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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테크도 '별들의 전쟁'…MS·메타·구글 'AI 각축전'
기사 작성일 : 2025-01-25 09:00:33

벳쇼에 차려진 마이크로소프트 전시장

(런던= 고상민 기자 = 전 세계 ICT(정보통신기술) 산업을 쥐락펴락하는 글로벌 공룡 기업들이 에듀테크(교육정보기술) 생태계마저 집어삼킨 모양새다.

지난 22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에듀테크 박람회 '벳쇼'(Bett Show)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메타(페이스북 모기업), 구글 등 글로벌 ICT 기업들의 위세를 다시금 확인한 자리였다.

교육산업에 ICT는 물론 인공지능(AI)마저 들어오면서 최첨단 기술과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이들이 에듀테크 시장에서도 선봉장이 된 것으로 보였다.

실제 이들 기업 대부분은 올해도 벳쇼의 공식 파트너사로 나서며 거금을 후원했고, 전시장 곳곳에 붙은 대형 전광판엔 이들 회사의 로고가 쉴 새 없이 노출됐다.

MS가 최상위급인 '월드와이드 파트너'를 맡은 데 이어 구글과 인텔, 휴렛팩커드(HP), 레노보가 각각 글로벌 파트너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벳쇼에 차려진 메타 전시장

이들의 위세는 주 전시장에 들어설 때부터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관람객이 가장 많이 몰려 소위 '금싸라기 땅'인 각 게이트 앞 부스에는 어김없이 MS, 메타, 구글, 레노보 등이 진을 치고 있었다.

특히 MS와 메타, 구글 부스는 사흘 내내 인파로 가득 찼는데, 이들은 하나같이 AI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교육 혁신에 방점을 찍고 있었다.

MS는 'AI 에듀테크'라는 새판짜기에 골몰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자사와 파트너십을 맺은 협력업체들을 상대로 온종일 강연도 진행했다.

메타는 디지털교육에 가상·증강현실 기술과 AI를 적용한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집중하고 있었다. 바디스왑스(bodyswaps)가 대표적이다.

아울러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도 출품했던 스마트안경을 벳쇼에도 들고나왔다. 우리에겐 선글라스 브랜드로 유명한 라이방(RayBan)과 협업해 만든 것으로, 실제 안경과 똑같이 생겼다. 스피커가 달린 이 안경으로 청각 장애 학생들의 교육 콘텐츠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구글은 '맞춤형 학습'을 위한 교실수업 최적화 설루션을 선보였다. 부스 내에 실제 교실과 똑같은 공간을 만들어 관람객이 '클래스룸 매니지먼트'를 체험하도록 했다.


벳쇼에 차려진 구글 전시장

반면 기기 제조사로 익히 알려진 레노보와 HP, 델(DELL) 등은 MS나 구글과 같은 플랫폼 강자들과의 합종연횡에 애쓰는 분위기였다.

특히 레노보와 델은 칩 제조사인 인텔과 구글의 에듀테크 플랫폼 '구글 포 에듀케이션'과의 삼자 협업체계를 강조했다. 이들과 끈끈한 협력을 통해 에듀테크 생태계에서도 하드웨어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였다.

삼성전자는 '삼성 에듀케이션 설루션'이라는 주제로 적잖은 규모의 부스를 꾸리기는 했지만 '전자칠판'이라 불리는 인터랙티브 화이트보드 시연 외에는 특별히 내세운 게 없었다.


교육부가 꾸린 '벳쇼 한국관'

에듀테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가 간의 경쟁도 치열했다.

축구장 4∼5배 크기의 전시장에는 각 나라들이 저마다 부스를 꾸리고 자국 업체들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었는데, 우리나라를 포함해 모두 10여곳에 달했다.

흥미로운 것은 일본관이나 중국관은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이었다. 실제 아시아 관람객 국적을 봐도 대부분 한국이거나 아니면 중동, 대만, 싱가포르 정도였다.

개별 국가관들을 돌아보니 사우디아라비아가 '오일 머니'를 앞세워 가장 크고 화려한 부스를 차려 주목받고 있었다.

아직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는 물론 개발도상국인 오만과 카자흐스탄도 작지 않은 규모의 부스를 운영해 눈길을 끌었다.

유럽에서는 개최국인 영국을 비롯해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스페인, 노르웨이 등이 참여했다.

한국관에 입점한 업체는 "작년 벳쇼에서는 별도 부스를 차렸는데 이번에는 한국관 입점 업체로 선정됐다"며 "아무래도 국가관에 있으니 외국 바이어들의 관심이나 신뢰도가 더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벳쇼에 차려진 사우디아라비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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