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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웠던 시절 도와준 선생님들 기리며 모교에 장학금 14억 쾌척
기사 작성일 : 2024-04-11 17:00:35

전주제일고 '김태술 장학금' 전달식


[전주제일고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주= 백도인 기자 = 어려웠던 시절에 학교를 졸업할 수 있도록 도와준 선생님들을 기리며 모교에 10억원이 넘는 장학금을 내놓은 고등학교 동문이 있다.

그러나 자신이 드러나는 걸 원치 않아 학교에도 이름과 나이 정도만 알려져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전북 전주제일고를 1956년 졸업한 김태술(88) 동문.

그는 최근 모교에 10억원을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연리 3%를 적용하면 매년 3천만원가량의 장학금을 평생 지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에서였다.

'3천만원'은 김씨가 2010년부터 매년 모교 후배들에게 장학금으로 쾌척하는 금액이다.

이를 통해 이미 작년까지 14년 동안 4억2천만원을 내놓은 터였다.

전주제일고는 매년 이 돈을 10명의 학생에게 300만원씩 나눠주고 있다.

고교 장학금으로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그 정도 금액은 돼야 정말로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그의 뜻에 따른 것이다.

김씨는 장학금 지급 기준도 '성적'이 아니라 '성실하면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으로 못 박았다.


전주제일고 전경


[전주제일고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돈이 없어 학교를 그만둬야 할 상황을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헤쳐 나갔던 기억과 고마움이 반영된 것이다.

김씨는 도내 농촌 오지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당시 전주상업고등학교였던 전주제일고에 입학했다고 한다.

그러나 본인 표현을 빌리면 '찢어지게' 가난했고 학교를 포기해야 할 처지였다.

전교 1등을 놓치는 법이 없었고 항상 성실했던 그를 안타까워했던 선생님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근로장학금' 명목으로 지원한 덕에 가까스로 졸업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졸업과 동시에 한국은행에 입사했고 거기서 모은 돈으로 서울대를 졸업한 뒤 사업가의 길을 걸으며 돈을 모았다.

김씨는 최근 10억원을 쾌척하며 "당시 나처럼 궁핍한 처지에서 고생할 수도 있는 후배들이 생각났고, 한없이 따뜻했던 스승님들께 보은의 인사조차 못 했던 것이 후회되기도 했다"면서 "나이가 있어 언제까지 장학금을 낼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10억원으로 기금을 조성하고자 한다"고 학교 측에 밝혔다.

그러면서 "장학기금에는 내 이름을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신 스승님들에 대한 감사의 뜻을 담은 '사은 장학금'으로 해달라"고 당부했다.

한문수 전주제일고 교장은 "아직도 우리 주위에는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많은데 그 아이들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되는 장학금"이라면서 "장학금 전달식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는 등 본인을 절대 드러내는 법이 없어 더욱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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