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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외무 "유럽, 트럼프와 무역전쟁 피하려면 미국산 더 사야"
기사 작성일 : 2025-02-01 03:00:59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외무장관


[EPA . 재판매 및 DB 금지]

(로마=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의 안토니오 타야니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31일(현지시간) 유럽이 미국과 무역 갈등을 피하려면 미국산 제품을 더 많이 사야 한다고 주장했다.

타야니 장관은 이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과 인터뷰에서 2017년 유럽의회 의장 시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났던 경험을 회상하며 "그는 생각보다 훨씬 더 실용적이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월 1일부터 멕시코와 캐나다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자 캐나다가 보복관세를 검토하는 등 '트럼프발 관세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양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타야니 장관은 유럽이 미국과 무역 갈등을 피하려면 미국산 제품을 더 많이 구매함으로써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래를 중시하는 정치인인 만큼 미국산 제품을 더 구매해 선제적으로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 미국과 무역 갈등을 완화하는 현실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의 국방비 지출을 주요 이슈로 삼아온 만큼, 이탈리아의 낮은 국방 예산이 문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폴리티코 유럽판은 지적했다.

트럼프는 나토 회원국들이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최소 2% 이상으로 증액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며, 최근에는 5%까지 늘려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나토 국방비 지출 목표를 3% 이상으로 설정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탈리아는 현재 1.57%에 불과해 나토 내에서도 최하위권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2028년까지 2%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지만, 트럼프가 원하는 수준과는 차이가 크다.

이에 대해 타야니 장관은 "나도 2% 목표에 찬성하지만, 그렇다고 의료 예산을 삭감할 수는 없다"며 "우선 2%를 달성한 뒤에 3%를 논의하자"고 말했다.

이탈리아는 국방비를 증액하기 위해 유럽연합(EU)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타야니 장관은 국방비를 EU 재정준칙(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 3% 이하, 국가채무 비율 60% 이하)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탈리아의 재정적자는 2026년에야 GDP 대비 3%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국가채무는 그때까지도 139%에 이를 전망이다.

이외에도 타야니 장관은 ▲ EU의 코로나19 회복 기금 미사용 자금 활용 ▲ 공동 국방 예산을 위한 EU 공동 채권 발행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탈리아는 국방비 지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지만,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있다. 멜로니 총리는 유럽 지도자 중 유일하게 지난 20일 트럼프 취임식에 초청받았다.

타야니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대화를 나눴다면서 루비오 장관이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트럼프가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를 차지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트럼프가 그린란드를 침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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