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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 갈등 재점화…의·약사 "업무 침해" vs 간호사 "환영"
기사 작성일 : 2024-06-23 08:00:37

간호법안 통과 촉구하는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들


[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권지현 기자 = 여야가 간호사의 진료지원(PA) 업무를 제도화하는 간호법안을 잇달아 내놓자 의·약사단체와 간호사단체가 곧바로 상반된 입장을 내놓으며 보건·의료직능 간 갈등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의·약사 단체는 해당 법안이 타 직능의 고유한 업무를 침범한다고 반발한 반면에 간호사단체는 의정갈등 상황에서 의료정상화의 희망을 보여준다고 환영했다.

시민사회에서는 이 법안이 자칫 직능 간 갈등을 초래해 간호법안 제정을 위한 정상적인 논의를 가로막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피켓 든 참가자


김도훈 기자 =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서울시의사회에서 열린 간호법 재발의 저지를 위한 14 보건복지의료연대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2024.5.17

◇ 간호법안 제정에 의협·약사회 즉각 반발…간협은 환영

23일 정치권과 보건의료업계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지난 20일 '간호사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간호법)을 당론 발의했다. 이 법안은 의사 인력이 부족한 현실을 고려해 전문 간호사뿐 아니라 일반 간호사도 일정 요건 아래 진료지원(PA)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지난 19일 간호법안을 발의하고 20일 의원총회를 통해 간호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간협은 숙원이었던 간호법안 발의를 두고 "의사들의 집단 이기주의에 불안한 국민에게 의료 정상화의 희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의사와 약사 단체는 실제로 간호사 업무 범위를 문제 삼아 즉각 간호법안 철회·수정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여야의 간호법안이 "특정 직역의 권리와 이익만을 대변하는 간호사 특혜법"이라고 반발했다.

아울러 "간호법안은 전문간호사의 무면허·불법 의료행위를 조장하고, 헌법상 포괄 위임 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며 "전문간호사와 간호사에게 현행 의료법 체계를 벗어난 무면허 의료 행위를 하게 하는, 국민 건강을 외면한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간호직역을 포함한 모든 보건의료 인력의 처우 개선이 필요한 것은 인지하고 있다"며 "소모적인 분쟁만 야기하는 간호법 논의를 중단하고, 보건의료 인력 모두의 처우 개선을 위해 국회와 정부가 나서라"고 요구했다.

대한약사회는 "보건의료인 각자의 면허 체계 안에는 독자적인 업무 범위가 있다"며 "국민의힘 법안은 간호사가 진료 지원 업무를 수행하는데 타 직능의 고유 업무에 해당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어 또다시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간호법은 간호 업무와 간호사 인력 지원을 위한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것인데 타 직능과의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조문이 들어가는 것은 입법 과정을 저해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약사회는 "간호사법의 제정 의도가 다시 한번 보건의료계의 직능 갈등으로 퇴색되지 않고 국민 건강을 위한 법률이 되기 위해 국회에서 세심하게 검토해 달라"고 촉구했다.


간호사 간호법안 제정 촉구 결의대회


[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PA 간호사 제도화…"직능간 갈등 유발 소지" 우려도

정치권이 간호사법을 잇달아 다시 내놓은 이유는 최근 전공의 사직으로 인한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PA 간호사를 제도화하겠다는 의도다.

그간 '임상전담 간호사'라고도 불리는 PA 간호사들은 병원의 요구에 따라 수술장 보조, 검사시술 보조, 응급상황 시 보조 등 위법과 탈법의 경계선상에서 의사의 일부 역할을 대신해왔다. 법안이 통과되면 법적으로 인정받는 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더욱 명확해질 수 있다.

그러나 PA 간호사가 오히려 직능 간 갈등을 유발해 보건의료업계의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시민단체 건강돌봄시민행동은 이날 낸 성명에서 "간호사와 다른 직능 간 갈등을 초래할 것"이라며 "현행 의료법·약사법·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과 상충해 대다수 직능과의 갈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단체는 "의료기사 업무인 검사, 의사 업무인 진단, 약사 업무인 투약 등 면허 업무 침해를 허용했는데 어떤 직능이 보고만 있겠나"라며 "이러한 입법은 직능 간 갈등을 부추겨 오히려 간호법 제정을 위한 정상적인 논의를 가로막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 간호법안의 간호사 업무 범위에서 '의료기사 업무'만 제외된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9일 발의한 간호법안에는 간호사 업무로 '의료법에 따른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가 명시됐으며 구체적인 업무의 범위, 한계는 대통령령으로 정하지만 '의료기사 등의 업무는 제외'한다고 돼 있다.

시민행동은 "간호사 업무 범위에서 의료기사 업무를 제외한다고만 규정하면, 약사나 (다른) 보건의료 인력의 업무는 제외되지 않는다는 말인가"라며 공정성 문제를 지적했다.

지난해 2월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간호계의 숙원' 간호법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끝내 폐기됐었다.

간호법 제정 추진 과정에서 대한간호협회(간협) 등 간호계는 의사·간호조무사 등 13개 보건의료단체로 이뤄진 보건복지의료연대와 큰 갈등을 빚었다.

갈등의 이유는 제정안에 담겨 있었던 '지역사회 간호'라는 표현이었다. 이 표현이 간호사의 단독 개원을 가능하게 하고, 간호조무사, 응급구조사 등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게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번 여야 재발의 간호법안에서는 지난해 논란의 쟁점이었던 '지역사회 간호' 문구가 삭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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