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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텔레그램 내사, 딥페이크 성범죄 차단 성과로 이어져야
기사 작성일 : 2024-09-03 17:00:40

텔레그램


[AF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그동안 딥페이크 성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되면서도 사실상 '법외 지대'에 있던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 대해 경찰이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피력해 주목된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2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프랑스에서 했듯이 서울경찰청이 텔레그램 법인에 대해 입건전조사(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혐의는 딥페이크 성범죄 방조라고 한다. 한국 경찰이 강력한 보안성 때문에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텔레그램 법인을 조사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번 내사는 텔레그램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가 지난달 24일 파리에서 전격 체포돼 온라인 성범죄 등 각종 범죄를 방조 및 공모한 혐의로 예비 기소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프랑스 검찰은 미성년자 성 착취물 관련 수사를 하면서 텔레그램 측에 용의자의 신원을 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응하지 않자 두로프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 본부장은 "텔레그램은 계정정보 등 수사 자료를 잘 주지 않지만 나름의 수사 기법으로 최선을 다해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프랑스 수사당국이나 각종 국제기구 등과 공조해 이번 기회에 텔레그램 수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텔레그램은 그동안 한국 수사당국의 협조 요청에 한 번도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번 내사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딥페이크 성범죄에 가장 취약한 국가로 지목될 정도로 피해 정도가 심각하다. 텔레그램에 대한 수사가 어렵다고 당국이 손 놓고만 있을 상황이 아니다. 지난달 말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미국 사이버 보안업체 '시큐리티 히어로'가 지난해 7∼8월 딥페이크 사이트 등에 올라온 영상물 9만5천820건을 분석한 결과 성 착취물에 등장한 개인 중 53%가 한국인이었다. 놀라울 따름이다. 딥페이크 피해자 중 다음으로 미국인(20%)이 많았는데 한국과 격차가 컸다. 게다가 성 착취물 최다 표적인 된 개인 10명 중 8명이 한국 가수였다고 한다. WSJ은 이 소식을 전하면서 "한국이 전 세계적 문제의 진앙임을 시사한다"고 보도했다. 정보기술(IT) 발전이 역설적으로 디지털 성범죄의 폭발적 증가를 부른 'IT 강국' 한국의 부끄러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경찰이 지난달 26일부터 5일간 딥페이크 성범죄를 특별 단속한 결과 검거된 피의자가 7명이었는데 그중 6명이 10대였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이런 범죄에 노출된 청소년이 많아질수록 디지털 성범죄는 우리 사회에 더욱 만연해질 게 불을 보듯 뻔하다. 경찰이 텔레그램에 대한 수사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만큼 조속히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수사당국뿐 아니라 정부도 더욱 경각심을 갖고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불법적인 영상물의 제작 및 유포 행위를 실효성 있게 단속하고 수사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의 관련 입법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이참에 해외 플랫폼 사업자 규제를 위한 국제 공조에도 힘써야 한다. 지금 당장 모두가 팔을 걷어붙이지 않으면 디지털 성범죄 차단의 길은 더욱 요원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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