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흠 기자 = 지난주 국내 증시는 미국 대선 직후 글로벌 증시를 뒤흔든 '트럼프 트레이드'가 진정되는 대신 오히려 강도와 진폭을 키운 결과로 급락했다.
트럼프 재집권 후 강달러와 무역분쟁 우려가 패닉셀(투매) 양상으로 번지자 삼성전자[005930]는'4만전자'로 추락했고, 코스피는 2,500선에 이어 한때 2,400선 아래까지 밀려났다.
금주 국내 증시는 낙폭 과대에 대한 인식이 형성되면서 기술적 반등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도 대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으로 상승 동력을 보탤 전망이다.
그러나 증시가 여전히 트럼프발 충격의 영향권에 있는 데다,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주요 섹터의 부진 심화, 반등 모멘텀의 부재까지 겹치면서 약세장에서 벗어나기 쉽지는 않아 보인다.
코스피 2,400선 내줘…8월 '블랙먼데이' 이후 처음
이정훈 기자 = 코스피가 15일 이차전지주 약세 등의 영향으로 하락해 지난 8월 '블랙먼데이' 이후 처음으로 2,400선을 내줬다. 이날 오전 9시 40분 기준 코스피는 전장보다 23.57포인트(0.97%) 내린 2,395.29이다. 지수가 장중 2,400선을 내준 것은 지난 8월 5일(2,386.96) 이후 처음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2024.11.15
17일 연합인포맥스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5일 코스피는 전주보다 144.29포인트(5.63%) 내린 2,416.86으로 2,400대로 주저앉았다.
이 같은 주간 낙폭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주요국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이 진행되던 2022년 9월 30일(5.87%) 이후 2년 2개월 만에 가장 크다.
6주 연속 2,500대 박스권을 형성해온 지수는 급락 끝에 지난 15일 장중 2,390.56을 기록, 지난 8월 5일 '블랙먼데이' 이후 처음으로 2,400선을 내주기도 했다.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강달러와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 우선주의와 무역분쟁 우려로 인해 반도체와 이차전지주가 급락했다. 지난 14일 삼성전자는 4만9천900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4년5개월 만에 '4만전자'로 밀려났다.
지난주(11~15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외국인은 1조7천133원을 순매도해 12주 연속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개인이 1조5천822억원 규모로 순매수세로 전환했고, 기관은 819억원 순매도로 6주 만에 매도 우위를 보였다.
업종별로는 트럼프 수혜주로 꼽히는 조선, 방산주가 포함된 운수장비(1.30%)를 비롯해 운수창고(0.96%), 전기가스업(0.84%), 통신업(0.14%)이 올랐을 뿐 철강금속(-11.07%), 화학(-10.22%), 섬유의복(-8.35%) 등 대다수가 약세였다.
코스닥 지수도 전주보다 57.69포인트(7.76%) 내린 685.69로 700선을 밑돌았다. 15일 장중 668.38로 지난해 1월 4일(667.30)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4만전자' 추락
임헌정 기자 =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 모니터에 삼성전자 주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1.38% 내린 4만9천9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지난 2020년 6월 15일 종가 4만9천900원을 기록한 후 4년5개월 만에 최저가다. 2024.11.14
금주 증시는 현재 낙폭이 과도하다는 인식에 기대 기술적 반등을 바라야 할 형편이다.
현재 코스피는 확정 실적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지난 8월 5일 '블랙먼데이'와 2018년 10월 미중 무역분쟁 격화 당시의 0.85배 수준도 밑돌고 있다.
전주 코스피 하락의 중심에 있었던 삼성전자도 5만원선이 무너진 이튿날인 15일 7.21% 급반등에 성공했다.
당일 삼성전자는 향후 1년간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통해 시장의 기대를 키웠다.
예상보다 더 오래, 더 큰 폭으로 시장을 뒤흔든 트럼프 트레이드는 조금씩 잦아드는 추세다.
대선 이후 트럼프 체제에 대한 기대 속에 급등세를 이어온 뉴욕 증시는 지난주 마지막 2거래일 연속으로 3대 지수가 일제히 내림세를 나타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간 증시 낙폭이 컸고 최근 미국에서 트럼프 트레이드가 주춤해지는 모습을 보이는 만큼 기술적 반등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마산 가포신항의 수출용 차량
[ 자료사진]
그러나 코스피의 낙폭 과대 외에는 상승의 근거를 찾기 힘든 현실은 추세적 반등을 쉽게 점치지 못하게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 등 반도체주가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에 큰 폭으로 반등했음에도 중장기 부진한 업황 전망의 변화나 특별한 호재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차전지마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폐지 가능성이 커지면서 15일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 12%대, POSCO홀딩스가 10%대 하락하는 등 일제히 급락했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에 반등 모멘텀을 제공할 수 있는 대표 섹터나 대형주가 부재한 점이 금주에도 악재로 상존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트레이드가 약화했다고는 해도 내년 1월 20일 새 정부 공식 출범으로 정책 노선이 선명해질 때까지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견조한 미국 경기 속에 물가 불안이 점차 커지고 금리인하 사이클이 둔화할 수 있다는 예상도 시장 경계심을 키우고 있다.
한국시간으로 오는 21일 공개될 엔비디아의 8~10월 실적 발표를 지켜봐야 한다.
트럼프 재집권 후 반도체주 매력도가 많이 떨어진 상황이지만 엔비디아가 이번에도 기대를 뛰어넘는 실적과 전망치를 내놓을 경우 국내 증시에 '천군만마'가 될 수 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 다변화에 대한 언급이 나올 경우 삼성전자 주가 반등의 발판이 될 수 있다.
NH투자증권은 금주 코스피 전망치를 2,350~2,500으로 제시했다.
금주 국내외 주요 경제지표 발표와 일정(한국 기준)은 다음과 같다.
▲ 19일 미국 10월 건축허가·주택착공건수, 유로존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 20일 중국 11월 대출우대금리(LPR)결정, 한국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
▲ 21일 한국 11월 1~20일 수출입
▲ 22일 미국 10월 컨퍼런스보드 경기선행지수, 미국 11월 S&P글로벌 구매관리자지수(PMI), 유로존 11월 S&P글로벌 P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