열매가 붉게 익는 가을에 방문객이 많이 찾는다.

농업과 경관이 동시에 가능한 수종이다.

구례 산수유농업은 2014년 국가중요농업유산 제3호로 지정됐다.

이곳에선 중국 산둥성에 사는 젊은 여성이 구례 산동면으로 시집을 오면서 고향을 잊지 않기 위해 산수유나무를 가져와 심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산수유 시목지가 근처에 있다고 해 차로 10분 정도 이동했다.

세월을 보여주듯 여러 개의 굵은 가지가 인상적이었다.

안내판에 1천여년 전 중국 산둥성에서 가져와 국내에서 가장 먼저 심은 산수유나무 시조라고 적혀있다.

◇ 화엄사 홍매화와 들매화



화엄사의 담쟁이 [사진/조보희 기자]

봄철 구례군에서 생각나는 또 하나의 풍경은 화엄사 홍매화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각황전 주변에 있는 홍매화를 찍기 위해 수많은 사진작가가 이곳을 찾는다.

홍매화는 화엄사 들매화에 이어 천연기념물로 추가 지정됐다.

나무 높이가 8.2m, 가슴 높이 기준 둘레는 1.6m다.

취재팀이 사찰을 찾았을 때도 꽤 많은 방문객과 사진작가들이 홍매화 주변에 있었다.

꽃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순간을 포착하고자 날카로운 눈빛을 번득이는 모습이 매우 진지해 보였다.

포토 라인 밖으로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판이 홍매화 아래 곳곳에 놓였다.

아래쪽 가지 끝에는 붉은 꽃이 눈에 띄었다.

멀리서 바라만 봤다면 이 모습이 시야에 안 들어왔을 것이다.

가까이 가야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좌측에 각황전을 배경으로 홍매화의 굵은 줄기에 낀 이끼까지 잘 보이도록 이리저리 구도를 바꿔가며 휴대전화로 촬영해 봤다.



화엄사 홍매화 [사진/조보희 기자]

찍은 사진들을 훑어보니 나무줄기 끝 쪽으로 누군가 붉은 파스텔을 칠해놓은 것 같았다.

국내 최대 목조 건축물인 각황전의 웅장함도 눈에 띄었다.

들매화를 보기 위해 발길을 돌렸다.

사찰 뒤쪽으로 가 대나무길을 걸었다.

가볍게 생각했는데, 다소 경사가 있는 길이었다.

구층암을 지나 다시 길을 내려가 들매화를 찾았다.

안내판에 사람이나 동물들이 먹고 버린 씨앗이 싹을 틔워 자란 나무로 짐작된다는 설명이 적혀있다.

비탈진 곳에 가지가 꼬이고 휘어진 탓인지 들매화는 기울어 보였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인지 더욱 고아하게 느껴졌다.

일반적으로 보는 매화보다는 꽃 크기가 작아 보였다.

좀 더 날씨가 따뜻해지면 들매화도 더 많은 꽃봉오리를 피울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발길을 돌렸다.

인근 계곡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귀를 때리듯 크게 들렸다.

◇ 봄철 구례 오일장



구례 오일장에서 봄나물을 파는 할머니 [사진/조보희 기자]

구례 오일장은 매월 3, 8, 13, 18, 23, 28일 열린다.

이맘때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나물류다.

장날 시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바닥에 앉아 나물을 파는 이들의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기존에 있던 상가나 정자 앞에 하나씩 파라솔을 펼쳐두고 있었다.

봄동, 달래, 부추, 냉이, 씀바귀, 방풍나물 등이 계절을 알리는 듯했다.

봄철 오일장에선 화분을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구례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3천원 하는 작은 천리향 화분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알싸한 향기가 매력적인 식물이다.

어떤 화분이 좋을지 주인과 얘기를 나누는 주민의 모습이 보였다.

시장 안쪽으로 좀 더 들어가 봤다.

오징어, 새우, 낙지, 조개, 갈치, 홍어 등 어패류를 판매하는 상인들이 한쪽 길을 차지했다.

뒤쪽으로 가 보니 방금 만들어 김이 나는 식빵을 내놓은 빵집, 소리가 끊이지 않는 뻥튀기집, 기름 냄새가 나는 호떡집 앞으로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상인에게 물어보니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관광객들도 이곳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

인근 산수유마을을 찾은 김에 오일장을 방문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시장을 둘러보니 1시간이 훌쩍 지났다.

출출한 기분에 시장 입구에 있는 수구레선지 국밥집에 들어갔다.

부추가 얹혀 나온 국밥에 청양고추를 넣어 한 그릇을 해치우고 시장을 빠져나왔다.

※ 이 기사는 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4년 4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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