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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테크 ] "오존에 노출된 초파리, 다른 종 간 짝짓기…불임 잡종 증가"
기사 작성일 : 2024-04-12 06:00:29

이주영 기자 = 대기 오염 물질인 오존에 노출된 초파리들이 서로 다른 종 사이에도 짝짓기해 번식 능력이 없는 불임 잡종 발생이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존에 노출된 후 다른 종 암컷과 짝짓기 시도하는 수컷 초파리


더운 날 도시에서 발생하는 수준의 오존 농도에 노출된 수컷 초파리(Drosophila mauritiana)가 종이 다른 암컷(Drosophila simulans)과 짝짓기를 시도하고 있다. [Anna Schroll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독일 막스 플랑크 화학생태학 연구소 마르쿠스 크나덴 박사팀은 12일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서 같은 초파리 속(屬) 초파리 4종을 오존에 노출한 뒤 짝짓기를 분석하는 실험에서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결과가 여름철에 흔히 볼 수 있는 오존 오염이 약간만 심해져도 유전적으로 가까운 종 사이에 교잡이 더 자주 일어나고, 이 과정에서 태어나는 불임 잡종으로 인해 곤충 개체수가 감소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앞서 오존에 노출된 초파리가 암수를 구분하지 못하고 수컷끼리 구애 또는 짝짓기를 하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해 네이처 커뮤니케이션(2023년 3월 14일 자)에 발표한 바 있다.

같은 종의 곤충들은 같은 페로몬으로 의사소통하며 페로몬은 짝짓기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 결과 산화성 대기오염 물질인 오존은 페로몬 구성 물질을 분해해 화학적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논문 제1 저자인 난지 장 박사는 "이 연구에서 오존의 페로몬 분해가 다른 종 간의 짝짓기 경계에도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교잡이 일어날 경우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 밝혀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오존에 노출된 후 수컷끼리 짝짓기를 시도하는 초파리들


[Benjamin Fabian, Max Planck Institute for Chemical Ecology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팀은 실험에서 같은 초파리 속에 속하는 노랑초파리(Drosophila melanogaster), 초파리 시뮬란스(Drosophila simulans), 초파리 세이셸리아(Drosophila sechellia), 초파리 모리티아나(Drosophila mauritiana) 등 4종을 선택했다.

노랑초파리와 초파리 시뮬란스는 전 세계에서 발견되지만, 초파리 세이셸리아와 초파리 모리티아나는 각각 세이셸제도와 모리셔스에서만 서식한다. 4종 모두 매우 유사한 페로몬을 사용하지만, 혼합 방식이 약간씩 다르다.

연구팀은 초파리를 더운 날 도시에서 측정되는 수준의 오존에 2시간 노출한 뒤 같은 종과 다른 종을 섞어 짝짓기하도록 했다. 이어 암컷과 수컷을 분리해 알을 낳게 한 다음 태어난 새끼들을 분석해 종 간 교잡이 얼마나 일어났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오존에 노출된 초파리들 사이에서는 서로 다른 종 사이에 교잡이 더 자주 발생한 반면, 오존 오염이 없는 공기에만 노출된 초파리들 사이에서는 교잡종이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공동 저자인 빌 핸슨 박사는 "초파리는 짝짓기 상대 유인에 페로몬뿐 아니라 날개 진동 소리, 시각 신호 등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높은 오존 농도에서 암컷이 동종과 다른 종 수컷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파리의 수컷 잡종은 일반적으로 불임이거나 적어도 비 잡종보다는 생식능력이 떨어진다며 불임 잡종 증가는 개체군 멸종에 기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크나덴 박사는 곤충에 대한 대기 오염 물질의 위협이 과소 평가되고 있다며 "소량의 오염 물질도 곤충 화학적 의사소통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대기 오염 물질 한도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출처 : Nature Communications, Markus Knaden et al., 'Elevated ozone compromises mating boundaries in insects', http:https://dx.doi.org/10.1038/s41467-024-471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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