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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숙의 집수다] 전세사기 직격탄 맞은 신축 빌라…취득세 폭탄까지?
기사 작성일 : 2024-07-18 09:00:19

서미숙 기자 = "2년 전에 빌라를 지었는데 전세사기가 터지면서 한 채도 못팔아 취득세 중과세를 추징당하게 생겼어요. 대출 이자도 못낼 판인데 이 상태로는 집을 경매로 넘기는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과 양천구 목동에 빌라 32가구를 신축한 A씨의 말이다.

분양을 목적으로 빌라를 지었던 주택신축판매업자들이 최근 취득세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빌라 기피 현상이 심화하며 분양이 안돼 대출 이자에 더해 감면받았던 취득세까지 다시 중과될 처지에 몰린 것이다.



서울 빌라 밀집지역 모습 [ 자료사진]

◇ '전세사기' 후폭풍…취득후 3년내 못판 빌라 취득세 폭탄

2020년 8월 개정된 지방세법에 따르면 신규 주택 취득 시 1주택자의 취득세는 1∼3%의 기본세율이 적용되지만, 2∼4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조정대상지역 여부와 보유 주택 수에 따라 최대 8∼12%의 중과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다만 주택신축판매업자가 주택건설사업을 위해 주택을 취득할 때는 최대 8∼12%의 중과세율이 아닌 1∼3%의 일반세율이 적용된다.

대신 취득일로부터 1년 내 주택을 멸실하고, 취득일로부터 3년 이내에 신축 주택의 판매를 완료해야 취득세가 중과되지 않는다. 기한 내 주택을 팔지 못하면 미분양분에 대해 중과세가 추징된다.

A씨는 집값이 급등했던 2021년 9월 독산동에서 단독주택 2가구를 매입해 2022년 5월 신축 빌라 16가구를 완공했다.

이후 목동에도 같은 방식으로 빌라 16가구를 신축했다.

독산동은 올해 9월, 목동은 내년에 취득 3년의 기한이 돌아오지만, 현재까지 단 한 가구도 팔지 못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최대 3억원가량의 중과세와 가산세가 추징될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빌라 신축 직후 금리가 급등해 대출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데다, 전세사기 문제까지 터지면서 빌라 기피 현상이 심화됐다"며 "당초 3억2천만∼3억3천만원이던 분양가를 2억5천∼2억6천만원까지 낮췄지만 사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A씨는 "지금 대출 이자 내기도 힘든 상황인데 억대의 중과세까지 맞게 되면 더는 버틸 방법이 없다"며 "취득세 중과를 맞지 않으려면 대출 이자를 연체하고 집을 경매로 넘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강동구에서 빌라를 신축한 B씨도 최근 구청으로부터 취득일로부터 3년이 되는 올해 10월까지 신축 주택을 팔지 못하는 경우 앞서 3%로 납부한 취득세(가산세 포함)를 중과세율로 다시 신고 납부하라는 안내문을 받았다.

구 관계자는 "취득 후 3년이 도래하는 신축 빌라 취득세 중과 문제가 본격화되는 것 같다"며 "현행법상 '정당한 사유'가 아닌 이상 3년 내 신축 주택 판매를 끝내야 하는데, 현재 전세사기 등으로 인한 변수는 정당한 사유에 포함되지 않아 중과세를 부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빌라 중개 매물 모습 [ 자료사진]

◇ 신축 미분양 빌라 수도권에 집중…"비아파트 공급 확대 비상"

주택업계는 현재 빌라 시장이 고금리와 전세사기의 직격탄을 맞으며 공급이 크게 위축된 가운데 앞으로 신축 빌라의 취득세 중과 문제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2021∼2022년에 기존 주택을 매입해서 신축한 빌라들의 '3년 기한'이 점차 도래하면서 중과세 추징 대상이 늘어날 전망이다.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가 시행된 2020년 8월부터 정부가 대대적으로 규제지역을 해제(강남3구·용산구 제외)한 2023년 1월 전까지는 서울과 수도권 상당지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였던 때라 이 시기에 빌라 신축을 위해 사들인 주택은 취득세가 최대 12%까지 중과될 수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2년 전국에서 준공된 빌라(다세대·연립)는 총 4만7천522가구로 85%인 4만417가구가 당시 조정대상지역이 많았던 수도권에 몰려 있다. 이중 서울 물량이 2만가구에 달한다.

2021년 준공 물량은 이보다 더 많아 서울 2만3천340가구를 포함해 수도권에 4만4천392가구의 빌라가 준공했다.

정부는 아직 정확한 중과 대상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동네 빌라는 아파트를 짓는 등록 주택건설업자가 아니라 개인들이 주택신축판매업 면허를 받아 공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적지 않은 물량이 취득세 중과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 매매와 전셋값이 급락하고 기피 현상이 심화하면서 곳곳에 지어놓고 안팔린 빌라들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빌라 소유주들은 전세사기 등과 같은 특수 상황을 고려해 현재 중과 예외 기준을 3년에서 최소 5년으로 연장하는 등의 구제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최근 도심 주택공급 부족으로 다세대·연립 등 비아파트 공급을 확대해야 하는 국토부도 이 문제가 빌라 공급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국토부는 올해 초 발표한 1·10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서 비아파트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올해 1월부터 내년 말까지 2년간 준공되는 오피스텔·빌라 등 신축 소형 주택을 주택 수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등의 수요 진작책을 내놨다.

그러나 이보다 먼저 준공된 빌라는 헤택을 받지 못한다.

전문가들 사이에는 서민주택인 빌라 등 비아파트의 안정적인 공급 확대를 위해 과거 아파트 기준으로 만들었던 관련 규제를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해 빌라 인허가 물량은 1만4천940가구로 전년(4만5천858가구) 대비 67.4%나 감소했다.

주택산업연구원 김덕례 주택연구실장은 "정부의 세제·대출 규제나 주택정책은 분양승인 대상인 30가구 이상 아파트 위주로 만들어진 것인데 상대적으로 시장이 열악한 소규모 단독이나 빌라에도 아파트 위주의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맞는지 재점검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우병탁 부동산팀장은 "빌라 시장이 안좋다고 무작정 규제를 풀면 풍선효과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며 "투기 목적은 차단하면서 무주택 서민을 위한 비아파트 공급은 활성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제도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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