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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창고 열어보니 온통 흙탕물에 토사 범벅"…폭우 덮친 화성 공단
기사 작성일 : 2024-07-18 16:01:11

(화성= 김솔 기자 = "아침에 부랴부랴 창고에 도착해 문을 열어보니 흙탕물이 10㎝ 가까이 들어차 있었어요. 너무 막막했죠."


폭우로 무너진 화성 향남읍 공단 인근 야산


[촬영 김솔]

경기도 전역에 호우특보가 내려진 18일 경기 화성시 향남읍 화리현리의 한 공장단지에서 만난 반도체 부품 창고 운영자 50대 김모 씨는 이렇게 말하며 허탈해했다.

이날 0시부터 오후 3시까지 화성 향남읍에서는 223.5㎜의 비가 내렸다. 이는 이날 도내 각 시군에서 기록된 강수량 가운데 가장 큰 수치이다.

특히 오전 10시 전후에는 시간당 65.5㎜의 폭우가 쏟아졌다.

이날 오후 김씨가 운영 중인 150평 남짓한 창고 바닥에는 흙탕물이 질퍽하게 고여 있었고 곳곳에 흙더미가 쌓여 있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이른 오전부터 쏟아진 거센 폭우 탓에 인근 야산에서 흘러내린 흙탕물이 창고 안까지 순식간에 들어차버린 것이다.

산비탈과 마주 보고 있는 외벽 한 면은 비탈에서 떨어져 내린 수십㎝ 높이의 토사 더미로 여전히 가로막혀 있어, 이 방향으로 설치된 문조차 열리지 않았다.

김씨는 임대차 계약을 마친 지 한 달밖에 안 된 관계로 이곳 창고를 대부분 비워뒀던 것이 불행 중 다행이라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김씨는 "창고 안 별도 공간에 보관 예정인 반도체 부품 샘플 몇 가지를 뒀는데, 일부는 물이 닿아 조금 손상됐다"며 "그나마 소량의 샘플만 보관해둬서 피해가 거의 없었지만, 만약 제품이 가득 차 있었다면 피해가 매우 컸을 것"이라고 했다.


화성 향남읍 한 페인트 보관업체 바닥에 흙탕물이 말라붙은 모습


[촬영 김솔]

그러면서도 김씨는 이른 아침부터 5시간 동안 들어찬 물을 빼내고 호스로 토사를 씻어내지만, 진척이 없다며 한숨 쉬었다.

김씨는 "안 그래도 며칠 전부터 비가 많이 내리면 근처 야산과 다른 사유지에서 흙이 쏟아져 내려올 수도 있겠다 싶어 걱정하고 있었다"며 "본격적인 운영을 앞두고 이런 일이 생겨서 속상하고 앞으로 비슷한 일이 생길까 두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일대 창고나 공장 등은 상주 인원이 많고 고가의 제품을 보관하고 있는 경우도 잦아 강한 비가 내리면 피해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며 "지자체나 관계 당국이 이런 상황을 대비해 선제적으로 현장 점검을 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인근에서 페인트 보관업체를 운영 중인 유모(42) 씨도 직원 한 명과 연신 호스로 물을 뿌리며 창고 안에 들어찼던 토사를 치우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이 업체의 경우 야산으로부터 약 100m 떨어져 있지만, 다른 업체들에 비해 저지대에 자리 잡고 있어 침수를 피해 갈 수 없었다고 한다.

업체 창고 안에는 15㎝가량의 팔레트 위에 각종 페인트가 담긴 용기들이 올려져 있었는데, 팔레트 하단에 갈색 흙탕물이 말라붙은 자국이 선명했다.

350평 규모의 이곳 창고 바닥도 마찬가지로 이곳저곳에 자갈과 흙이 엉겨 붙어 있었다.


화성 향남읍 공단의 도로가 물에 잠긴 모습


[촬영 김솔]

큰 규모의 창고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공장 단지 특성상 물이 빠질 공간이 여의찮아 집중호우가 내리면 내부엔 손쓸 새도 없이 순식간에 물이 들어찬다.

특히 산과 인접한 이곳 공장 단지의 경우 강한 비가 내릴 때면 밀려 내려온 토사가 배수로까지 막아버리는 경우가 잦다.

이 때문에 공장단지 내에서도 비교적 저지대에 위치한 이 업체 관계자들은 장마철마다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며 하소연했다.

유씨는 "아침에 CCTV로 창고 상황을 보니 예사롭지 않아 일찍이 집을 나섰는데, 폭우 때문에 정체가 너무 심해 속이 탔다"며 "가뜩이나 빗물이 도로에 가득 차 있는 데다가 특히 인근 동오사거리에는 침수 차량들까지 여기저기에 버려져 있어 속도를 낼 수 없었다"며 당시의 애타는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2년 전 장마철에도 침수 피해를 본 경험이 있어 그때 이후로 팔레트에 제품을 올려뒀다"며 "오늘은 다행히 비가 팔레트 절반 높이까지만 들어차 제조업체에서 받아온 제품들이 더럽혀지지 않아 참 다행"이라며 한숨을 돌렸다.

현재 도내 28개 시군에는 호우경보가, 3개 시군에는 호우주의보가 내려져 있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까지 중부지방에 시간당 30∼60mm의 강한 비가 내릴 수 있다며 관련 피해를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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