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포에서 총탄에 맞은 아사드 대통령 초상화
[AFP= 자료사진]
이도연 기자 = 시리아 반군이 중부 거점도시 하마를 장악하는 등 진격을 이어가면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붕괴 가능성이 가시화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시리아 반군의 기세를 보면 아사드 정권의 안위가 위태로운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분쟁 전문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그룹(ICG)의 다린 칼리파 선임고문은 아사드 정권 붕괴설에 대해 "현재로서 실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군이 이 속도로 홈스로 진격해 일부를 점령한다면 아사드 정권이 실제로 붕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이 주도하는 시리아 반정부 세력은 이날 하마를 점령하면서 시리아 정부가 있는 수도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 주요 도시로 홈스만 남겨뒀다.
시리아 제4의 도시 하마는 인구 약 100만명으로 지난주 반군이 탈환한 제2의 도시 알레포에서 수도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목에 있다.
아사드 정권이 통치하던 하마가 반군 수중에 떨어진 것은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시리아 내에서 남부 지역을 통치하고 있는 아사드 정권의 영향력은 최근 들어 점점 위축되고 있다.
이는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아사드 정권을 군사, 경제적으로 후원해온 러시아, 이란이 각각 우크라이나 침공전, 이스라엘과의 분쟁으로 불안정해진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시리아 하마 점령한 반군
[로이터=]
아시아 정권의 붕괴 가능성을 두고 시리아인들에게는 기대와 우려가 혼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자국민을 화학무기까지 써가며 학살한 독재정권의 퇴진을 반기기도 하지만 시리아 반군의 이슬람 극단주의 성향에 대한 우려도 크다는 것이다.
HTS는 과거 국제테러단체 알카에다와 연계된 조직으로 미국 정부가 테러단체로 지정한 세력이다.
텔레그래프도 하마가 반군의 손에 들어가면서 홈스로 가는 길까지 열렸다고 전황의 급변을 주목했다.
홈스는 다마스쿠스와 알레포에 이어 시리아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이자 남부의 거점이며, 시리아 내전 초기 봉기가 일어난 곳이다. 당시 알아사드 정권의 진압으로 수천 명이 사망한 바 있다.
텔레그래프는 지난주 반군이 알레포를 점령했을 때만 해도 아사드 정권은 반군이 하마까지 점령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며 정부군이 그 전에 전열을 다듬고 진격을 막을 수 있다고 예측했으나 실제로 이날 반군은 큰 전투도 없이 하마를 기습했다고 짚었다.
반군의 대반격으로 아사드 정권이 위기에 빠지자 러시아와 이란이 지원에 나섰다.
러시아 전투기가 반군 장악 지역에 공습을 퍼부었고 이란 외무장관은 시리아 다마스쿠스로 가서 알아사드 대통령을 직접 만나고 이란 정부의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란은 가자전쟁과 이스라엘-레바논 분쟁 등 자국 상황에 더 몰두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따라서 시리아에 군사 자산을 보내면 다른 전쟁터에서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어 러시아와 이란의 지원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기와 군인들의 사기 측면에서도 반군과 정부군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텔레그래프는 HTS는 장교, 특수 부대, 야간 부대, 드론 부대를 보유하고 있고 자체 제작 로켓을 대규모로 생산하기도 하는 반면, 정부군은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사기가 저하돼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반군이 단숨에 하마까지 점령하는 등 빠르게 진격한 탓에 보급로가 취약해졌고, 이에 이들이 알레포를 포함한 새 점령지를 효과적으로 유지하고 통치할 수 있을지 의문도 제기된다고 WSJ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