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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은행 자원을 사익 위한 도구로 삼아 부당대출"
기사 작성일 : 2025-02-04 11:00:25

발언하는 이복현 금감원장


이재희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페어몬트앰배서더호텔에서 열린 외국계 금융회사 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1

채새롬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작년 대규모 부당대출 사건이 발생한 우리금융을 포함한 주요 지주·은행의 임직원에 관해 "은행 자원을 본인 등 특정 집단의 사익을 위한 도구로 삼아 부당대출 등 위법행위 및 편법영업을 서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4일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 브리핑' 전 배포한 모두발언문에서 "은행권의 낙후된 지배구조와 대규모 금융사고 등 심각한 내부통제 부실이 재차 확인됐다"며 이처럼 말했다.

금감원은 이날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총 730억원을 포함해 우리·KB국민·농협은행에서 고위 임직원들의 3천145억원 규모 부당대출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검사 결과) 지주회장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가 공고하고 상명하복의 조직문화가 만연해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웠다"며 "이사회는 인수·합병(M&A) 등 중요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는 등 경영진 견제·감시 기능이 제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사는 금융사고를 축소하려 하거나 사고자를 온정주의적으로 조치함으로써 대규모 금융사고가 반복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고 비판했다.

이 원장은 이들 지주·은행 검사에서 공통적으로 건전성과 리스크 관리를 경시하는 조직문화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경영진 등이 단기 고수익·고위험을 추구하도록 유인구조가 설계됨에 따라 건전성 및 리스크 관리 장치가 작동되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또 "지주는 그룹 내 잠재 부실 위험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본연의 역할을 소홀히 해 금융그룹의 위기대응능력(자본비율)이 과대평가됐다"며 "은행 등 자회사가 금지된 브릿지론을 편법 취급하거나 특수목적회사 등을 통해 계열사를 우회 지원하는 등의 여러 부적절한 고위험 추구 행태를 막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이와 관련해서 보도자료에서 우리금융의 보험사 M&A, KB국민은행의 해외 자회사 자금지원과 관련해 리스크관리위원회의 검토, 이사회 보고·논의 등 의사결정 절차가 소홀하게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최근 기업은행에서도 복수의 직원이 연루된 대형 부당대출 금융사고가 발생하는 등 부실한 내부통제와 불건전한 조직문화는 특정 금융회사나 소수 임직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은행권, 금융권 전반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짚었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구현, 건전성·리스크 관리 강화, 자율쇄신을 통한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세부방안을 마련해 추진할 계획이다.

이 원장은 "이를 통해 금융회사가 단기 성과주의를 지양하고, 지배구조 선진화, 건전성·리스크관리 중심 영업 및 엄정한 조직문화 확립 등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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