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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유학생 살인사건' 녹스, 재심도 명예훼손 유죄
기사 작성일 : 2025-01-24 06:01:00

2024년 6월 이탈리아 피렌체 법원으로 향하는 어맨다 녹스


[AF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로마=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에서 2007년 벌어진 룸메이트 살인 사건에 연루된 미국인 여성 어맨다 녹스(37)가 유일하게 유죄로 남아 있는 명예훼손 혐의를 끝내 벗지 못했다.

AP, 안사(ANSA) 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대법원에 해당하는 최고법원은 23일(현지시간) 녹스가 무고한 남성을 살인범으로 잘못 지목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부당하게 살인범으로 고발된 패트릭 루뭄바는 판결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그는 "어맨다는 잘못을 저질렀다. 이 판결은 그녀가 남은 삶을 살아가면서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녹스는 이날 최고법원 판결을 앞두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나는 거짓말쟁이가 아니고, 중상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법원 판단은 바뀌지 않았다.

녹스는 미국 시애틀 태생으로 2007년 11월 이탈리아 중부의 페루자에서 교환학생으로 유학 중, 아파트에 같이 거주하던 영국인 여성 메러디스 커쳐(당시 21세)를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다.

남자친구인 라파엘 솔레시토와 함께 살인 혐의로 기소된 녹스는 2009년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2년 뒤 항소심에선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가 선고돼 석방됐다. 이후 2015년 최고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고서 완전히 혐의를 벗었다.


어맨다 녹스가 사건 초기 살인범으로 지목한 패트릭 루뭄바


[로이터 . 재판매 및 DB 금지]

녹스는 살인 사건 재판과는 별개로 명예훼손 재판도 받았다.

그는 2007년 사건 초기 경찰 조사 과정에서 자신이 아르바이트했던 페루자의 술집 주인인 콩고 이민자 출신의 루뭄바를 살인범으로 지목했지만 이후 이는 경찰의 강요에 따른 것이었다고 말을 바꿨다.

루뭄바는 2주 동안 수감됐다가 알리바이를 증명하고 풀려났다. 루뭄바는 이후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최고법원에서도 유죄가 인정돼 녹스는 징역 3년 형을 선고받았다.

녹스 측은 유럽인권재판소(ECHR)에 제소했다. ECHR는 녹스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경찰이 녹스를 심문하는 과정에서 변호사 없이 장시간 압박하며 적절한 통역을 제공하지 않은 점을 중대한 인권 침해로 인정했다.

이 판결에 따라 최고법원은 2023년 10월 녹스에 대해 명예훼손 유죄 판결을 파기하고 재심을 명령했다.

이탈리아는 2022년 사법 개혁을 통해 확정판결이 내려진 사건일지라도 인권 침해의 요소가 발견되면 재심을 통해 무고함을 밝힐 수 있도록 했다.

녹스는 자신에게 씌워진 마지막 누명을 벗고자 애썼지만 재심에서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녹스는 살인 혐의로 이미 4년간 복역해 명예훼손 혐의에 따른 3년의 형기는 이미 채운 상태다.

이 사건은 잔혹한 범죄 형태에 더해 녹스의 청순한 미모, 섹스 중독으로 묘사된 선정적인 살해 동기 등이 얽혀 이탈리아와 영국,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2011년 무죄 석방 이후 미국으로 돌아간 녹스는 거액의 회고록 출판 계약을 맺고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일약 유명인으로 떠올랐다.

넷플릭스에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했고, 2021년에는 이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스틸워터'가 국내 개봉됐다.


2008년 당시의 어맨다 녹스


[A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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