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워싱턴=AP . 재판매 및 DB 금지]
(워싱턴= 박성민 특파원 = 미국 연방의회 상원 군사위원회가 14일(현지시간) 진행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시작부터 후보자의 적격 여부를 두고 찬반이 확연히 갈린 채 여야 공방이 이어졌다.
지난해 11·5 선거에서 다수당 지위를 차지했고, 오는 20일 정권 교체를 앞둔 공화당은 강력한 지원 사격에 나선 반면, 민주당은 과거 성폭력과 과다한 음주 등 의혹뿐 아니라 성차별적 언사 등을 이유로 헤그세스 후보자가 자격 미달이라고 몰아붙였다.
공화당 소속 로저 위커(미시시피) 군사위원장은 개회사부터 관료주의를 현 국방부의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지목하며 헤그세스 후보자에 대해 "펜타곤에 새로운 '전사(戰士) 기풍'(warrior ethos)을 불어넣을 것"이라며 "관료주의를 뒤흔들 에너지와 신선한 아이디어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선 "비난의 대부분이 익명의 출처로 나온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며 방어막을 쳤다.
트럼프 2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지명된 마이크 왈츠(공화·플로리다) 하원의원도 증인으로 참석, 후보자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참전 사실을 거론하며 "그는 테러와의 전쟁을 하면서 국방부 본부가 아닌 최전방에서 싸운 장교 출신 첫 국방장관으로서 시각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웨인 멀린(공화·오클라호마) 의원은 "자격에 관한 얘기가 많다"고 언급한 뒤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그러나 당신들의 자격이 더 낫지 않다. 당신들이 상원의원이 될 자격이 나보다 더 높다고 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멀린 의원은 또 "밤에 취한 채로 투표를 하러 오는 상원의원이 몇 명이나 되는지 아느냐. 본 적이 없다고 말하지 말라. 당신은 본 적이 있을 것"이라며 후보자의 '과도한 음주' 의혹을 문제 삼는 민주당 의원들을 에둘러 힐난했다.
같은 당 케빈 크레이머(노스다코타) 의원은 헤그세스 후보자가 몸 곳곳에 새긴 문신이 '극우·기독교 극단주의'라고 비판받는 것에 대해 "헤그세스는 극단주의자가 아니다. 신앙에 대한 표현을 부정하는 사람들이 극단주의자이며 인종차별자"라고 옹호했다.
美 상원 인사청문회서 국방장관 후보자 몰아붙이는 잭 리드 민주당 군사위원회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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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민주당 잭 리드(로드아일랜드) 간사는 모두발언에서부터 "나는 당신(헤그세스)이 국방장관에게 요구되는 압도적인 요구를 충족시킬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직격했다.
리드 간사는 "당신이 쓴 글 등 다양한 출처에 따르면 전쟁법 무시, 잘못된 재정 관리, 군인에 대한 인종 및 성 차별적 발언, 알코올 남용, 성폭행, 성희롱 등 문제를 일으켰다"며 "이는 국방장관으로 인준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당신이 군에서 어떤 지도자 직책을 맡는 것조차 불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팀 케인(버지니아) 의원은 3차례 결혼해 7자녀를 둔 헤그세스 후보자의 여성편력과 도덕성을 집중 공략했다.
케인 의원은 "2017년 두 번째 아내와 이혼 전이었는데, 세 번째 아내가 될 여성과의 사이에 아이를 낳은 게 사실이냐. 그리고 그 딸이 태어난 지 두 달도 안 돼 바람을 피웠다. 안 그랬냐"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범죄가 아니기 때문에 완전히 결백하다고 생각하는가. 그게 당신에게는 결백의 정의인가"라며 "당신이 여기서 완전히 결백하다고 말하는 것이 충격적"이라고 맹비난했다.
이라크 전쟁에서 두 다리를 잃은 같은 당 태미 더크워스(일리노이) 의원은 "우리의 적들은 정권인수 기간 (미국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으며, 우리는 안전하게 지키는 국방부가 전혀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고 판단을 한다면 미국은 위험에 처하게 된다"며 "당신은 그런(준비가 된) 사람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헤그세스 후보자는 자신에 대한 여러 의혹에 대해 "좌파 언론에 의한 인신공격"이라면서 "나는 이런 공격을 기꺼이 견딜 수 있고, 내가 할 일은 진실과 내 명예를 위해 일어서는 것"이라며 강력히 부인했다.
그러면서 "나는 완벽한 사람은 아니지만, 구원은 실재하고, 신은 내가 준비돼 있다고 믿는 방식으로 나를 만들었다"며 "나는 내 자신에 대해 사람들을 존중하고 전문적인 지도자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헤그세스 후보자는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나와 마찬가지로 국방부가 전투, 치명적 능력, 능력주의, 기준, 대비태세에 집중하길 원한다"며 "그게 전부이다. 그것이 내 일"이라고 강조했다.
미 의회 경찰관에 의해 끌려나가는 시위자
[워싱턴=로이터 . 재판매 및 DB 금지]
이날 청문회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승리 이후 지명한 차기 내각 후보자 청문회 가운데 가장 먼저 열렸다.
특히 법무장관 후보자였던 맷 게이츠 전 하원의원이 과거 미성년자 성매수 혐의 등에 휩싸이며 일찌감치 자진해서 사퇴한 가운데 헤그세스 후보자가 추가 낙마자가 될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헤그세스 후보자가 모두발언을 하는 동안 청문회장 안에서 몇몇 시위자들이 그를 향해 "당신은 여성 혐오자", "기독교 시온주의자" 등으로 외쳤으며, 의회 경찰이 그들을 밖으로 끌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