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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교수 '무더기 사직' 할까…유화책 거절하며 '진료축소' 압박
기사 작성일 : 2024-04-22 17:00:32

의대 증원 축소 여지에도 의료계 반발 계속


서대연 기자 = 의대정원을 둘러싼 의정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1일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한 의료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정부가 일부 국립대 총장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2025학년도 의대 증원분을 각 대학이 50~100%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결정했지만 의료계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며 원점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2024.4.21

김병규 박주영 김잔디 오진송 권지현 기자 = 의대 증원과 관련한 정부의 '유화책'을 의료계가 거부한 가운데, 의료계가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 효력 발생을 주장하고 추가적인 진료 축소를 예고하며 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의대 교수들은 사직서를 제출한지 한 달째인 25일 무더기 사직이 나올 것이라고 주장하는 한편 첫 진료 환자(신환) 등의 진료를 줄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충남대병원은 금요일 진료를 축소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교수들의 '무더기 사직' 압박에 대해 정부는 실제로 사직서를 제출해 효력이 발생하는 경우는 없다는 입장이다.

환자들은 "중증 환자들이 호스피스로 내몰리고 있고 환자의 생명과 노동자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며 정부와 의료계에 대화를 촉구했다.


생각에 잠긴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


(세종= 배재만 기자 =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2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브리핑룸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결과를 설명하기에 앞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2024.4.22

◇ "의대 교수들, 25일 떠날 것"…복지부 "수리 예정 사례 없어"

22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의료계는 의대 교수들이 집단 사직서 제출을 시작한지 한 달 째인 오는 25일 실제로 의료 현장을 떠나는 사례가 나올 것이라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지난 19일 온라인으로 총회를 연 뒤 보도자료를 통해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변함이 없다"며 "적절한 정부의 조치가 없을 시 예정대로 4월 25일부터 교수 사직이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대위도 지난 20일 브리핑에서 "사직서를 낸 의대 교수들은 이르면 이달 25일에 사직서가 수리될 거고, 수리 여부와는 상관없이 그날 사직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인 교수들도 많다"며 "대통령이 대승적 차원에서 원점 재논의라는 결단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민법은 고용계약 해지 의사를 밝힌 뒤 1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대 교수들은 지난달 25일부터 집단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의대별로 발표했는데, 25일은 이런 움직임이 나온지 한 달이 지난 시점이다.

다만 상징적인 의미의 사직서 제출이 적지 않아서 실제로 의대 교수들의 사직이 25일부터 효력이 발생하는 경우가 다수 나올지는 미지수다.

교수들이 쓴 사직서를 각 대학 의대교수 비대위가 모아 가지고 있으면서 제출하지 않은 사례도 많고, 의대 학장이 가지고 있으면서 대학 본부에 전달하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 교수 중에는 민법의 관련 규정 적용을 받지 않는 '기간의 약정이 있는 근로계약'을 한 경우도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22일 브리핑에서 이런 상황을 설명하면서 "사직서 제출 여부, 제출 날짜, 계약 형태는 상이하다"며 "교육 당국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현재까지 대학본부에 접수돼 사직서가 수리될 예정인 (의대 교수) 사례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5일 일률적으로 사직 효력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며 "대학본부에 접수된 사례가 일부 있기는 하지만 형식적 요건이나 절차가 갖춰졌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교육당국에 따르면 그러한 형식 요건을 다 갖춰서 실질적으로 사직서가 수리될 것은 없는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도 사직서를 제출한 의대 교수 규모에 대해 "(세간에) 알려진 것보다 적다"라며 "교육부가 파악하는 것은 총장에 의해 임용되신 교수들인데, 이분들 중에선 사직서를 제출한 분이 많지 않고 별도로 사직 처리된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교수'로 불리는 대학병원 의사 가운데는 '병원장'이 채용해 진료를 보는 의사가 있고, '대학 총장'이 임명해 강의와 병원 진료를 하는 교수가 있는데 총장에게 임명된 교수 가운데 사직서를 제출한 경우는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100건 안팎'보다 훨씬 적으며 집단 사직서가 교무처에 정식 접수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또, 사직서를 제출하더라도 총장 또는 학교법인 이사장이 이를 수리하지 않으면 사직 처리가 되지 않는다고 교육부는 강조했다.


