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산 우아타라 코트디부아르 대통령
[로이터=]
노재현 기자 = 아프리카 서부 국가들에서 프랑스에 대한 철군 발표가 잇따르고 있어 주목된다.
과거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겪은 국가들에서 고조된 반(反)프랑스 여론과 맞물려 아프리카 내 프랑스 영향력 약화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새해 첫날부터 프랑스군과 결별을 선언한 서아프리카 국가는 코트디부아르다.
알라산 우아타라 코트디부아르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신년사에서 "프랑스 군대를 체계적으로 철수시키기로 결정했다"며 이달부터 철군을 시작하고 포트부에의 프랑스 해군 보병대대 주둔지를 자국군이 넘겨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코트디부아르에 주둔하는 프랑스군은 약 600명이다.
프랑스군이 코트디부아르에서 철수하면 아프리카 국가 가운데 가봉(350명)과 지부티(1천500명)에만 남게 된다.
프랑스는 2013년부터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소탕을 명분으로 사헬(사하라 사막 이남 반건조 지대)과 주변 지역에 병력을 파견했다.
그 병력이 많을 때는 5천명이 넘었지만 10여년 만에 급격히 쪼그라든 셈이다.
앞서 2022년부터 서아프리카 말리, 부르키나파소, 니제르, 차드, 세네갈이 연쇄적으로 프랑스군 철수를 결정했다.
작년 11월 말 차드 정부가 프랑스군 철수를 발표한데 이어 세네갈 정부는 지난달 27일 자국에 주둔 중인 프랑스군을 겨냥해 "모든 외국 군사 기지를 폐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차드 내 기지에서 이륙 준비하는 프랑스 전투기
[로이터 자료사진]
특히 세네갈의 발표 후 1주일도 안 된 시점에 나온 코트디부아르 정부의 결정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코트디부아르 내 프랑스군 철수를 다룬 기사에서 "우아타라 대통령은 (그동안) 아프리카에서 프랑스의 가장 확실한 협력자로 남았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부 분석가들은 그(우아타라 대통령)의 발표를 프랑스군 주둔에 갈수록 비판적인 대중의 지지를 확보하려는 시도로 본다"고 덧붙였다.
2010년부터 장기 집권 중인 우아타라 대통령은 프랑스에 우호적 태도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프랑스군 주둔을 주권 침해로 보는 여론을 마냥 무시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프랑스 정부도 지난 수년간 아프리카 내 반불 정서가 고조되는 상황을 주시하며 정책 전환을 모색해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23년 3월 가봉 수도 리브르빌에서 과거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프랑스의 개입을 의미하는 '프랑카프리크'(Francafrique)의 시대가 끝났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아프리카 특사 장마리 보켈은 작년 2월 코트디부아르를 방문해 현지 프랑스 군기지에 대한 리모델링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아프리카에서 프랑스에 대한 커진 반감은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와 맞물린다.
말리, 부르키나파소 등 사헬 지역에서는 2020년 이후 잇단 쿠데타로 군사정권이 들어섰다.
러시아는 바그너그룹(현 '아프리카 군단') 등 민간 용병기업을 통해 서아프리카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했다.
서아프리카에서 보코하람 등 극단주의 이슬람 세력의 테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프랑스군의 대안으로 부상한 것이다. 러시아는 역사적으로 아프리카 독립운동을 지원한 옛소련을 계승한 만큼 대륙에서 구 식민지배 국가로 인식되지 않는 편이다.
게다가 서아프리카 청년들 사이에서 프랑스군을 식민지 잔재로 보고 이를 청산하려는 움직임이 커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역사를 좀더 거슬러 올라가면 아프리카 국가들의 독립이 본격화된 1960년대 당시만해도 대륙내 프랑스군 주둔 규모는 3만명에 달했다.
프랑스국제관계연구소(IFRI)의 아프리카 전문가 알랭 안틸은 작년 8월 언론 인터뷰에서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아프리카 국가에서 반프랑스 레토릭(수사)이 도시의 교육받은 엘리트층을 넘어 확산했다"며 "이 현상이 오랫동안 뿌리를 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식민지 시대나 독립 과정을 경험하지 않은 아프리카 내 청년들은 변화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
이들은 빈곤, 높은 실업률 등 암담한 현실에 대한 배경 중 하나로 프랑스군 주둔을 지목하며 '신식민주의'라고 비판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