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aily

[AI교과서 교실혁명] ② 수포자·영포자 없애고 '잠자는 교실' 깨울까
기사 작성일 : 2024-11-10 07:00:34

AI 디지털교과서 프로토타입 체험


지난 9월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에듀테크 코리아 페어에서 관람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 김수현 기자 = 교육부가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려는 것은 일대일 맞춤형 수업이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를 높여 잠자는 교실을 깨우고, 이른바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학생), '영포자'(영어를 포기한 학생)를 없애겠다는 게 교육부가 제시하는 청사진이다.

그러나 많은 학생이 책과 연필을 멀리하고 온종일 스마트폰 화면에만 눈을 고정하는 상황에서 학교에서마저 디지털기기를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AI 디지털 교과서 개발 방식 설명하는 이주호 부총리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6월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AI 디지털 교과서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평균에 맞춘 수업서 탈피…잠자는 교실 깨운다

교육부는 AI 디지털교과서가 학생 개인에게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으로 본다.

학급당 인원이 20∼30명이 되는 교실에서 교사는 평균 수준에 맞춰 수업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상위권 학생은 지루해하고, 하위권 학생은 수업을 따라오지 못해 수업 집중도가 떨어진다.

그러나 AI 디지털교과서는 개개인에 대한 학습 분석 결과에 따라 빠른 학습자를 위해선 토론·논술 등 심화학습 과제를, 느린 학습자에겐 기본 개념과 학습 결손 해소용 보충 학습을 제공한다.

교사는 교실에 있는 학생들의 학습 현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도움이 필요한 학생을 파악해 조언 등을 해줄 수 있다.

학습 데이터 역시 대시보드로 즉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교사들은 하나의 화면만 보고도 학생들이 어떤 문제를 많이 틀렸는지, 어떤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지금은 학생들이 교사의 수업을 제대로 이해하는지 확인할 길이 중간·기말고사밖에 없었지만, 앞으로는 매일 수업 시간에 학생들의 이해도를 알게 되는 셈이다.

학업성취도나 수업 참여도가 갑자기 떨어지는 학생을 빠르게 파악하고 정서적 상담과 지도도 할 수 있다.

학생 입장에서는 부진한 영역은 AI를 통해 보완하면서 해볼 만한 수준의 수업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수업에 흥미를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수포자, 영포자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란 게 교육부 설명이다.

AI 디지털교과서 연수를 받은 교사들 사이에서도 AI 디지털교과서가 가져올 교실 변화에 희망을 거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경기 자동차과학고 허영주 영어 교사는 "학습 역량이 낮고 내성적인 학생은 (남들 앞에서 말하는 부담 때문에) 영어 말하기 수행평가 0점을 받기도 했다"며 "AI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돼 (개인별로) 안전하게 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영포자에겐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 디지털교과서 홍보 동영상


[교육부 유튜브 '교육TV' 캡처]

◇ '연필 쥐는 시간·호흡 긴 책 읽는 시간' 줄어 우려도 제기

그러나 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우려 역시 여전하다.

특히 학부모들은 가뜩이나 자녀가 디지털기기를 자주 사용해 가정에서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교실에서 디지털기기를 공식적으로 안겨주는 데 대한 심리적 거부감이 작지 않다.

2010년대 디지털 교육에 앞장섰다가 최근 탈(脫) 디지털화 교육으로 선회하는 등 디지털 교육 속도 조절에 나선 스웨덴과 덴마크 등의 사례를 짚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어린 시절 디지털기기에 과다 노출되고 호흡이 긴 독서를 많이 하지 못한 세대가 교실에서마저 종이책을 들여다보거나 연필을 쥐는 시간이 줄어들면 문해력이 더 떨어지는 것은 물론 성장기 뇌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 때문에 지난 6월에는 '2025학년도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유보하고, 도입 자체를 재검토해달라'는 국회 전자 청원이 한 달 만에 5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소관 위원회인 교육위원회에 회부되기도 했다.

국회 교육위 전문위원은 이와 관련한 검토 보고서에서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로 인한 주의력 저하, 장시간 디지털 기기 사용으로 인한 두통과 수면 장애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으므로, 향후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과정에서 이러한 부작용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거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교사들은 디지털기기를 구동하는 데 수업 중 일정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토로한다.

민간인 교과서 개발업체로 학생들의 학습 데이터가 유출되는 데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교과서 개발업체가 AI 디지털교과서로 수집한 학습 데이터를 통해 사교육 상품을 개발해 이윤을 얻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