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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 살충제 사건' 나흘째…유사 증세 1명 또 이송(종합)
기사 작성일 : 2024-07-18 18:00:32

(봉화= 김선형 박세진 황수빈 기자 = 경북 봉화군 봉화읍에서 발생한 복날 살충제 사건을 풀기 위해 경찰이 다방면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18일 용의자를 특정하기 위해 살충제 성분을 섭취한 60∼70대 4명의 행적과 주변인들에 대한 탐문 수사를 나흘째 이어갔다.

경찰은 이들 4명이 경로당 회원 30여명과 함께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고, 경로당에서 따로 커피를 마셨다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피해자들과 행적이 동일한 또 다른 주민 1명이 호흡 마비 등 유사 증세를 보여 이날 추가로 병원에 이송됐다.


경찰, 봉화군 봉화읍 내성4리 경로당 감식


(봉화= 박세진 기자 = 경북경찰청 감식반이 지난 17일 경북 봉화군 봉화읍 내성4리 경로당을 찾아 감식하고 있다. 2024.7.17

◇ 살충제 성분은 어디에서…경찰, 탐문수사 집중

경북경찰청 수사전담팀은 이날 내성4리 경로당 관계자 등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탐문수사를 이어갔다.

쓰러진 4명 중 2명은 경로당 운영진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그간의 탐문수사 등을 통해 쓰러진 4명이 사건 당일 식사 후 경로당에서 커피를 마신 점과, 이와 관련한 두 가지 종류의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냉장고 안에 있는 커피를 빼서 마셨다'는 내용과 '바깥에 있던 커피를 마셨다'는 다른 내용으로 진술이 엇갈린다고 밝혔다.

또 공개된 장소인 경로당의 특성상, 당시 몇명이, 누가 있었는지 등을 확인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쓰러진 4명의 위세척액에서는 살충제 성분인 에토펜프록스, 터부포스 등 유기인제가 검출됐다.

경찰은 용의자가 두 성분이 모두 함유된 특정 제품의 살충제를 사용했거나, 각기 다른 성분이 든 두 가지 살충제를 섞어서 범행을 저질렀을 것으로 보고 판매 경로를 역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커피 외 물과 음료수 등에 대해서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다. 감식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이 2015년 7월 초복에 발생한 '상주 농약사이다 사건'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냉장고에 보관된 사이다에 농약이 주입된 것으로 수사 결과 확인됐다.

경찰은 원한 범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적막한 봉화군 내성4리 경로당


(봉화= 박세진 기자 = 18일 오전 경북 봉화군 봉화읍 내성4리 경로당 일대가 적막하다. 지난 15일 이 경로당에 다니는 60∼70대 여성 4명이 점심을 먹고 차례로 쓰러져 경찰이 수사 중이다. 2024.7.18

◇ 사건 전후 행적·살충제 제품 판매 경로 역추적

경찰은 쓰러진 4명이 사건 당일 오전 단체로 그라운드 골프를 한 정황을 확인했다.

이들과 일행 10여명은 오전 6시 40분께 봉화군 한 그라운드 골프장에서 자체 경기를 했다.

일행은 사건이 발생한 봉화읍 내성4리만이 아닌 각 마을 출신 남녀 혼성 어르신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쓰러진 4명의 행적과 특이점을 파악하기 위해 봉화군 관제센터를 통해 해당 그라운드 골프장을 비추는 폐쇄회로(CC)TV 영상 확보에 나섰다.

또 관할 체육회를 통해 그라운드 골프 협회원 명단을 파악 중이다.

골프장 관계자는 "그날 출근을 했는데 이미 해당 일행들이 코스에서 골프를 치고 있었다"며 "바로 옆에서 잔디를 정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켜볼 수 있었는데 다투거나 이상한 분위기는 감지하지 못했다"라고 전했다.

쓰러진 4명은 골프 경기 이후 각자 귀가한 뒤 복날을 맞이해 인근 한 식당에서 열린 식사 자리에 참석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주변인 진술이 중요한 상황이라 마을 주민들의 진술을 확보하고 있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행적을 추적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쓰러진 4명의 위세척액에서 나온 살충제 성분이 든 제품 판매 경로를 역추적하고 있다.

농약관리법에 따르면 농약 판매업자는 농약 등을 판매한 경우 구매자의 이름, 연락처 등을 전자 시스템에 기록해 3년간 보존해야 한다.


경찰 수사 '그라운드 골프장'으로


(봉화= 박세진 기자 = '복날 살충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사건 연관성을 확인 중인 그라운드 골프장의 18일 오전 모습. 2024.7.18

◇ '유사 증상' 보인 추가 환자 발생…경찰 "추가 조사 필요"

사건 발생 나흘째인 18일 오후 내성4리 경로당 인근에 거주하는 A(85·여)씨가 앞서 쓰러진 4명과 유사한 증상을 보여 현재 병원치료를 받고 있다.

앞서 쓰러진 4명의 공통된 초기 증상은 호흡 마비와 침 흘림, 근육 경직 등이었다.

A씨는 주거지 인근 병원에 스스로 걸어 갔다가 종합병원으로 가길 원해 이송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의 위세척액을 국과수에 보낼 계획이다.

A씨는 또 앞서 쓰러진 4명과 같은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경로당에도 방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들과 같은 식탁에 앉지는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고령인 만큼 정확한 원인은 조사를 해봐야 한다"며 "증상이 뒤늦게 나타나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쓰러진 4명 중 3명은 상태가 다소 호전 중이나 언제든 악화할 수 있는 상태로 알려졌다.

이송 과정에 심정지가 왔던 B(69)씨는 여전히 중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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