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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honey] 마침내 개통된 동해선…기차 타고 겨울바다 보러 갈까
기사 작성일 : 2025-01-01 09:00:37

(삼척·울진·영덕= 성연재 기자 = 이제 전국 어디서나 기차를 타고 동해안을 손쉽게 여행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새해 강원도 삼척∼경북 영덕을 잇는 동해선이 완전 개통됐기 때문이다.

동해선의 개통은 인구소멸 위기에 처한 동해안 지자체에 온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동해안의 작은 포구에서 만난 사람들은 관광객의 발걸음을 기대하고 있었다.



동해선 삼척-영덕 구간을 달리는 ITX-마음 열차 [사진/성연재 기자]

◇ 서울에서 영덕까지 기차여행 떠나볼까

팝 밴드 '푸른 하늘'의 '겨울바다'는 겨울을 대표하는 곡이다.

1988년 발매된 푸른하늘의 1집 앨범에 실린 이 노래는 서정성 짙은 가사와 가락이 슬프면서도 아름답다.

노래 가사처럼 고즈넉한 동해안의 작은 포구를 찾아 한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고 싶은 시절이다.

이제 그것이 가능해졌다.

국가철도망 계획에 따라 포항∼영덕 사이 44km 구간이 지난 2018년 완공된 데 이어 최근 영덕∼삼척 사이 122㎞ 구간도 개통됐다.

동해선에는 최고시속 150㎞의 ITX-마음 열차가 투입돼 하루 편도 4회(왕복 8회) 운행한다.

필자는 빨간색 마음 열차가 완공된 동해선 구간을 달리는 모습을 여러 차례 목격할 수 있었다.

푸른 동해가 펼쳐지는 곳을 배경으로 나타난 마음 열차는 눈 깜짝할 사이 사라졌다.

2026년 최고시속 260㎞의 KTX-이음이 투입되고 강릉∼삼척 사이 저속 구간이 개선되면 대구에서 강릉까지 2시간 30분 만에 주파가 가능해진다.

강원과 경북을 비롯해 부산까지 모두 1천400만명이 일일생활권으로 묶이게 된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동해선 영덕 영해역 [사진/성연재 기자]

◇ 연인들 데이트 최적 죽변항 '스카이레일'

이번 동해선 개통으로 가장 큰 혜택을 받은 곳은 경북 울진과 강원도 삼척이다. 두 곳은 우리나라 오지의 대명사였다.

기성세대는 이 지명을 들으면 무엇보다 먼저 '울진 삼척 무장 공비 사건'이 떠오른다.

1968년 겨울 북한 무장 공비 120명이 울진·삼척 지역에 침투한 사건이다.

울진 북면에서는 마을회관에 사람들을 모은 뒤 위조지폐를 나눠주며 사상 선전을 했고 삼척에서는 일가족을 살해하기도 했다.

그만큼 인적이 드물고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었다.

이번 기찻길 연결로 가장 큰 혜택을 볼만한 곳 가운데 하나는 울진의 죽변항이다.

대나무가 많다고 해서 이러한 이름을 얻은 곳으로, 울진군의 최북단이자 동해안 어업 전진기지다.

수도권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곳에는 해변을 따라 울진군이 조성한 '스카이레일'이 자리 잡고 있다.

앙증맞은 기차에 몸을 싣고 앉으면 차창으로 눈이 시리도록 푸르른 동해 풍경이 펼쳐진다.

시속 5㎞의 느린 속도로 달리는 스카이레일은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로 딱 맞다.

방해받지 않고 둘만의 공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100년 넘는 세월 동안 뱃사람들의 길잡이가 돼 왔던 죽변 등대도 있다.

그 아래쪽에는 TV 드라마 '폭풍속으로' 촬영 세트장을 만날 수 있다.

하트해변을 접하고 있는 절벽 위에 자리 잡은 아담한 2층 양옥은 무척이나 신선하다.



울진 죽변항의 스카이레일 [사진/성연재 기자]

◇ 영덕 명품숲이 된 벌영리 메타세쿼이아 숲

영해면 벌영리에는 개인이 가꾼 메타세쿼이아 숲이 있다.

사유지였던 이곳은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일반인들의 발걸음이 잦아졌고, 주인은 숲을 무료로 개방해오고 있다.

특히 죽죽 뻗은 메타세쿼이아 나무의 모습은 갑갑한 연말을 맞은 사람들의 마음을 탁 트이게 만든다.

