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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서 기자 = "타인의 얼굴 사진을 성 착취물과 합성한 '딥페이크' 피해가 커지고 있는 주요 원인으로 텔레그램이 꼽히고 있죠. 그게 문제는 맞지만, 피해자가 계속 늘고 있다는 사실은 수사당국의 시스템에도 개선할 점이 있다는 방증입니다."

서혜진 여성변호사회 아동·청소년 특별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와 인터뷰에서 "용기를 내어 경찰서에 갔는데 '텔레그램으로 유포됐다면 범인을 잡기 어렵고, 고소도 힘들다'는 답을 듣고 돌아왔다는 피해자들의 호소가 잇따른다"며 "이들이 수사기관으로부터 느꼈던 감정은 무력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서 위원장은 여성가족부 여성폭력방지위원회 위원과 여가부 무료법률구조사업 위촉변호사,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자문변호사 등을 맡고 있다.

2020년께 N번방 사건을 비롯해 각종 성폭력 범죄 사건과 아동학대 사건의 피해자를 변호하고 있다.

그는 "평생 경찰서 근처도 안 가본 피해자들은 정말 큰 용기를 내서 문을 두드린다"며 "신고 접수를 거부당해 여러 경찰서를 전전하면서 좌절감을 느꼈다고 토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가장 걱정스러운 점은 이처럼 신고해도 받아주지 않고, 가해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을 반복적으로 목격하다 보면 '경찰서에 가도 소용없구나'라며 포기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고소장 접수나 신고 절차, 불법 촬영물 삭제 방법 등 피해자에게 필요한 대응 매뉴얼을 경찰청 차원에서 마련해서 널리 알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건의 심각성이 커지기도 했지만 피해가 과장됐다는 얘기도 있다고 하자 그는 "피해자를 실제로 만나보면 '호들갑 떤다'는 말을 절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 위원장은 합성 수준이 조악해서 대충만 보더라도 가짜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던 과거와 달리 이젠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로 실제와 구분이 힘들 정도로 정교한 결과물이 나온다며 "딥페이크물이 실제 불법촬영물보다 피해가 덜하다거나, 과대평가 됐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구= 윤관식 기자 = 30일 대구 수성구 시지중학교에서 학교전담경찰관(SPO)이 학생들에게 딥페이크 성착취물 범죄 예방 홍보물을 배부하고 있다. 2024.8.30

특히 일부 극단적인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를 남녀 갈등으로 바라보는 의견을 경계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피해자 대부분이 여성이지만, 남성 피해자도 분명히 있다"며 "여성만의 문제고, 전 사회가 여성을 편향적으로 옹호한다는 여론은 오히려 남성 피해자를 움츠러들게 만든다"고 우려했다.

이어 "전체 성범죄 가운데 남성 피해자의 비중이 가장 많은 분야가 바로 디지털 성범죄"라며 "남녀를 불문하고 언제, 누구나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성폭력 피해자 주무 부처인 여가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그는 "디지털 성범죄를 포함한 모든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고, 이들의 일상 회복을 지원하는 것은 여가부 고유의 책무이자 존재 이유"라며 "2년 넘게 부처 폐지 갈림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가부가 나서서 모든 부처와 지자체, 시민단체 등 사회 각 분야에 의제를 던져야 하고, 사태 해결의 선두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인철 기자 = 30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딥페이크 성범죄 규탄 여성·엄마들의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