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당 지지율, 국민의 뜻이니 겸허히 수용"
김주형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5.1.23
홍지인 한혜원 기자 = 설 연휴 이후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여야 차기 주자들의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지만, 올해 상반기 조기 대선 가능성에 주목하는 잠룡들이 2월에 접어들면 보폭을 넓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야권에서는 독주 체제를 굳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중도 확장을 꾀하는 가운데 여권의 잠재 주자들도 최근 당 지지율 상승세와 맞물려 행보를 본격화할 움직임이어서 차기 대권 구도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주목된다.
◇ 다자 선호도 조사에서 李 선두…양자에선 李·與주자 대등 결과도
현재까지 다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차기 대권 구도는 이 대표가 선두를 달리고 그 뒤를 여러 여권 주자가 뒤쫓는 모양새다.
한국갤럽이 지난 21∼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무작위 추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응답률 16.4%)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는 이 대표(31%),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11%),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5%), 홍준표 대구시장(4%), 오세훈 서울시장(3%),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2%) 순이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김동연 경기도지사, 유승민 전 의원은 각각 1%로 그 뒤를 이었다.
김문수 장관, 평화시장 노·사 현장 간담회 발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서울 중구 평화시장에서 열린 평화시장 노·사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15 [고용노동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여야 후보가 1대1로 붙는 상황을 가정한 양자 대결에선 우세를 유지한 조사 결과도 있었지만, 대등한 레이스를 펼치는 결과도 잇따라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조선일보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21∼22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6천3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휴대전화 가상번호 전화걸기·응답률 16.6%)에선 이 대표가 37%, 김 장관이 29%로 8%p 앞섰다.
이 대표는 다른 여권 주자들과의 대결에서도 이 대표 37%·오 시장 28%, 이 대표 38%·홍 시장 28%, 이 대표 37%·한 전 대표 23%로 앞섰다.
시사저널이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18∼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6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무선 임의전화걸기를 이용한 ARS 조사·응답률 6.7%)한 결과에선 김 장관이 46.4%, 이 대표가 41.8%로 각각 집계됐다.
홍 시장(43.7%)과 이 대표(43.0%), 오 시장(41.1%)과 이 대표(42.7%), 한 전 대표(34.7%)와 이 대표(42.7%) 등 이 대표와 다른 여권 주자와의 양자 대결 여론조사에서도 큰 격차는 발생하지 않았다.
YTN이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리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22일부터 이틀간 전국 유권자 1천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전날 발표한 양자 대결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무선 100% 전화면접조사·응답률 19.4%)에 따르면 이 대표는 오 시장, 홍 시장과 각각 41% 동률을 기록했다.
다른 여권주자와의 대결 구도에선 이 대표 42%·김 장관 38%, 이 대표 39%·한 전 대표 33%, 이 대표 38%·유 전 의원 29%였다.
여권 내에선 이를 두고 이 대표가 다자구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양자 구도가 되면 여권 주자가 지지층을 결집하며 이 대표와 대등하게 맞대결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대화하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춘천= 홍해인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이 6일 강원도청에서 열린 '8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 참석해 회의 시작 전 대화하고 있다. 2024.11.6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與잠룡들, 다자·양자 경쟁력 두고 각축전…중도 확장 요구도
여권에서는 최근 당 지지율 상승세와 맞물려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잠룡들의 다자·양자 구도의 경쟁력을 두고 각축전이 진행되는 모습이다.
홍 시장과 유 전 의원은 사실상 대권 도전 의지를 피력했고, 오 시장도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잠행 중인 한 전 대표도 내달 중에 행보를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의 경우 아직 대선 출마와 관련해 별다른 언급이나 움직임이 없지만, 현재의 추세가 지속될 경우 조만간 가시적인 행보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여권 안팎의 관측이다.
이에 조기 대선이 확정될 경우 당내 경선 단계에서부터 치열한 각축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다만, 당내에서는 최근 지지율 상승에 대해 '착시 효과'를 경계하면서 강성 보수 세력 결집에 집중하기보다는 중도층으로 외연 확장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26일 "현시점에서 여론조사 결과는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면서도 "대선 후보가 많이 나와 경쟁하면서 흥행으로 이어지면 우리로서는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동하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도훈 기자 =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31일 오전 서울시청 본관 앞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헌화를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2024.12.31 [공동취재]
◇ 이재명 '중도 공략' 시도…비명계는 '李 사법리스크' 예의주시
민주당에서는 친명(친이재명)계가 장악한 당의 권력 구조상 이 대표 외에 뚜렷한 대권 경쟁자가 없지만,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에서도 지지율이 박스권 양상을 보인다는 점이 고민이다.
이에 이 대표는 중도층을 포섭하기 위한 실용주의 행보로 교착 국면을 타개한다는 구상이다.
국무위원 탄핵과 입법 강행 등 강경 일변도 전략에서 벗어나 경제와 외교·안보 이슈에 공을 들이면서 수권 능력을 강조하고 있다.
이 대표는 설 연휴 이후인 다음 달 3일에는 특정 반도체 산업 종사자의 주 52시간 상한제 적용에 예외를 두는 '반도체 특별법'과 관련한 정책 토론회를 주재한다.
다만, 이르면 오는 3월 말로 예상되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2심 결과가 변수로 남아 있다. 1심의 의원직 상실형 같은 결과가 2심에서도 반복될 경우 이 대표가 입을 타격이 작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때마침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잠재적 비명(비이재명)계 주자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당 관계자는 "비명계 인사들이 움직이는 데는 이 대표 2심에서 안 좋은 결과가 나오면 대안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