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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격변] ① '쏘이고, 찢기고'…동해안 최북단까지 습격한 해파리
기사 작성일 : 2024-09-01 08:00:40

[※ 편집자 주 = 최근 폭염과 기후 온난화로 강원에서도 이상 기후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는 주민과 관광객 불편뿐만 아니라 농작물 수급 불안으로 물가 상승, 경기 침체 등 또 다른 재앙을 예고하는 상황입니다. 는 강원 도내 바다와 해안, 농어촌 최일선 기후변화 현장을 점검하고, 미래 대응을 위한 실마리를 모색하는 기획 기사를 격주로 송고합니다.]


경포해수욕장의 독성 해파리


[ 자료사진]

(속초= 류호준 기자 = 지난 7월 말 강릉 경포해변에서 만난 피서객 이모(27)씨는 해파리에 쏘인 느낌을 "감전된 듯했다"고 표현했다.

이씨는 "해조류인 줄 알고 방심했다가 쏘였다"며 "처음 쏘일 때 전기에 감전된 듯 찌릿했고 이후 쏘인 부위가 심하게 부었다"고 말했다.

해파리 공포는 동해안 최북단까지 드리우며 어민들 역시 큰 피해를 보았다.

해파리 피해가 극성을 부린 지난달 초 강원 고성군 대진항에서 만난 30년 경력 어민 이모(75)씨는 "올해 같은 해파리 출몰은 처음 본다"고 혀를 내둘렀다.

해파리들은 생선을 잡기 위해 설치한 어망을 찢어놓기도 하고, 어민들의 손과 얼굴 등 피부에 직접적인 손상을 입혔다.


해수욕장에서 해파리 조심하세요


[ 자료사진]

이처럼 올여름 강원 동해안을 비롯한 전국 연안에는 예년에 비해 엄청난 수의 해파리 떼가 출몰했다.

특히 본격적인 피서철이 시작된 7월 중순부터 급증해 피서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고, 어민조차 처음 겪는 기현상에 한때 조업을 포기하는 등 피해가 막심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대책 마련에 분주했으며, 해파리 수매사업 등을 벌여 총 160t을 제거했다.

전문가들은 해파리 증가 이유에 대해 기후 온난화, 나아가 해양 온난화를 지목하며 대책 마련 필요성을 강조했다.

◇ 해파리 쏘임 피해 급증…지자체, 모니터링 강화·대책 마련 골몰

올해 대한민국 연안에 자주 출몰한 해파리는 노무라입깃해파리로 알려져 있다.

길이가 1∼2m에 달하고, 식품 원료로 등재돼 있지만 식감과 향이 좋지 못해 식용으로는 거의 쓰이지 않으며, 독성이 강해 쏘이면 발열과 근육 마비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

1일 강원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올여름 강원 동해안 6개 시·군의 피서객 해파리 쏘임 사고는 총 618건으로 집계됐다.

강릉시가 242건으로 가장 많았고, 양양군 196건, 동해시 99건, 고성군 69건, 삼척시 10건, 속초시 2건으로 뒤를 이었다.

전년 45건 대비 약 14배 증가했다.

직전 3년(2021∼2023년)간 쏘임 사고 건수를 합쳐도 496건에 불과해 올 한해보다 적다.

쏘이더라도 응급처치만 하고 별도 신고를 하지 않은 피서객까지 포함하면 실제 피해 건수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속초해변서 해파리 포획 중인 수상 안전요원


[ 자료사진]

해파리는 본격적인 피서철이 시작된 7월 중순부터 극성을 부렸다.

시군별 해파리 모니터링 결과, 강원 동해안 전 연안에 노무라입깃해파리가 100㎡당 1∼2마리가 출현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지자체별로 해파리 방지망을 설치해 해파리 유입을 막기도 하고, 수상 안전요원이 직접 해파리 포획에 나섰다.

지자체는 어민 구제 방안 마련도 서둘렀다.

강원도는 지난 7월 긴급 해파리 구제사업을 위한 국비 3천만원을 추가 확보, 동해안 각 시·군에 긴급 배정했다.

이달 말까지 강릉과 삼척에서 해파리 ㎏당 300원씩 수매사업을 통해 총 80t의 해파리를 제거했다.

속초, 삼척, 고성에서는 임차한 어선 8척 후미에 절단망을 정착해 20일간 주요 발생해역에서 약 80t의 해파리를 처리했다.

그러나 일부 어민들은 피해 규모에 비해 보상 금액이 턱없이 낮다며 정확한 실태 파악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포획된 해파리


[ 자료사진]

◇ 해양 온난화 속도 점차 빨라져…"생물 서식 변화 등에 큰 영향"

전문가들은 올여름 해파리 급증의 이유로 기후 온난화 등 기후변화를 꼽았다.

기후 온난화에 따른 해수온 상승으로 플랑크톤 등 해파리 먹이가 증식할 수 있는 여건도 조성됐고, '열대성 어종'인 해파리 개체 수도 증가한 것이다.

국립수산과학원(수과원)은 노무라입깃해파리가 지난 6월부터 번식지인 동중국해에서 해류를 타고 동해안까지 북상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일조량 증가 및 연안 해역의 급격한 수온 상승으로 출현 밀도가 높아진 것으로 보고 우리나라의 해양 온난화가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지난 7월 수과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바다가 과거 50년 대비 최근 50년간 해양 온난화가 더욱 심해졌다.

전 지구 평균과 비교해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1923∼1964년 해양관측 자료와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우리나라 전체 해역 해양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이들이 앞서 지난 4월 발표한 자료 역시 내용이 비슷하다.

수과원은 동해의 해양기후 속도가 10년 전과 비교해 2배 이상 빨라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동해의 최근 4년(2020∼2023년) 동안 해양기후 속도는 평균 49.5㎞/10년으로, 2010년대 평균 20.9㎞/10년에 비해 2배 이상 빨라졌다.

해양 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바다가 빠른 속도로 뜨거워지면서 해파리 서식도 급증하고, 나아가 해양 생태계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최용석 국립수산과학원장은 "해양기후 속도의 빠른 증가, 수온 분포 면적의 변화와 같은 물리적인 환경 변화는 해당 해역에 살고 있는 해양 생물의 서식지 변화와 어장 형성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예상욱 한양대 해양융합공학과 교수는 "기후 온난화 등에 전 지구적으로 해수온이 상승, 해파리의 서식 환경이 좋아졌다"며 "특히 올해 해파리 수가 급증한 것을 보면 해수온이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을 수도 있어 관련 연구 등을 통해 해수온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파리 쏘임 안내문이 부착된 속초해수욕장


[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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