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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의 덫] ② 인구 대비 전세사기 1위 대전…피해자 4명 목숨 끊어
기사 작성일 : 2024-07-17 07:01:19

'전세사기는 사회적 재난이다'


[ 자료사진]

(대전·서울= 강수환 기자 = 지난 2022년 전세사기 1호 사건인 서울 '세 모녀 사건'을 시작으로 2년간 전국에서 수많은 전세사기 피해자가 쏟아져 나왔다.

1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에서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은 사람은 누적 1만8천125명이다.

지역별로 서울(26.1%), 경기(21.7%), 인천(13.8%), 대전(13.1%), 부산(10.9%) 순으로 많았다.

피해자는 주로 다세대주택(32.5%)과 오피스텔(21.3%), 다가구주택(17.6%)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세입자 10명 중 7명(73.8%)은 10∼30대 청년층이었다.

◇ 대전 인구 10만명당 165명이 전세사기 당해

대전은 10만명 당 피해자가 165명으로 인구 대비 전국에서 전세사기 피해자가 가장 많다.

인구 10만명 당 피해자 수가 서울 50.5명, 경기 28.7명, 인천 83.1명, 부산 60.4명인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많은 숫자다.

국토부에서 인정한 대전 전세사기 피해자는 누적 2천376명이다.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2022년 7월부터 약 2년간 전세사기 관련 고소장을 접수한 지역 피해자는 2천여명으로, 피해액은 수사 중인 사건까지 포함하면 2천136억원이었다.

검찰로 송치된 대전 지역 전세사기 관련 피의자는 지난달 기준 254명으로, 이 중 23명은 구속됐다.

사기를 당한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끊는 피해자도 이어졌다.

전세사기 범행을 저지르고 미국으로 도망간 집주인 때문에 "돈 받기는 틀렸다"고 말한 세입자 A(50)씨가 지난해 6월 30일 목숨을 끊었다.

A씨 외에도 유가족의 반대로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전세사기 사망자 3명이 더 있다.

이들은 모두 20∼30대 청년들로 1월에 1명, 3월에 2명이 전세사기 충격에 세상을 등졌다.

◇ 전세사기 전국 특별단속 2년…피해 복구는 더디기만

이른바 '세 모녀 전세사기' 사건 발생 후 정부는 2022년 7월부터 전세사기 전국 특별단속을 실시했다.

그 결과 지난 5월까지 약 2년간 전국에서 1천630여명의 전세사기범이 기소되고, 이 중 393명이 구속됐다.

전세사기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지난 2년간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피해자는 공식적으로 8명이다.

그간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해 여러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피해자들은 삶이 나아진 게 없다고 하소연한다.

대부분이 '대출 돌려막기' 식의 선심성 지원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 통과된 전세사기특별법은 다가구주택 피해 지원과 실효성 있는 구제 방안이 빠져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공공기관이 전세사기 피해자 전세보증금 반환채권을 사들여 보증금 일부를 먼저 돌려준 뒤 피해주택을 매각하는 등의 방식으로 자금을 회수하는 '선 구제 후 회수' 방안의 특별법 개정안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지난 국회에서 폐기됐다.

대신 정부는 피해 주택 경매차익을 피해자에게 돌려주는 안을 제시한 상황이다.

피해자들이 바라는 것은 전세사기 범죄자에 대한 엄벌과 실질적인 피해 복구다.

장선훈 대전전세사기대책위 위원장은 "전세사기 최고 형량은 15년에 불과하고 법원이 내리는 형량도 대부분 10년 미만인 데 반해 피해자는 20년간 빚에 허덕이며 살아야 한다"며 "전세사기범에 대한 형량을 높이고 피해금을 빨리 회수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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