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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뢰·폭우·찜통' 극한 변덕 날씨에 녹초…"대기 불안정 때문"(종합)
기사 작성일 : 2024-07-24 18:00:30

번개


[ 자료사진]

(횡성·원주= 이재현 기자 = "지금까지 살면서 잠이 화들짝 깰 정도로 엄청나게 큰 천둥·번개를 처음 겪거니와 출근길 시간당 88.5㎜의 폭우가 멎자마자 낮에 폭염특보를 경험하기는 처음입니다. 과연 같은 날이 맞나 의아할 정도네요."

강원 횡성군 횡성읍 사는 40대 직장인 A씨는 24일 새벽 천둥·번개를 동반한 집중 폭우에 화들짝 잠을 깼다.

자정을 넘겨 계속된 천둥·번개는 새벽 내내 이어져 잠을 설친 데다 시간당 88.5㎜의 폭우를 뚫고서 자녀를 차량으로 안전하게 등교시킨 뒤 겨우 직장에 출근한 A씨는 '폭염특보 발령'이라는 재난 문자를 받자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A씨뿐만 아니라 횡성 인근의 원주와 영월, 평창 등 강원 중·남부권 주민들은 극한 날씨에 하루 종일 녹초가 됐다.

원주시의 한 맘카페에는 '자다가 놀랐어요. 천둥·번개가 번쩍번쩍 우르르 쾅', '천둥·번개 소리에 애들이 움찔거려요', '강아지도 놀래서 짓고 저도 무섭네요', '초2 방학은 내일인데, 어찌해야 할지, 출근도 해야 하는데'라는 글이 쇄도했다.

또 '아침에 그리 퍼붓고 아이들 등교 때문에 걱정했는데, 폭염특보 안전 문자가 오다니. 오늘 하루 같은 날이 맞나요'라는 글도 이어졌다.

이날 주민들의 극한 날씨 경험은 재난안전정보 포털 앱 '안전디딤돌'이 제공하는 재난 문자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횡성 청일∼둔내 구간에 흘러내린 토사


(횡성= 강원 영서 중부에 100㎜가 넘는 폭우 쏟아진 24일 오전 횡성군 청일면 갑천리 인근 도로에 산사태가 발생, 군청 등이 중장비를 투입해 응급 복구를 하고 있다. 이 산사태로 청일면∼둔내면 구간의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2024.7.24 [횡성군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출근 전에는 '지속되는 강우로 원주천 수위가 급상승하고 있습니다. 즉시 이동 주차 바랍니다', '산림 주변 위험지역 접근·통행금지, 대피 발령 시 안전지대로 대피 바랍니다'라는 재난 문자가 쏟아졌다.

그러더니 오전 10시부터는 폭염특보 발령과 함께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충분히 물을 섭취하라는 내용의 재난 문자가 이어졌다.

극한 날씨는 기상청 데이터를 통해 더욱더 극명하게 나타났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0시부터 오전 9시 사이 낙뢰 횟수는 횡성 980회, 원주 758회, 영월 709회, 평창 149회로 집계됐다.

시간당 강수량은 횡성 오전 6시 48분 88.5㎜, 원주 신림 오전 8시 31분 49㎜ 등이다.

낮 최고 기온은 홍천 화촌 31.2도, 횡성 31도, 영월 30.4도, 원주 문막 30.4도 등으로 폭염이 이어졌다.

이처럼 해당 지역 주민들이 생애 처음 겪었을 법한 극한 날씨의 원인은 더 심해진 대기불안 때문이라고 기상청은 설명한다.

기상청은 "대기 하층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급격히 상승, 찬 공기와 섞이면서 대기가 매우 불안정해진다"며 "이런 상황이 더 악화하면서 비구름대가 수직으로 높게 형성되고 강하게 발달하면서 짧은 시간에 많은 비를 뿌렸다"고 분석했다.

또 낙뢰와 관련해서는 "불안정한 대기 상태가 더 심각하면 천둥·번개를 동반하기 마련인데, 지난 밤사이에는 강한 비와 낙뢰가 동시에 발달한 결과 잠을 깰 정도의 낙뢰까지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재난 상황 점검하는 원강수 원주시장


[원주시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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