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aily

[트럼프 관세전쟁] 멕시코·캐나다 '보복관세' 맞대응 예고…치킨게임 치닫나
기사 작성일 : 2025-02-01 12:00:59

취임 100일 행사에서 연설하는 멕시코 대통령


[A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멕시코시티= 이재림 특파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25% 관세 부과로 '직격탄'을 맞게 된 멕시코와 캐나다가 31일(현지시간) '보복 관세' 맞대응을 예고하면서 북미 대륙 관세전쟁의 전선이 확대될 조짐을 보인다.

국경을 맞댄 이웃을 적으로 돌리며 먼저 방아쇠를 당긴 트럼프 정부의 '도발'에 멕시코와 캐나다가 양보 없는 전면전 태세를 갖추면서 결국 승자 없이 '모두가 손해를 보는' 치킨 게임 같은 양상이 펼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멕시코 포드 공장 전경


[콰티틀란이스카이 로이터=. 재판매 및 DB 금지]

◇ 맷집 세진 멕시코, '트럼프 텃밭' 정밀 조준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정부는 일찌감치 "맞고만 잊지 않겠다"며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면 같은 규모의 대응 관세 부과를 천명했다.

멕시코는 우선 그동안 트럼프 정부가 제 발등 찍기로 끝날 수 있는 어리석은 조처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멕시코산 제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이 중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와중에 멕시코 내에 생산시설을 갖춘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등 자동차 회사를 위시한 미국 기업들에 되레 타격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면서도 멕시코 정부는 "미국에서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면, 우리도 마찬가지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외교부 장관을 지낸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경제부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은 강국이지만, 멕시코가 경제적 약세 국면도 아니다"라며, 물고 물리는 관세 부과 고리가 멕시코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역내 무역 시장에 긴장감을 키웠던 7년 전 상황에 대한 분석 결과라는 게 현지 매체들의 진단이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전 정부는 2018년 5월 31일 트럼프 1기 정부의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 고율 관세 부과에 맞서 미국산 철강류를 넘어 농축산물에까지 대응 관세 대상 품목 범위를 확대한 바 있다.

미 농무부는 이후 보고서에서 '멕시코로의 미국산 농산물 수출이 타격을 입었고, 그 규모는 26억 달러(3조6천억원 상당)에 이른다'고 짚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한 바 있다.

멕시코 정부가 이번에 보복관세 대상으로 겨냥하는 제품을 눈여겨 볼만하다.

에브라르드 장관은 31일 대통령 정례 기자회견에 참석, "미국 소비자는 과일, 채소, 육류, 자동차, 가전 등 상품에서 더 비싼 가격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의 관세는 수많은 미국 가정에 영향을 끼칠 것이며, 전략적 실수로 여겨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현지 일간 엘우니베르살은 "트럼프 및 공화당 지지층이 집중된 러스트 벨트와 농업 지역을 정밀 조준하고 있다"면서 "이는 페냐 니에토 전 정부에서도 먹혔던 전략"이라고 전했다.


멕시코시티 그루포 모델로 맥주 공장에 설치된 코로나 광고판


[멕시코시티 AFP=. 재판매 및 DB 금지]

멕시코의 맷집이 예전보다 세졌다는 점도 무시 못 할 대목이다.

멕시코 경제부 홈페이지 공개 자료를 보면 멕시코는 2023년 기준 4천901억 달러(685조원 상당)어치를 미국에 수출해, 중국을 제치고 대미 수출액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미국으로부터 수입한 상품 규모는 2천554억 달러(357조원 상당)로, 무역흑자 폭이 상당하다.

아직 집계 중인 올해 성적표 역시 낙관적이라고 엘에코노미스타와 엘피난시에로 등 현지 경제전문 매체들은 예상한다.

멕시코는 미국의 공급망 재편에 따른 반사이익과 니어쇼어링(인접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 효과에 힘입어 최근 수년간 명목 국내총생산(GDP)도 한국에 버금갈 정도로 끌어 올렸다.

아울러 멕시코 정부가 글로벌 통상의 거대 축 중 하나인 미국·멕시코·캐나다(USMCA) 협정에 근거해 트럼프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국제 분쟁화할 소지도 있다.

2026년 이행사항 재검토를 앞둔 USMCA에는 역내 생산 시 가치 비중 충족을 통해 미국에 제품을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겨 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이날 "미국의 관세는 USMCA 자유무역협정을 무효로 하는 것"이라며 "멕시코는 차가운 머리로 냉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31일(현지시간) 연설하는 트뤼도 캐나다 총리


[토론토 로이터=. 재판매 및 DB 금지]

◇ '51번째 주' 언급으로 자존심 상한 캐나다도 보복 관세 '만지작'

트럼프로부터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라"는 취지의 굴욕적 언급까지 들었던 캐나다 정부 역시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해 보복 조치를 계획하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지난주 '트럼프 관세'에 대한 대응책과 관련, "모든 것이 테이블 위에 있다"면서 보복 관세를 시사한 데 이어 이날도 "우리가 원한 건 아니었지만, 그(트럼프)가 앞으로 나아간다면 우리도 행동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즉각적이고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역설하며 '배수진'을 쳤다.

트뤼도 총리는 이어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앞으로 며칠, 몇 주 안에 우리나라는 어려운 시기를 맞이할 수 있다"며 국민들에게 향후 정부 결정에 대한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

10개 안팎의 구체적인 보복 관세 부과 품목 리스트를 이미 작성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여기에는 플로리다산 오렌지주스, 켄터키산 버번위스키 등 미국인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상품들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방송 BBC는 전했다.

캐나다 매체들은 관세 대상 상품 액 규모가 370억 달러(54조원 상당)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캐나다 차기 총리 후보인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전 부총리 겸 재무장관 역시 지난 27일 성명에서 "반격은 일대일 맞대응 방식으로 정확하고 고통스럽게 표적을 설정해 이뤄져야 한다"며 강력한 맞대응을 주장했다.

프릴랜드 전 부총리는 나아가 "플로리다 오렌지 재배자, 위스콘신 낙농가, 미시간 식기세척기 제조업체 등"을 주 타깃으로 구체적으로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또 테슬라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도 방안 중 하나로 제시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또 다른 총리 후보 마크 카니 역시 "퀘벡의 대(對)미국 수력 수출 중단"을 보복 카드로 쓸 만한 방안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멕시코-미국-캐나다 국기


[로이터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다만, 캐나다의 경우 복잡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나친 미국 의존도 때문이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캐나다의 지난해 대미 수출은 5천927억 캐나다달러(약 600조원)로, 전체 수출액의 4분의 3 이상을 차지한다"며, 관세와 보복 관세 부과 과정에서 "에너지와 자동차 부문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캐나다 경제학자들은 트럼프의 25% 관세가 캐나다 경제를 경기 침체로 몰고 갈 수 있으며, GDP가 2.6%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산유 지역인 앨버타주의 다니엘 스미스 주지사가 외교적 해법을 선호한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다른 목소리를 내는 등 캐나다 내에서 일사불란한 대응 태세에도 균열이 감지된다.

캐나다 원유 수출 물량의 97%는 미국으로 향한다.

중앙은행인 캐나다 은행은 지난 29일 "캐나다와 다른 국가들이 미국에 대해 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한다고 가정할 경우 캐나다의 경제 성장률은 첫해 2.5%포인트, 이듬해 1.5%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