피켓 든 의대교수


(대전= 김준범 기자 = 5일 오후 대전시 중구 문화동 충남대학교 보운캠퍼스에서 의대 교수와 학생들이 정부 의대 증원 방침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24.4.5

◇ '무더기 사직' 아니라도 교수 이탈 계속될 듯…금요일 외래 휴진 사례도

정부가 25일 사직서가 수리될 의대 교수 사례가 없다고 일축했지만, 의료계에서는 일부 교수들을 중심으로 조용히 사직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무더기 사직이 현실화되지 않더라도, 현 상황이 해결되지 않는 한 교수들의 이탈이 지속해서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신장분과 강희경·안요한 교수는 최근 환자들에게 오는 8월 31일까지만 근무한다는 사실을 알리며 치료를 지속할 수 있는 별도의 병원을 안내했다.

서울대병원뿐만 아니라 또다른 '빅5' 병원 중에서도 사직 시기를 저울질하는 교수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직을 고려하는 교수들은 돌보던 환자를 정리하고, 새로운 병원·의료진에게 연계해주는 등의 작업을 진행 중으로 알려졌다. 각자의 상황이 다른 탓에 사직 시기는 제각각일 가능성이 크다.

의대교수들은 사직 효력 발생을 강조하는 한편으로는 진료를 더 줄이겠다고도 압박하고 있다.

전의비는 지난 19일 "장기간 비상 의료 상황에서 교수들의 정신적, 신체적인 한계로 외래와 입원 환자에 대한 진료가 재조정될 수밖에 없다"며 "대학별 과별 특성에 맞게 진료 재조정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진료 재조정'은 첫 방문 환자 진료를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전의비 관계자는 "(25일에) 사직을 하게된 상황에서 (계속 진료를 못해) 책임을 못 지는 상황이니 신환을 보는 것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 회의 참가자들이 동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대병원·세종충남대병원 교수들은 이번 주부터 매주 금요일 외래 진료를 휴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신적·신체적 피로도가 한계에 다다랐다며 외래 진료와 수술은 금요일에 하지 않고 응급실과 중환자실, 투석실 등 응급·중환자 진료와 수술은 지속하기로 했다.

박정수 충남대병원 비대위 대변인은 "결국 환자분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인 만큼 환자와 보호자들께서 이해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의정갈등, 타협점은 어디에


서대연 기자 = 의대정원을 둘러싼 의정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1일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한 의료관계자가 흇식하는 환자들을 지나쳐 이동하고 있다. 정부가 일부 국립대 총장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2025학년도 의대 증원분을 각 대학이 50~100%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결정했지만 의료계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며 원점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2024.4.21

◇ 혼란스러워하는 환자들…"진료정상화 결단해라"

이런 가운데 환자들의 불안감은 더 극심해지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과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환자들은 생명을 위협받고, 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 의사들에게 "진료를 정상화하기 위해 결단하고 행동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최희승 한국중증질환연합회 간사는 "이전에는 말기 암환자가 최후의 항암 후 내성이 생길지라도 마지막까지 치료할 수 있다면 다른 방법을 제안하는 것이 관례였고, 상당수가 짧게는 몇 달에서 길게는 5년까지 생명이 연장됐다"며 "그런데 전공의 집단 사직 후에는 이런 환자에 바로 호스피스를 제안하거나 더 이상 치료할 방법이 없으니 내원을 하지 말라고 통보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최 간사는 "왜 전공의 사직 전과 지금 이런 부분이 달라지는 것인지, 단 1시간의 여명일지라도 누가 이들의 삶의 시간을 정할 수 있는 건지 우리 환자들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 수 추계와 관련해 정부에 '1대1 협의체'를 요구하고 있는 의사단체에는 "의료개혁을 논의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체 참여를 거부한 채 의사단체와 정부끼리 1대1 대화를 하자는 것은 특권적 발상"이라며 "의료개혁은 의사들만의 전유물도 특권도 아니다. 의사 단체들은 대한민국 사회의 일원으로서 사회적 대화에 참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박동주 기자 =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24.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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