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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깊어지는 '의료공백' 우려, 정부가 돌파구 제시해야
기사 작성일 : 2024-08-25 14:00:33

의료공백, 탈출구는 어디에


서대연 기자

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은 61개 병원 사업장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찬성률 91%로 총파업이 가결됐다고 24일 밝혔다. 앞서 노조는 지난 13일 중앙노동위원회와 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신청서를 제출해 15일간의 조정절차가 개시된 상태다. 조정이 결렬된다면 오는 29일부터 동시 파업이 현실화할 전망이다. 노조에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등 60여개 직종이 속해있다.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6개월이 넘은 가운데 그나마 의료현장의 최전선을 지켜온 이들마저 실제 파업에 참여한다면 의료공백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노조는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선결 조건으로 내걸고 불법의료 근절과 업무범위 명확화, 주4일제 시범사업 실시, 간접고용 문제 해결, 총액 대비 6.4%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큰 틀에서 의정갈등 장기화의 직격탄을 맞은 직역의 종사자들로서 근로조건 개선을 넘어 정부를 향해 근본적으로 의료공백 상황을 종식시켜 달라는 주문을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조합원의 70%가량이 간호사 직종이라고 한다. 전공의들이 떠난 빈자리는 물론이고 의료현장을 지키다 피로도가 극에 달해 사직한 교수 등의 업무 공백까지 메워온 게 간호사들이라는 점에서 파업에 실제 돌입할 경우 의료현장에 미칠 여파가 우려스럽다.

보건의료노조의 파업 문제는 노사관계의 틀로만 접근해선 해법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전공의 집단이탈이 6개월을 넘기며 수련병원의 75%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할 정도로 전국 병원 곳곳이 심각한 재정난을 호소하고 있다. 노조는 총액 대비 6.4% 임금인상과 주4일 근무제 등을 요구하지만 노사 간 타협점을 찾기 힘들다. 병원 손에만 맡긴다면 노조의 파업은 현실화할 수밖에 없다. 노조는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업무 인력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남은 인력의 업무 과부하와 환자들의 불편이 극심해지며 의료대란이 불가피하다.

의료 현장의 혼선이 과도기적 상황이 아니라 '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은 더욱 걱정된다. 전공의들이 올 하반기에도 수련을 거부하면서 인력 공백이 심화하는 가운데 응급실을 중심으로 의료운영 체계 곳곳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코로나19 재유행으로 병원들이 환자를 수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다음 달 추석 연휴 전국 응급실이 아수라장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번지고 있다. 이 와중에 간호사 등도 현장을 이탈한다면 그야말로 악몽이 아닐 수 없다. 일부에서는 응급실 연쇄 셧다운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거론된다. 정부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책임보다 앞설 수 있는 일은 없다. 적극적으로 얽힌 실타래를 풀어내고 장기화하는 의정갈등 해결의 돌파구를 조속히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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