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보험료 7월부터 인상
이진욱 기자 = 3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상담센터 모습. 2025.1.31
고미혜 기자 = 국회에서 공전을 거듭하던 국민연금 개혁이 탄핵 정국에서 다시 시동이 걸렸다.
더불어민주당이 2월 중 보험료율(납입하는 돈)과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조정하는 모수개혁안을 먼저 매듭짓자고 하자, 국민의힘은 언제라도 논의하겠다고 화답하면서도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동시에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여야가 이미 보험료율 인상 수준에 대해선 공감대를 형성하고 소득대체율 범위도 어느 정도 좁힌 상황에서 개혁 범위, 논의 기구를 둘러싼 도돌이표 논쟁을 끝내고 연금개혁의 골든타임을 사수할지 주목된다.
◇ 보험료율 9→13% 공감대…소득대체율 42∼45% 접근 시도
3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22대 국회 들어 여야가 발의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국민연금법 개정안들은 보험료율의 경우 현행 9%에서 13%로 인상하는 방향으로 대체로 모인다.
소득대체율은 현행 40%(2028년 기준·올해는 41.5%)부터 정부안인 42%, 21대 국회 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에서 시민들이 택한 50% 범위 사이에서 엇갈린다.
'내는 돈'인 보험료율과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 두 숫자를 변경하는 '모수개혁'은 사실상 연금개혁의 핵심이자, 재정안정론과 소득보장론이 치열하게 맞붙는 지점이기도 하다.
현재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로는 국민연금 기금이 2055년에 소진되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에 방점을 찍는 쪽은 보험료율 인상을 강조하고 있고, 2023년 기준 38.2%에 달하는 노인 빈곤율을 고려할 때 국민연금의 노후 안전판 기능을 중시하는 쪽은 소득대체율 인상이 더 시급하다고 말한다.
연금개혁 관련 브리핑 하는 이기일 차관
최재구 기자 =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연금개혁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9.25
두 진영이 치열하게 맞서고, 무엇보다 당장 보험료율 인상에 대한 국민적 반발이 큰 탓에 연금개혁은 늘 쉽지 않은 과제였다.
그러나 유례없이 빠른 고령화 속에 2008년 이후 번번이 좌절된 연금개혁의 필요성에 사회적 인식이 높아졌고, 보험료율 인상에 대한 저항도 일부 완화된 상황이다.
21대 국회에서도 보험료율 13% 인상에 대해선 여야가 합의를 이뤘다.
소득대체율을 놓고는 아직 이견이 있는데, 21대 국회 막바지엔 국민의힘이 낸 절충안 44%를 민주당이 받아들이며 합의점을 찾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정부와 여당이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결국 처리가 무산됐다.
이번에도 여야가 소득대체율 42∼45% 범위에서의 줄다리기가 예상되는데 이미 44%로 이견을 좁힌 바 있어 합의에 어려움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논의 '형식' 놓고 공방 되풀이…"정치 셈법에 갇혀선 안 돼"
지금 국회 연금개혁 공방에서 합의가 시급한 것은 내용보다 '형식'이다.
민주당의 '2월 내 모수개혁 완료' 제안에 국민의힘은 국회 연금개혁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동시에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조개혁은 단순히 숫자를 바꾸는 게 아니라 연금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개념이다. 기초연금과 퇴직연금, 직역연금, 개인연금까지 다층적 소득보장체계 안에서 제도간 연계를 통해 개혁을 꾀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한민국 '초고령 사회' 진입
서대연 기자 =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원각사 노인무료급식소 앞이 식사를 기다리는 어르신들로 붐비고 있다. 2024.12.24
연금개혁을 어디서 어떻게 논의할지에 대한 여야 공방은 작년 9월 정부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2%, 세대별 차등 인상,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을 담은 개혁안을 내놓은 이후 계속 반복됐다.
국회 복지위에서 처리하자는 민주당과 여야 동수인 연금개혁 특위를 구성해 모수·구조개혁을 동시에 처리하자는 국민의힘이 맞서면서 지금까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는 사이 정부가 연금개혁의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한 2024년을 넘기고, 예기치 못한 탄핵 정국이 펼쳐지면서 개혁 적기도 하염없이 흘려보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금개혁이 여야 주도권 싸움으로 변질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재정안정을 중시하는 석재은 한림대 교수는 "중요한 것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진도를 나가는 것"이라며 "여야의 정치적 셈법에 갇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석 교수는 "개인적으로는 보험료율을 더 빠르게 올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일단 교집합이자 연금개혁의 본질인 보험료율 13% 인상부터 처리하고, 이견이 있는 소득대체율은 구조개혁과 함께 추후 이어가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득보장을 우선시하는 주은선 경기대 교수도 "연금개혁이 정치적 주도권 경쟁의 대상이 돼서 협의 가능성 자체가 닫혀서는 안 된다"고 경계했다.
주 교수는 "개혁 범위를 넓히기보다 국민연금을 연금답게 만드는 게 중요한 개혁 과제"라며 "국민연금이 적정한 수준의 노후보장을 담보하기 위해선 소득대체율이 국민이 동의한 수준(50%)으로 높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