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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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종합= 시행 3년째인 고향사랑기부제가 각계각층의 기부 동참으로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발맞춰 기부 상한액은 기존 연간 500만원에서 올해 2천만원으로 늘었다.
본인 주소지 외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는 고향사랑기부제에 모인 돈은 취약계층 지원, 문화예술사업 등 주민 복리증진 사업에 사용된다.
지방재정 확충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자 지자체마다 답례품 차별화와 다양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 제도 안착…지자체간 모금 경쟁
22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고향사랑기부금은 약 880억원으로 전년 650억원보다 35.4%(230억원)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기부 건수도 약 79만건으로 전년 대비 50%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전국 기초지자체 중 기부금 1위는 광주광역시 동구로 24억원이 쌓였다.
동구는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를 위해 민간 플랫폼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그간 적극적인 전략을 펼쳤다.
특히 지정 기부 사업인 '광주극장 100년 프로젝트', '발달장애 청소년 E.T 야구단 지원 프로젝트' 등 지역 특화 사업에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광주극장 100년 프로젝트는 1935년 개관한 현존 최고의 단관극장인 광주극장의 명맥을 이어가며 시민들에게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2023년에는 지정 기부 프로젝트 '광주극장의 100년 극장 꿈을 응원해주세요'를 진행, 633명의 참여로 약 8천500만원을 모금했다.
영덕군은 지난해 경북 시·군 중 가장 많은 11억7천만원의 기부금을 모았다.
군은 사회단체와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전국 향우회와 협력했다. 또 다양한 답례품을 선정해 기부금 모으기를 활성화했다.
기부금으로 주민 밀착형 복지사업인 생활민원 기동처리반을 운영해 지난해 1천864건의 민원을 해결했다.
올해 기금사업으로 생활민원 기동처리반뿐만 아니라 도시민 유치 귀농·귀촌 생태학교, 문화센터 등을 운영한다.
경기 수원시는 지난 10일 제도 활성화를 위해 사업의 근거 규정을 담은 '고향사랑 기부금 모금 및 운용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에는 교육, 행사, 공모전 등 제도 활성화를 위한 사업 명시, 제도 활성화 사업 지원 근거 마련 등의 내용을 담아 폭넓은 사업을 펼치기로 했다.
아울러 시는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 최초로 프로야구 kt위즈 기념품을 주는 등 기부 확산을 위한 답례품 발굴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 내 최다인 6억6천여만원의 고향사랑기부금을 모금한 안성시는 올해 기부금을 더욱 늘리기 위해 기부제 민간 플랫폼 '위기브(Wegive)'를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공감만세와 지난해 11월 기부제 홍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시는 위기브를 통해 기부제 활동과 답례품 정보 등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모금액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인구 4만여명으로 경기 북부 10개 시·군 중에서 가장 규모가 작은 연천군은 지난해 2억4천300여만원을 기부받아 5위를 차지했다.
인구나 재정 규모 면에서 가장 열악한 지자체인 연천군이 이런 성과를 낸 데에는 발로 뛰며 다양한 캠페인을 펼친 덕이라는 평가다.
연천군은 우선 농협, 축협과 협력해 기부제 홍보활동을 벌이고 이번 설을 맞아서는 기부제를 알리는 현수막을 곳곳에 내걸고 현수막에 QR코드도 넣어 고향을 방문하는 젊은 층이 손쉽게 동참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말 지역 초·중·고 동문회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기부제를 알리며 캠페인을 벌였고, 인근 동두천시와는 기부제에 서로 협력하는 협약을 맺기도 했다.
부산시 공영텃밭 분양권 홍보물
[고향사랑e음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답례품 다양화·차별화 경쟁
기부제 흥행 요인이 답례품으로 확인되자 각 지자체는 이색 답례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부산시는 올해 처음으로 기장군 철마면과 강서구 신호동에 있는 공영텃밭 분양권을 답례품으로 선정했다. 공영텃밭 분양권은 부산시청에 20만원 이상 기부자만 선택할 수 있다.
전남도는 지난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체험형 답례품을 선보였다.
장성 별내리 마을, 광양 도선국사 마을, 나주 이슬촌 마을을 체험 마을로 선정해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기부자들에게 농수축산물 중심의 답례품을 주는 것에서 벗어나, 기부자가 직접 고향에 내려와 체험하고 즐기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이다.
진도군은 노부모에게 안부 확인, 안전 손잡이 설치, 방충망 수리 등을 의뢰할 수 있는 노부모 돌봄 서비스 상품을 내놔 눈길을 끈다.
제주도는 올해 답례품 품목을 다양화하고 품질 강화에도 나섰다.
애플망고, 제주 버스 교통카드, 서귀포in정(서귀포시 온라인쇼핑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 등이 추가됐으며 자투리 포인트를 제주도에 재기부할 수도 있게 됐다.
기부자가 답례품 포인트로 수목을 구입해 재기부함으로써 제주도 환경보전에 동참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새롭게 도입됐다.
제주도 기부자들은 시가의 절반 가격으로 갈치와 감귤와인을 구매할 수 있으며, 품목 중 귤과 돼지고기는 증량된 특별 상품으로 받을 수 있다.
설맞이 고향사랑기부제 대국민 홍보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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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출생 극복·복지 사각지대 해소 등 다양한 기금사업
기부금이 쌓이자 지자체들은 다채로운 기금사업 개발에도 나섰다.
울산 남구는 저출생 극복에 기부금을 집중 투입하고 있다.
지난해 신혼부부·임신 부부 1천977명에게 백일해·풍진 무료 예방접종을 제공한 데 이어 올해는 영유아가 있는 200가정에 부모 양육 태도 검사, 영유아 성격유형 검사를 지원할 예정이다.
울산 동구는 인구 유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청년, 신혼부부에게 주거비를 지원해주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4대 종단, '전주함께라면' 동참 업무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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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금이 밀알이 된 전주시 무인 복지관 '전주함께라면' 사업은 장기은둔형 고립 가구의 지역 유대를 강화해 지역관계망 형성에 기여한 우수 사례로 손꼽힌다.
전주시 고향사랑기금 1호 사업인 '전주함께라면'은 자발적·장기 은둔형 고립 위기가구를 발굴하고자 시와 지역 종합사회복지관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공유공간인 라면카페를 조성·운영하는 특화사업이다.
올해부터는 연간 기부 상한액이 500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상향됨에 따라 고액 기부자들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
경주가 고향인 한주식 지산그룹 회장은 최근 경주시에 2천만원의 고향사랑기부금을 낸 데 이어 10년간 총 2억원을 기부할 예정이다.
울주군 소재 정보통신공사업체인 에이치앤티 고기한 대표도 지난 13일 울주군에 2천만원을 전달했다.
고 대표는 2023년부터 매년 고향사랑기부 개인 연간 최고액인 500만원을 기탁해왔다.
(최종호 박병기 우영식 형민우 황정환 전지혜 장지현 조정호 손대성 김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