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중의 국보' 금동대향로
(대구= 김예나 기자 = 6일 대구 수성구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선보인 개관 30주년 기념 특별전 '향의 문화사: 염원에서 취향으로' 전시장에 국보 '백제 금동대향로'가 전시돼 있다. 2024.12.6
(대구= 김예나 기자 = 봉황이 내려앉은 듯한 산은 능선이 이어져 있다. 봉우리를 따라 다양한 동물이 뛰놀고 있다.
호랑이와 멧돼지 같은 들짐승에 조류, 상상 속 동물까지 다양하다.
여기에 악기를 연주하는 5명의 악사 등 다양한 모습으로 묘사된 인물을 더하면 총 86개의 얼굴이 나타난다. 61.8㎝ 높이의 향로에 드러난 백제의 모습이다.
백제의 예술혼이 집약된 최고 걸작으로 꼽히며 '국보 중의 국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으로 불리는 백제 금동대향로가 특별한 나들이에 나선다.
국보 '백제 금동대향로'
(대구= 김예나 기자 = 6일 대구 수성구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선보인 개관 30주년 기념 특별전 '향의 문화사: 염원에서 취향으로' 전시장에 국보 '백제 금동대향로'를 소개하는 영상이 나오고 있다. 2024.12.6
국립대구박물관이 개관 30주년을 맞아 오는 7일부터 기획전시실에서 선보이는 특별전 '향의 문화사: 염원에서 취향으로'를 통해서다.
김규동 국립대구박물관장은 6일 열린 간담회에서 "지금은 잊혔지만, 옛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에서 빠질 수 없는 향과 관련된 이야기를 소개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옛사람의 일상을 채운 향을 톺아본다.
다양한 모양과 형태의 향로, 향을 담던 사발인 향완(香椀), 향꽂이, 향을 소재로 한 문헌과 그림 등 총 275건 372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국보 중의 국보' 금동대향로
(대구= 김예나 기자 = 6일 대구 수성구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선보인 개관 30주년 기념 특별전 '향의 문화사: 염원에서 취향으로'에서 국보 '백제 금동대향로'가 전시돼 있다. 2024.12.6
관람객들은 전시장 곳곳에 놓인 향을 맡으면서 과거로의 여정을 떠난다.
삼국시대 역사를 정리한 '삼국유사'(三國遺事)와 '삼국사기'(三國史記)에 향 문화가 어떻게 기록돼 있는지, 고대 국가에서 향을 어떻게 인식했는지 보여준다.
옛사람들이 즐긴 고대 향의 종류도 소개한다.
조선 후기 실학자 서유구(1764∼1845)가 쓴 책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는 '청아한 즐길 거리'로 45가지 향 재료의 조합법과 31가지 향 재료가 상세히 기록돼 있다.
이것이 옛 사람의 '향 문화'
(대구= 김예나 기자 = 6일 대구 수성구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선보인 개관 30주년 기념 특별전 '향의 문화사: 염원에서 취향으로'에서 다양한 향 재료가 전시돼 있다. 2024.12.6
향을 만드는 도구부터 다양한 재질의 향로를 만날 수 있는 점이 전시의 묘미다.
고려시대에 등장한 독특한 형태의 향로인 현향로, 향을 사르며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든 병향로, 향을 집거나 재를 정돈할 때 쓰는 젓가락·숟가락 등이 시선을 끈다.
전시는 신과 만나는 매개체로 쓰인 향도 비중 있게 다룬다.
1723년 제작된 보물 '합천 해인사 감로왕도'에는 제단 위에 향로를 올려두고 의식을 거행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해인사에서 출토된 청동 향로와 비교해보는 것도 좋다.
바다와 땅에서 찾은 향 문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우리나라 대표 향완을 모아서
(대구= 김예나 기자 = 6일 대구 수성구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선보인 개관 30주년 기념 특별전 '향의 문화사: 염원에서 취향으로'에서 국내 주요 향완이 전시돼 있다. 2024.12.6
1323년 중국을 떠나 일본으로 향하다 전남 신안 앞바다에 침몰한 무역선인 신안선에서 찾은 각종 향로, 동남아시아산 고급 향나무(자단목) 등이 공개된다.
송림사 터에서 출토됐다고 전하는 고려시대 청동 불구(佛具·부처 앞에 쓰는 온갖 기물)는 병, 향완, 주자, 그릇 등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향완을 모아둔 '향완의 방'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주요 작품을 모은 자리다.
기물 표면에 무늬를 새기고 그 틈에 은실을 박아서 장식하는 은입사(銀入絲) 기술이 돋보이는 경남 밀양 표충사의 청동 향완을 비롯해 다양한 향완이 관람객을 맞는다.
향로가 모인 책가도
(대구= 김예나 기자 = 6일 대구 수성구 국립대구박물관에서 공개한 개관 30주년 기념 특별전 '향의 문화사: 염원에서 취향으로'에서 향로 관련 유물이 전시돼 있다. 2024.12.6
이번 전시를 가장 빛내는 금동대향로는 전시 마지막에 공개된다.
1993년 12월 충남 부여 능산리 고분군(현재 부여 왕릉원) 주변의 한 절터에서 발견된 향로는 백제시대의 창의성과 뛰어난 조형성을 보여주는 상징과도 같다.
백제 금동대향로의 대구 방문은 약 29년 만이라 더욱 뜻깊다.
금동대향로는 1996년 5월 30일 국보로 지정된 직후인 6월에 국보 '부여 능산리사지 석조사리감'과 함께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소개된 바 있다.
다양한 향로 유물
(대구= 김예나 기자 = 6일 대구 수성구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선보인 개관 30주년 기념 특별전 '향의 문화사: 염원에서 취향으로'에서 향로 관련 유물이 전시돼 있다. 2024.12.6
한길중 학예연구사는 "백제 금동대향로가 대구를 찾은 건 1만386일만"이라며 "지역 박물관 가운데 금동대향로를 두 차례 이상 전시한 곳은 대구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김 관장은 "백제 왕실 등 금당(金堂·절의 본당)에서 예불을 드리는 사람들은 봉황의 얼굴을 마주하고서 가슴의 연기 구멍으로 피어오르는 향연을 보면서 소원을 빌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동대향로 발굴 과정에 참여했던 김 관장은 "백제의 사상을 복합해 새롭게 번안한 백제만의 향로"라며 "향과 관련된 다채로운 이야기를 보며 향 문화에 한결 가까워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향로는 내년 1월 9일까지 34일 동안 공개할 예정이다.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석조물
(대구= 김예나 기자 = 6일 대구 수성구 국립대구박물관 야외에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이 기증한 석조 유물이 전시돼 있다. 2024.12.6
박물관은 개관 30주년을 맞아 박물관 1층 휴(休) 룸에서 관람객이 찍은 사진 60여 점을 모은 '추억, 박물관 30년 그 어느 날' 전시도 선보였다.
이와 함께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이 기증한 석인상, 동자석, 문인석 등 석조 유물을 활용해 단장한 야외 전시장도 공개했다.
기념행사에 참석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축사에서 "박물관은 옛것을 보관하는 곳이 아니라 오늘을 다시 들여다보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장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별전은 내년 3월 3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