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EPA 자료사진]
고일환 기자 =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미국 대선에 출마하지 않았지만, 직접 후계자로 낙점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낙선 탓에 '재집권에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얻게 됐다.
미국 대통령 중 재선 도전에 나섰다가 고배를 마신 대통령은 20세기 이후 손에 꼽힐 정도다.
이들의 재선 도전 실패 원인은 각자 다르지만, 대체로 유권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제 분야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1992년 대선에서 연임에 실패한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이 대표적인 경우다.
부시 전 대통령은 구(舊)소련과의 냉전을 끝내고, 걸프전쟁을 승리로 이끌면서 한때 90%에 가까운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경제불황과 세금 인상 등 내치 실패로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구호를 들고나온 민주당의 빌 클린턴 후보에게 백악관을 내줬다.
1932년 대선에서 참패한 허버트 후버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1929년에 발생한 대공황 탓에 임기 내내 '무능한 대통령'이라는 비난 여론에 시달렸다.
당시 후버 전 대통령에게 압승을 거둔 상대는 경제 회생을 위한 '뉴딜'을 공약으로 내건 프랭클린 루스벨트 후보였다.
1980년 대선에서는 임기 내내 인기가 낮았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에게 패해 재선이 좌절됐다.
카터 전 대통령 재임 기간 미국은 전 세계적인 오일쇼크의 여파로 경제불황 속에서도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에 시달렸다.
'스태그플레이션을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한 대통령'이라는 부정적 여론은 대선을 앞두고 발생한 이란 미국 대사관 인질 구출 작전 실패라는 돌발 상황에 더 악화했다.
1979년 2차 오일쇼크 당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연설을 시청하는 주유소 고객
[AP 자료사진]
올해 미국 대선에서도 유권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현안은 경제였다.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 대학이 대선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7%가 경제 문제가 지지 후보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답변했다.
불법 이민(15%)이나 낙태(15%) 등을 넘는 최대 관심사였다는 이야기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바이드노믹스'로 코로나19 팬데믹에 휘청이던 미국 경제를 회생시켰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한 극심한 인플레이션 때문에 중산층을 희생시켰다는 비판을 불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기간 대규모 감세와 미국의 일자리 보호, 고율 관세 등 경제 분야에 대한 공약을 이어 나간 것도 이 같은 유권자들의 관심을 반영한 것이었다.
이버 대선 출구조사에서도 유권자들은 '민주주의', '경제', '낙태', '이민'을 주요 선거 의제로 꼽았는데, 경제와 이민 문제가 해리스 부통령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4년 전에 비해 본인의 경제 형편이 나빠졌다는 응답이 45%에 달해 코로나19 이후 급등한 물가가 선거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 실패에는 경제와 불법 이민자 등 국내 현안뿐 아니라 우크라이나와 가자 전쟁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편 경제가 아닌 다른 요인으로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 경우도 있다.
윌리엄 태프트 전 대통령이 1912년 대선에서 패배한 것은 친구이자 전임자였던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 때문이라는 것이 공통된 견해다.
태프트 전 대통령과 사이가 틀어진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공화당을 탈당하고 제3당을 창당해 대선에 출마했고, 이에 따라 공화당 표가 분산돼 민주당 후보였던 우드로 윌슨이 낙승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좌)과 조 바이든 대통령(우)
[AP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