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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강도·보복방화…전쟁 속 각종 범죄까지 '무법의 가자'
기사 작성일 : 2024-07-02 17:01:05

김문성 기자 =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중남부 데이르 알 발라 해변 근처의 난민촌에서 지내는 두 가족의 아이들이 공용 수돗가에서 누가 먼저 물을 길어 올지를 놓고 말다툼을 벌였다.

이 다툼이 커지면서 아이 부모들이 약 10분간 총격전을 벌여 40대 아버지가 숨졌다. 경찰이 출동했지만 아무도 체포하지 않고 30분 뒤에 떠났다고 한다.

최근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 난민촌에서는 두 가족의 10대 청소년들이 다툼을 벌이다가 어른들 싸움으로 번졌다.

이때 한 남성이 다른 남성을 살해했으며, 피살자 가족은 상대 가족의 아파트에 불을 질러 복수했다고 목격자들이 말했다.

지난 3월 가자지구 중부의 한 시골 마을에서 주민 무함마드 아부 카르쉬가 자신의 차에서 배터리를 훔친 도둑을 뒤쫓아가다가 머리에 총을 맞고 숨졌다.

그의 친척들이 경찰에 신고했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피란민들


[EPA=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정정파 하마스가 전쟁을 벌인 지 거의 9개월이 다 된 가자지구에서 이처럼 살인과 폭력, 강도 등 각종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공격으로 인한 팔레스타인 사망자 말고도 범죄에 목숨을 잃는 민간인도 많아지고 있다. 범죄 기승은 국제기구와 단체들의 현지 원조 활동도 더욱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이스라엘이 이번 전쟁으로 하마스의 공공질서 장악력을 무너뜨렸지만 치안 공백을 메우지 않았다고 WSJ은 지적했다.

주민 대부분이 피란을 떠난 가자지구 북부에서는 이스라엘군의 폭격을 받지 않은 집들이 약탈에 노출돼 있다.

남은 주민들은 약탈자들이 전쟁으로 인한 고통 때문에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훔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등 더욱 뻔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피란민이 몰려 있는 가자지구 남부와 중부에서는 식량과 물, 의약품 등이 충분하지 않은 탓에 매일 생필품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경찰이 없거나 있더라도 무기력한 상태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정부의 이스마일 알-타와브타 공보국장은 이스라엘이 이번 전쟁에서 수십개의 가자지구 경찰서를 표적으로 삼아 수백명의 경찰관을 살해해 경찰력이 약화했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라파 난민촌서 땔감 파는 팔레스타인 소년


[EPA=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WSJ은 전쟁 이전에 가자지구 주민들은 경범죄도 거의 없고 범죄를 저지르면 가혹한 처벌이 내려져 비교적 안전하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금은 남아 있는 경찰이 과중한 업무와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연료 부족과 통신 장애 등으로 경찰차로 순찰을 제대로 할 수 없고 지원 요청도 할 수 없다고 한다.

또 이스라엘군의 표적이 될까 봐 경찰복을 입지 않으며, 보복 폭력의 대상이 될 것을 우려해 얼굴을 가리고 신분을 숨기는 경찰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주민들과 구호 활동가들에 따르면 이스라엘에서 가자지구로 들어오는 구호 트럭을 통한 담배 밀수는 물론 담배 같은 물품을 보관한 창고에 대한 약탈도 증가하고 있다.

이같은 범죄는 인도주의 단체들의 구호 활동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국제적십자위원회의 가자지구 담당자인 윌리엄 숌버그는 "법과 질서의 총체적 붕괴로 가자지구에 있는 모든 사람이 엄청난 활동 제약을 받고 있다"며 "매우 많은 약탈 사례가 있는데 이는 부분적으로 민간인들의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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