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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한 교구의 고해성사…"60년간 사제 성학대 67건 달해"
기사 작성일 : 2025-01-22 01:00:59

이탈리아 북부 볼차노-브레사노네 교구에서 공개한 성직자 성학대 보고서


[볼차노-브레사노네 교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로마=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 북부의 한 가톨릭 교구에서 60년간 성직자에 의해 저질러진 미성년자 성 학대가 67건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를 스스로 내놨다.

20일(현지시간) 일간지 일파토쿼티디아노에 따르면 볼차노-브레사노네 교구는 독일 로펌에 의뢰해 교구가 설립된 1964년부터 2023년까지 사제의 미성년자 성 학대 사건을 조사해 이날 보고서를 공개했다.

그 결과 확인된 성 학대 사건은 총 67건으로, 연평균 1건 이상의 사례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는 총 75명으로, 이 중 51명이 여성, 18명이 남성이었으며, 6명은 성별이 확인되지 않았다. 피해자 대부분은 미성년자였다. 여성의 51%는 처음 학대를 당했을 당시 8∼14세였고, 남성 피해자의 절반은 만 18세 미만이었다.

볼차노-브레사노네 교구는 오스트리아 국경과 접한 이탈리아 북부 알토 아디제(독일어 지명 남티롤)에 속해 있다.

이 교구는 이탈리아의 다른 교구보다 가톨릭 성직자에 의한 미성년자 성 학대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다.

2010년에는 이탈리아에서 처음으로 성직자 성 학대 신고를 처리하기 위한 경청 센터를 설립했다. 교구장인 이보 무세르 주교는 3년 전 '직면하는 용기'라는 이름으로 독일 로펌에 성 학대 사건 조사를 의뢰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탈리아의 주교들이 2020∼2022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한정해 자체 성 학대 보고서를 발표해 비판받았지만 볼차노-브레사노네 교구는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성 학대 사건을 전수 조사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631쪽 분량의 보고서는 모든 사례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익명으로 처리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례 번호 5'에서는 1960년대 초에 처음으로 성 학대를 저지른 한 사제가 다른 지역으로 전출됐고, 옮긴 지역에서 성 학대 행위를 반복하는 등 50년간 처벌받지 않고 사목 활동을 이어갔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례 번호 15'는 신자들의 항의에도 한 사제가 자신의 성 학대 혐의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피해자의 장례 미사를 집전한 사건을 다뤘다.

무세르 주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모든 학대 사건은 하나라도 너무 많다"며 "이 보고서가 교회가 아동, 청소년, 그리고 취약한 성인들에게 안전한 장소가 되는 여정의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주교로 임명된 이후 교구 내에 마련된 경청 센터에서, 그리고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 피해자들을 접하며 학대가 얼마나 파괴적이고 굴욕적인지 배웠다"며 "우리 교회와 사회가 이 끔찍한 상처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취임 이후 성직자의 교회 내 아동 성추행 사실과 교회의 은폐 문제가 세계 곳곳에서 드러나며 가톨릭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자 아동 성범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밝히며 2014년 교황청 산하 미성년자보호위원회를 설립해 적극적인 해결에 나섰다.

교황은 12년의 재임 기간 성직자 성 학대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왔지만, 그 성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고 로이터 통신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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