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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미국에 거리두나…OPEC 산유량 감시단에서 EIA 제외
기사 작성일 : 2025-02-04 12:01:0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로이터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장재은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ECD)가 회원국 석유 생산량을 감시하는 기구에서 미국에너지정보청(EIA)을 제외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OPEC은 산유량 감시단을 8개 기업으로 재편성하면서 기존에 있던 EIA와 컨설팅업체 라이스타드를 빼고 케이플러, 오일엑스, ESAI를 추가했다.

EIA는 미국 연방 에너지부가 소유한 기구이지만 재량권을 갖고 별도로 운영된다.

산유량 감시단은 석유공급 담합을 위해 결성된 OPEC에서 12개 회원국이 증산과 감산과 관련해 합의를 이행하는지 독립적으로 측정한다.

EIA를 배제한 이번 결정에는 OPEC 운영에 지배적 영향을 미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의견이 반영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다만 사우디아라비아가 EIA를 배제한 구체적 원인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OPEC의 한 전직 직원은 "OPEC이 아마도 이제 EIA를 미국 정부기관으로 간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단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가 배경으로 주목받는다.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실세인 사우디아라비아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산유량을 두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가상승 우려 때문에 자국 셰일오일 업체나 OPEC에 증산을 압박하지만 여의치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아라비아가 글로벌 추가공급을 도울 의향이 없다는 점을 밝혔고 이는 트럼프 측에도 전달됐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도 석유에는 훨씬 낮은 10%를 부과할 정도로 인플레이션을 경계한다.

물가상승세가 꺾이면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낮출 토대가 마련될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게 대놓고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OPEC 증산에 따라 국제유가가 떨어지면 트럼프 행정부에는 적대적 국가인 러시아, 이란의 자금줄을 견제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에는 이란의 석유 수출을 제재한 뒤 감소하는 공급량을 상쇄하기 위해 OPEC에 증산을 요구한 바 있다.

그는 지난달 세계경제포럼 연설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OPEC에 유가를 낮추라고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젠가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할 계획이며 무함마드 왕세자에게 직접 증산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했다.

사우디아라비아로서는 원유 생산량을 조절하라는 요구가 달갑지 않은 게 사실이다.

조 바이든 전임 대통령은 물가상승 억제, 대러시아 제재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증산을 요구했으나 무함마드 왕세자는 외면으로 일관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 의존도를 낮춘 차세대 산업 구축을 위해 원유 수출로 확보할 재정에 대한 개별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우디아라비아는 OPEC의 확장 협의체 OPEC 플러스의 주축인 러시아와 각별한 제휴 관계를 이어가고 있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회원국 산유량을 감시한 단체를 재편성 것은 2022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사우디아라비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에 있는 국제에너지기구(IEA)를 감시단에서 퇴출했다.

FT는 사우디아라비아와 IEA의 관계가 화석연료에서 청정에너지로 전환해가는 문제를 두고 심각하게 악화한 상태였다는 점을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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