평일이어서 그런지 길게 죽 뻗은 길에 사람이 많지 않아 더욱 좋았다.

인근 영해읍의 괴시마을은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된 민속 마을이다.

1630년 영양 남씨가 정착해 400여년간 후손들이 거주해 온 마을이다.



영덕 메타세쿼이아 숲 [사진/성연재 기자]

마을에는 종택과 고택, 서당 등이 17동 남아 있다.

고가옥 중에는 영감댁 등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숙박 손님을 받는 곳도 있다.

영해에 왔다면 만세시장을 빼놓으면 아쉽다.

시장 곳곳에는 평일에도 태극기가 걸려있다.

이 시장은 일제강점기 삼일절 이후 전국으로 퍼져나간 만세운동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만세운동이 펼쳐졌던 곳이었다.

주재소 앞에 당시 3천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



영덕군 영해면의 괴시마을 [사진/성연재 기자]

◇ 고즈넉한 삼척 임원항

삼척 임원항은 동해안 철길 개통과 함께 관광객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곳 가운데 하나다.

동해에서 갓 잡아 올린 각종 해산물로 든든히 배를 채운 뒤 수로부인 헌화공원에 올라 산책하면 좋다.

수로부인 헌화공원은 가파른 절벽에 조성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고속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대나무숲 사이로 산책길이 펼쳐진다. 산책길을 따라 올라가면 수로부인상이 나타난다.

저 멀리 동해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수로부인(水路夫人)은 신라 성덕왕 때 순정공(純貞公)의 부인이다.

그는 임해정(臨海亭)이라는 곳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갑자기 나타난 용에게 붙잡혀 동해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백성들이 막대기로 치면서 노래를 부르니 다시 부인을 데리고 나왔다고 한다.

그때 부른 노래가 구지가(龜旨歌)다.



동해 임원항 [사진/성연재 기자]

◇ 푸른 동해안이 입 속으로…먹고 난 뒤에는 걷기 길을

동해선 개통으로 관광객들은 푸른 동해안의 맛난 먹거리를 쉽게 즐길 수 있게 됐다.

울진 후포항은 울릉도로 오가는 페리가 드나들 만큼 큰 규모를 자랑한다.

이곳은 동해안에서 잡히는 대게의 집산지로, 대게 전문 식당도 많다.

가성비를 따져가며 소비하는 습성 때문에 홍게를 자주 먹어왔는데 대게 가격이 의외로 저렴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작은 대게 가격도 저렴해 홍게 가격과 큰 차이가 없었다.

대게를 주문하고 식당으로 올라가 30여분 기다리니 살이 소복하게 든 대게가 올라왔다.



물과 고추장을 넣어 먹는 영덕만세시장 물회 [사진/성연재 기자]

동해안의 먹거리 가운데 하나는 영덕 물회다.

영해 만세시장에서 물회를 주문했다.

영덕 식당들은 물회를 주문하면 매운탕을 함께 내준다.

찬 물회 때문에 자칫 차가워지기 쉬운 속이 매운탕 덕분에 따스해진다.

영덕 지방의 물회는 고추장 물회다.

고추장을 회 위에 얹은 다음 맹물을 따라서 물이 자작자작하게 해서 물회를 만들어 먹는 것이다.

죽변항에서는 생선구이를 반드시 맛봐야 한다.

죽변항에는 생선구이 골목이 있는데 모듬 생선 메뉴를 주문하면 후회가 없다.

생선구이가 얼마나 풍성한지 마치 스테이크 먹듯 포만감이 느껴졌다.

삼척 임원항에서는 바지락 칼국수를 먹었다.



후포항 대게 [사진/성연재 기자]

매운 바지락 칼국수 국물은 겨울 추위에 노출된 몸을 뜨끈하게 데워줬다.

든든하게 배를 채운 뒤에는 동해안을 따라 길게 뻗은 해파랑길을 걷는 것도 좋다.

걷기 여행은 원점회귀가 불가능하면 곤란하다.

특히 동해안처럼 코스가 일직선인 곳은 더하다.

이번 동해선 개통으로 가장 주목되는 것이 걷기 여행과 자전거 여행이다.

계획을 잘 짜면 해파랑길을 걸은 뒤 기차 시간에 맞춰 원점회귀를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고래불역 주변은 글램핑시설과 걷기 길과도 가까워 걷기길 여행에 무척 편리해 보였다.



동해 해파랑길 [사진/성연재 기자]

※이 기사는 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5년 1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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