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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에 복잡해진 韓기업…美생산확대·수출처 전환 쉽지 않아
기사 작성일 : 2025-02-03 12:00:24

김보경 강태우 기자 = 캐나다와 멕시코를 상대로 시작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전쟁 후폭풍이 국내 산업계에 거세게 불고 있다.

캐나다와 멕시코를 대미(對美) 수출기지로 활용했던 국내 기업들은 트럼프 당선 때부터 예고된 관세에 대한 준비를 해왔지만, 막상 관세 카드가 현실화하자 당황해하는 모습이다.

이들 기업은 미국 내 생산 증대, 수출처 다양화, 생산기지 이전 등 다양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비용, 효율성 면에서 제약이 커 이러한 대안들을 당장 추진하기도 어려울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자료사진]

3일 재계에 따르면 캐나다와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갖춘 기업들은 트럼프의 관세 조치가 큰 위협이라고 느끼고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LG에너지솔루션 CEO 김동명 사장은 이날 '지금은 강자의 시간, 호시우보(虎視牛步)의 자세로 준비합시다'라는 메시지를 직원들에게 보내며 격려에 나섰다

김 사장은 "북미의 여러 정책 변화가 예고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위기일 때 진정한 실력이 드러난다.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되 제품 및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갖추는 활동을 우직하고 묵묵히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올해 무척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겠지만, 회사는 투자 유연성을 높이고, 라인 전환 및 효율화 등을 통해 어려운 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캐나다에 스텔란티스와의 합작공장을 짓고 배터리 모듈을 양산 중이다.

삼성전자와 기아, LG전자 등 캐나다와 멕시코에 생산공장을 보유한 기업들도 앞서 준비해온 대책 실행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이들은 미국 현지 생산 강화, 중남미·호주·유럽 등으로의 수출처 전환 등을 고심하고 있다. 미국으로 아예 생산기지를 옮기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 실행을 위해선 추가적 비용이 불가피해 관세 부과와 추가 비용 중 무엇이 효율적인 방안인지 경영진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마련한 기업들은 현지의 싼 인건비가 가장 큰 이득이었던 만큼 이러한 고민은 더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 제조업 임금 평균은 시간당 28.34달러로 멕시코(3.7달러)의 8배에 이른다.

이런 연유로 문혁수 LG이노텍 대표는 최근 간담회에서 "관세를 설사 좀 내더라도 멕시코가 (생산비 등이) 더 싸다"며 "멕시코 생산 시설에서 계속 경쟁력을 만드는 게 지금 해야 할 일"이라고 언급했다.

물론 미국 생산공장의 자동화율이 높다면 현지 인건비 부담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인건비를 줄이고 위해 자동화율을 이른 시일 안에 끌어올리기도 쉽지 않다. 설비 투자나 감가상각 비용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아처럼 수입처를 중남미나 호주 등으로 다양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기업도 있지만 이 또한 전환될 수출처의 판매전략과 맞아떨어져야 해 어려움이 많다.

특히 기아는 지난 1월 멕시코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출된 기아 포르테(K4)가 현지 판매 1위를 기록해 머리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트럼프, 캐나다·멕시코·중국에 고관세 부과 강행


[ 자료사진]

최후의 방안으로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해도 향후 한국에 캐나다, 멕시코와 같은 보편관세 부과 시 문제는 더 커질 수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 내 한국 법인의 전체 매입 중 61.4%는 한국으로부터 조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소재나 부품 10개 중 6개는 한국으로부터 수입돼 미국 현지에서 완제품으로 생산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에서부터 수입된 부품에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 현지 생산도 큰 메리트를 갖지 못한다.

이에 따라 소재와 부품 등을 아예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철강 계열사인 현대제철이 대표적으로, 회사는 미국 현지에 자동차 강판 제품 등을 생산하는 제철소 건설을 검토 중이다.

특히 현대제철은 전기로를 사용해 쇳물을 뽑는데 이를 위해선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 미국 전기요금이 한국의 절반가량임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평가다.

다만 이러한 시설 투자는 단기간 결정되는 것이 아니어서 트럼프 관세정책을 피하기 위해 이러한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는 이미 예고됐던 게 실행되는 것"이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둬야겠지만 미국으로 생산 공장 이전은 기업들의 마지막 카드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산지 이전은 상당한 투자 비용과 시간이 필요해 단기간에 결정하기란 쉽지 않다"며 "특히 관세만 원가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고, 운영비나 인프라, 인건비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덧붙였다.


기아 멕시코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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