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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해리스 "가자전쟁 종식" 합창하지만…속으론 딴 셈법
기사 작성일 : 2024-07-26 18:01:03


올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맞붙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F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장재은 기자 = 카멀라 해리스(민주·59)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78·공화) 전 대통령 등 두 미국 대선후보가 가자지구 전쟁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 데 의견일치를 봤다.

그러나 두 사람의 견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유, 목적, 셈법이 전혀 다른 동상이몽일 수 있다는 점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해리스 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나 가자지구 전쟁의 종식을 촉구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대신 대선후보로 나선 해리스 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확인한 원칙은 크게 세 가지였다.

이스라엘의 자기방어권 지지, 가자지구 내 민간인 보호 강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두 국가 해법' 권고 등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기조 그대로다.

해리스 부통령은 특히 가자지구의 실태를 파멸적이라고 규정하며 민간인 보호 차원에서 신속한 휴전과 종전을 주문했다.

그는 "죽은 아이들, 안전을 위해 달아나는 필사적이고 굶주린 이들, 두 번 세 번 네 번까지 피란한 이들의 모습을 보라"며 "우리는 이런 비극을 외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저런 고통에 둔감해지도록 우리 자신을 내버려 두면 안 된다"며 "나는 (가자지구 내 인도주의 위기에) 침묵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바이든 대통령보다 훨씬 직설적이고 강경한 어조로 주목받는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해리스 부통령의 이날 발언과 같은 목표를 제시하긴 했으나 거의 모두 어구가 비슷한 원칙적 발언의 되풀이였다.

해리스 부통령의 이날 상대적 강경론은 바이든 대통령의 대이스라엘 정책에 대한 당내 반발 속에 대안으로 나왔다는 맥락이 주목된다.



해리스 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AF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스라엘은 작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을 받은 뒤 이들의 근거지 가자지구를 봉쇄하고 9개월 넘게 보복 전쟁을 지속하고 있다.

인구 230만명의 가자지구는 이스라엘의 봉쇄와 무차별 공세 때문에 전쟁 이후 3만9천명(가자 보건당국 집계)이 넘게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같은 가자지구의 인도주의 위기 때문에 국내외에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올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내에서 이스라엘에 과도하게 친화적인 태도, 살상용 무기 공급 등 군사지원 지속 때문에 반감이 심하다.

아랍계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미시간주 같은 경합주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대이스라엘 정책에서 뚜렷한 변화를 제시하지 않으면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유권자들까지 존재한다.

결국 해리스 부통령의 강경론에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에 대한 지지뿐만 아니라 대선을 위한 전략도 반영된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와 회동하기 하루 전인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에 하마스와의 전쟁을 신속히 끝내고 인질을 데려오라고 촉구했다.

그는 자신이 재선하면 전쟁을 신속히 끝내겠다고 했지만 어떤 방식인지는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쟁을 끝내야 할 이유로 팔레스타인 주민의 인도주의 위기가 아닌 국제사회에서 실추된 이스라엘의 이미지를 들었다.

그는 "이런 홍보 속에 이스라엘이 크게 지고 있기 때문에 전쟁이 끝나야 한다"며 "이스라엘이 대외홍보가 크게 훌륭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국 안팎의 언론 매체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날 종전 발언 배경으로 기획된 정책기조보다는 네타냐후 총리와의 관계를 주목했다.

집권1기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은 미국 정부가 전통적으로 지향해온 인권 같은 보편가치보다는 고립주의 성향이 짙었다.



네타냐후 총리와 트럼프 전 대통령 [A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피부에 와닿는 미국의 이익이 없거나 대가 지급이 없으면 외국 사정에 대한 개입을 꺼리는 이른바 거래적 동맹관이 지배하는 집권기였다.

집권 시절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을 향한 찬사에 약하고 비판이나 배신에는 보복 욕구를 견디지 못하는 성향을 자주 드러내곤 했다.

그런 점으로 미뤄 볼 때 전쟁 종식을 촉구하는 실질적 이유가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보복에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현재 부정부패 혐의, 하마스 기습에 자국민 1천200명이 살해당한 안보 참패 책임 때문에 궁지에 몰린 상태다.

유일한 돌파구는 하마스 전면 해체와 같은 완승인 까닭에 전쟁 즉각적 종식은 자신의 정치생명 연장에 대한 공개적 위협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의 관계는 지난 미국 대선 다음 해인 2021년 초에 악화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대선결과에 불복해 부정선거를 주장할 때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쪽으로 전향해 지지를 선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그가 끔찍한 실수를 했다"며 "비비(네타냐후 총리의 별명)는 계속 조용히 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에 이미 태도를 바꿔 찬사를 재개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1기에 국제법까지 무시하고 이스라엘의 중동 내 숙원을 모두 이뤄줄 기세였다.

그는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 아랍권 국가들과 이스라엘의 관계정상화를 중재하고 이스라엘이 1967년 전쟁으로 빼앗은 시리아 영토인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공식적으로 지지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미국 정부의 전통적 입장을 뒤집고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일방적으로 선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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