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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In] 환자안전사고 53%차지 약물사고 막으려면…"DUR활용 의무화해야"
기사 작성일 : 2024-04-22 07:00:34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촬영 최원정]

서한기 기자 = # 50대 여성 A씨는 2022년 어느 날 하루 동안 대구지역의 내과 2곳과 정신건강의학과 1곳 등 의원급 3곳, 병원급 1곳을 돌아다니며 이들 병의원 4곳에서 7건의 처방을 받아 의료용 마약 289개를 사들였다.

40대 남성 B씨도 마찬가지였다. B씨는 2022년 어느 달 일주일 동안 서울지역 의료기관 4곳을 순회하며 29건의 의료용 마약을 처방받았는데, B씨가 처방받은 마약 성분 수는 10건에 처방 분량은 무려 8천173개에 달했다.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나온 의료용 마약류 쇼핑 의심 사례들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등 보건당국이 환자의 부적절한 약물 사용을 미연에 막고 국민 건강을 지키고자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Drug Utilization Review)를 가동 중인 상황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

DUR은 의사와 약사에게 의약품 안전 사용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심평원이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처방·조제 때 환자가 현재 복용하고 있는 약과 중복되는 약 등 의약품 안전 정보를 약국과 요양기관에 실시간으로 공급한다. 현재 국내병원, 약국 등 대부분 요양기관에서 DUR 시스템을 사용 중이다.

DUR 점검은 처방·조제 전에 환자에게 제공할 의약품을 사전에 파악하는 과정이다.

의사와 약사가 환자의 처방·조제 정보를 DUR 시스템으로 전송하면 심평원이 결과를 안내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를테면 의사가 DUR 시스템으로 처방단계에서 환자의 처방(의약품) 정보를 전송하면 저장된 환자의 투약 이력이나 병용금기 의약품 등을 DUR 기준과 비교한다.

이렇게 비교하고서 문제가 되는 의약품이 발견되면 화면에 경고 메시지가 뜬다.

환자 상태에 따라, 부득이하게 처방할 경우에는 예외 사유를 적어서 DUR 시스템에 전송한다.

약사도 조제 시 동일한 과정을 거친다. 경고메시지가 뜨는 의약품에 대해서는 처방한 의사와 협의 후 성분, 함량 등을 다르게 변경 조제해 완료한 내용을 DUR 시스템에 전송한다.


마약 관련 상담, 24시 마약류 전화상담센터에서


류효림 기자

◇ 현행 의료법·약사법, 처방·조제 전 의약품 정보 확인토록 하지만…

2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금도 의사(치과의사)나 약사는 의약품을 처방하거나 조제할 때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 관련 정보를 확인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이를테면 의사의 경우 2016년 12월 말부터 시행된 개정 의료법(의료법 제18조의2 제1항)에 따라 ▲ 환자에게 처방 또는 투여되는 의약품과 동일한 성분의 의약품인지 아닌지 ▲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병용 금기, 특정 연령대 금기, 임부(姙婦) 금기 등으로 고시한 성분이 포함되는지 여부 ▲ 그 외 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정보 등을 확인해야 한다.

'병용 금기'는 치료 효과 변화, 심각한 부작용 발생 등이 우려되기에 다른 의약품과 함께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며, '임부 금기'는 태아에게 피해가 갈 가능성이 커 임부에게 사용이 권장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여기에서 '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정보'는 ▲ 식약처가 안전성·유효성 문제로 품목허가·신고를 취소하거나 회수·폐기·사용중지·제한이 필요하도록 정한 의약품인지 ▲ 의약품 안전 사용을 위해 미리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복지부 장관이 공고한 의약품인지 아닌지 등을 말하는데, 이런 정보에 대해서도 의사는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문제는 의약품 정보를 확인할 방법에 대한 구체적 의무 사항을 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단지 ▲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 정부 또는 공공기관이 의약품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홈페이지 또는 서적 ▲ 의약품 관련 서적과 논문, 대학과 전문대학원의 교재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했을 뿐이다.

이처럼 심평원의 DUR 시스템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규정하지 않다 보니, 의료현장에서는 일부 DUR 점검을 생략하는 등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다른 요양기관에서 처방·조제한 의약품과 비교하지 못하고 중복 처방·조제하는 일이 벌어지는 등 예방할 수 있는 약물 오남용 부작용이 생긴다.

나아가 이런 약물 사고로 의사와 약사는 불필요한 소송에 휘말리는 등 예기치 않은 피해를 보는 실정이다.


DUR 점검 절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 "DUR 시스템 활용해 의약품 정보 확인하도록 의무화해야"

이에 따라 의사와 약사가 처방·조제 과정에서 의약품 정보를 확인할 때 반드시 DUR 시스템을 활용하도록 의무화함으로써 국민의 소중한 생명권을 보호하고, 진료 효율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크게 문제가 되는 마약류 의약품의 중복 투약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DUR 시스템의 의무 활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DUR 시스템을 활용하면 의약품 오남용의 상당수는 해결할 수 있다.

즉, DUR 시스템을 통해 처방·조제 전 중복 의약품이 있는지, 금기 의약품과 주의 의약품이 있는지 사전에 정보를 제공해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다.

실제로 심평원은 지난해 DUR 정보 제공으로 처방을 변경하거나, 의·약학적 사유 등으로 부득이하게 사용할 경우 처방·조제 적정 사유를 기재하게 유도하는 등의 방식으로 부적절한 의약품 사용을 76.3% 막는 성과를 거뒀다.

이런 사회적 요구를 수용해 DUR 의무화 내용을 담은 의료법·약사법 개정안이 21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현재 계류 중으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의약품의 투약 오류로 인해 발생한 환자안전사고는 최근 증가하고 있다.

환자 안전법을 근거로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 복지부로부터 위임받아 운영하는 '환자안전 보고학습시스템(KOPS)'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1∼6월)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환자 안전사고 총 1만934건 중에서 절반 이상인 5천777건(52.84%)이 약물 사고였다.

환자안전사고는 의료기관에서 환자에게 검사나 처치, 시술·수술 등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환자에 위해를 끼친 각종 사고를 통칭한다.

약물 투약 오류, 병원 내 낙상, 처치 관련 상해, 원내 감염, 검사나 시술 오류로 인한 위해 등을 모두 포함한다. 환자 간 폭행도 환자안전사고의 하나로 분류된다.

심평원 관계자는 "환자 안전과 약물 오남용 방지를 위해 DUR 점검을 의무화하고, 더불어 마약류 점검까지 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의료기관 환자안전사고 추이]

 2018년2019년2020년2021년2022년2023년 상반기전체 사고 건수6,553 11,953 13,919 13,146 14,820 10,934 약물 관련사고건수1,676 3,798 4,325 4,198 6,412 5,777 비율25.6% 31.8% 31.1% 31.9% 43.3% 52.8%

※출처:환자 안전 보고데이터(환자 안전 보고학습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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