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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참사] 광주·전남 집단 트라우마…"10년전 세월호 아픔 떠올라"
기사 작성일 : 2024-12-30 12:01:21

오열하는 유가족


(무안= 이진욱 기자 = 29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폭발사고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2024.12.29

(광주·무안= 정회성 천정인 기자 = 최악의 국내 항공기 사고로 기록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지켜본 광주·전남 시도민은 30일 참담한 심정으로 사고 이튿날을 맞았다.

1980년 5월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 '12·3 비상계엄'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전세계를 뒤흔든 비극에 너무 가혹한 세밑이라는 한탄이 쏟아졌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희생된 179명 중 광주·전남 거주민은 157명에 달했다.

이웃, 지인들의 비보에 지역민들은 하루 종일 침통한 모습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각자의 방식으로 애도의 뜻을 표했다.

사고 여객기에는 연말을 맞아 부푼 마음을 안고 해외여행을 다녀온 승객들이 대부분이어서 가족, 친지가 한꺼번에 숨진 사례가 유독 많았다.

탑승자 중 최연장자인 영광군 군남면 80세 주민은 팔순을 축하해주러 동행한 일가족 8명과 함께 한 여행길에서 돌아오지 못했다.

최연소 탑승자인 3살 유아는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12번째 우승 후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짬을 낸 구단 직원의 자녀였다.

이 가족은 예정보다 하루 일찍 귀국했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화순군청 전현직 공무원, 자매 사이인 목포시청 직원, 전남도교육청 소속 교직원 등 공직사회도 한솥밥을 먹었던 동료들을 한날한시에 잃었다.

광주 서구 치평동에 사는 조모 씨는 "남편, 두 딸과 함께 말레이시아로 가족여행을 다녀온 뒤 처음 접한 뉴스가 이번 참사였다. 희생자들 명단에 우리 가족이 포함될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머릿속이 하얘질 만큼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합동분향소가 광주 금남로에도 마련된다는데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빌어주기 위해 꼭 들러볼 예정"이라며 "희생된 179명 모두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않고 눈 감으셨기만을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부, 다음 달 4일까지 국가애도기간으로 선포


김도훈 기자 = 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는 조기가 걸려 있다. 정부는 제주항공 참사로 다음 달 4일까지 국가애도기간으로 선포했다. 2024.12.30

특히 올해는 진도 맹골수도 해역에서 침몰하는 배와 수학여행길에 오른 고교생 희생자들을 속절없이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1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자연스레 당시 트라우마를 상기하는 지역민도 많았다.

진도군민 김모 씨는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대한민국 전체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이런 비극이 반복되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무안공항을 이용하는 분들 대부분이 우리 지역 사람들인 탓에 사망자들이 좁은 지역 사회에서 한 다리만 건너면 아는 사람들"이라며 "저를 포함한 주변 사람 모두가 이번 참사를 남의 일로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참사, 정부서울청사에 걸린 조기


김도훈 기자 = 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는 조기가 걸려 있다. 정부는 제주항공 참사로 다음 달 4일까지 국가애도기간으로 선포했다. 2024.12.30

광주지역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서모 씨는 "충격적인 뉴스를 접하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아침부터 줄곧 사무실 전체 분위기가 침울했다"며 "모두가 슬픔에 잠겼던 세월호 참사 당시의 봄이 생각나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광주와 전남에서는 5·18민주광장, 전남도청, 무안군 종합스포츠파크 등 최소 3곳에 분향소가 설치된다.

광주 자치구 청사 광장 등에도 희생자를 기리는 분향소가 산발적으로 설치될 예정이다.

각 분향소는 정부가 이번 참사의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한 내달 4일 24시까지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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