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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채식주의자 伊연출가 "오랜 친구처럼 한강과 포옹"
기사 작성일 : 2025-01-25 02:01:00

'채식주의자' 극으로 기획안 이탈리아 연출가, 작가 한강과 포옹


[이탈리아 일간지 라스탐파 지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로마= 신창용 특파원 = 지난해 12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노벨상 시상식에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을 찾아간 특별한 손님이 있었다.

한강의 작품 '채식주의자'를 바탕으로 동명의 연극을 만든 이탈리아의 연출가 겸 배우 다리아 데플로리안은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기 위해 스톡홀름까지 날아갔다.

그는 23일(현지시간) 발행된 이탈리아 일간지 라스탐파와 인터뷰에서 한강과 만남에 대해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 짧지만 강렬한 만남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바쁜 일정에 지쳐 있는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며 "내가 누구인지 소개하자 그녀는 먼저 나를 강렬하게 쳐다보더니 마치 오랜 친구처럼 안아줬다. 상투적인 형식은 필요 없었다"고 기억했다.

데플로리안이 이끄는 이탈리아 극단 인덱스는 연극 채식주의자를 지난해 10월25일 이탈리아 볼로냐 초연을 시작으로 2월2일까지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주요 도시에서 무대에 올린다.

이 연극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전에 기획됐다. 지난해 10월 리허설 도중에 낭보가 전해졌고 그 덕분에 관객층이 넓어졌다. 공연이 미디어의 주목도 받게 됐다고 했다.

그는 "파리 초연 때는 한국 방송국이 취재해 뉴스에 나오기도 했다. 더 많은 사람이 이 연극을 보고, 느끼고,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은 언제나 큰 기쁨"이라며 "다만 창작적인 측면에서 변화를 주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채식주의자가 워낙 복잡하고 다층적인 서사를 지닌 작품이라 극으로 만드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며 그래서 신중한 접근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대화의 어려움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부제에 '한강 소설의 장면들'이라고 명시하기도 했다"며 "이 소설은 끝까지 미스터리로 남으며 각자 다른 방식으로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극의 출발점은 단연코 '몸'이었다. 주인공 영혜가 거의 말을 하지 않는 캐릭터인 만큼 그의 몸이 곧 이야기였다. 영혜를 연기한 배우 모니카 피세두는 몸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깊이 탐구하며 즉흥 연기를 통해 캐릭터를 만들어갔다고 한다.

채식주의자에서 음식은 단순한 식단 이상의 의미가 있다. 영혜가 고기를 거부하는 선택은 단순히 식이 장애나 윤리적 결단으로 해석되지 않는다. 데플로리안은 "세상의 폭력에 대한 반응으로 그녀가 스스로를 사라지게 하려는 선택"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음식에 대한 접근은 영혜의 개인적 고통뿐 아니라 우리가 모두 맞닥뜨린 폭력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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