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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무역전쟁 다음 타깃은 "미국 학대" 유럽
기사 작성일 : 2025-02-04 12:01:0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황정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에 이어 무역 전쟁의 다음 타깃으로 유럽연합(EU)을 겨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EU에 대해 "(미국이) 3천500억달러 (무역)적자다. 그래서 분명히 무엇인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EU에 대한 관세 부과 시점을 묻는 말에 "시간표가 있다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그것은 매우 곧(pretty soon)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3일에도 자동차와 농산물의 무역적자를 불평하며 "EU가 미국을 학대해왔으며 그렇게 할 수 없다"고도 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3일 "트럼프 대통령의 EU에 대한 관세 부과 위협은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들에 가장 가혹한 처벌을 지시하는 패턴의 일부"라고 평가했다.

유럽 싱크탱크 유럽 외교협의회(ECFR)의 아가트 드마레 선임 연구원은 미국이 중국과 더불어 멕시코, 캐나다, EU 등을 상대로 무역적자를 내는 게 EU에 대한 관세 부과 위협의 이유 중 하나라며 "트럼프는 무역적자에 집착하고 있다. 빠른 승리를 얻을 곳에서 시작하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왼쪽)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로이터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은 EU의 최대 수출국이다. EU 전체 수출의 거의 20%를 차지한다. 2023년 기준으로 EU는 미국과의 상품 교역에서 1천600억달러(약 233조원) 흑자를, 서비스 교역에서 1억1천만달러(약 1천6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EU의 무역 관행을 "학대"라고 규정하지만, 사실 미국과 EU가 상대에 부과한 관세는 매우 비슷하다고 짚었다.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경제학자 킴벌리 클라우싱은 "미국과 EU 간 보호무역주의 패턴은 매우 균등하며 미국이 이용당하고 있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 이 주장은 정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EU가 미국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평균 3.5%이고 미국이 유럽산 수입품에 적용하는 관세율도 똑같이 3.5%다.

다만 자동차와 같은 일부 품목에선 불균형이 더 크다. EU의 관세율은 10%, 미국은 2.5%다. 식품과 음료도 EU 관세율이 평균 3.5%로, 미국 관세율보다 높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위협에 유럽 정상들 사이에선 단호한 어조의 목소리가 나온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만약 우리가 무역 측면에서 공격당한다면, 유럽은 진정한 강대국으로서 스스로 일어서 대응해야 한다"며 "코로나19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 유럽에 경종을 울린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인해 EU는 더 단합하게 됐다"고 말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EU는 강력하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면서 "이것이 미국에 전달해야 하는 우리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편입 의사를 노골화한 그린란드를 자치령으로 둔 덴마크의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는 "동맹국과의 싸움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미국이 EU에 관세를 부과하면 집단적이고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EU 상반기 순회 의장국인 폴란드의 도날트 투스크 총리도 "우리는 완전히 불필요하고 어리석은 관세 전쟁이나 무역 전쟁을 피하기 위해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U 비공식 정상회의


[EU 이사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유럽 경제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독일산업연맹(BDI) 볼프강 니더마르크 이사는 "독일 산업은 멕시코와 캐나다의 공장에서 미국 시장에 공급하기 때문에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다. 자동차산업과 공급망이 다른 영역보다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BMW, 폴크스바겐, 아우디 등 자동차업체들을 포함해 멕시코에 생산 기지 등을 둔 독일 기업 2천100곳 중 다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 때인 2018년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을 서명한 이후에 공장 건설 지역으로 멕시코를 선택했다.

지난해 독일 자동차업체들이 미국에서 판매한 차량 130만대 중 4분의 1이 멕시코에서 생산됐다. 자동차 공급망 회사들도 멕시코에 연구 시설과 생산 공장을 두고 있다.

스위스 프로그노스 연구소의 경제학자들은 독일의 일자리 120만개가 미국 수출에 의존하는 가운데 EU에 대한 관세가 부과되면 최대 30만개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추정을 내놨다.

유럽의 고급 산업도 관세 부과의 타격이 예상되는 영역이다.

2019년 미국은 루이뷔통과 구찌 등 브랜드의 가죽 핸드백과 더불어 프랑스 와인과 이탈리아 치즈에도 25% 관세를 부과했다.

세계 최대 명품 그룹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지난달 28일 그룹의 전년도 실적 발표 자리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과 비교하며 프랑스 정부의 대기업 과세 움직임을 비판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낙관주의의 바람을 목격했는데, 프랑스에 돌아오니 찬 바람이 불고 있다"며 "미국에서는 법인세가 15%로 내려가고 있고, 여러 주에서 공장을 지원하고 있으며 대통령(트럼프)도 이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르노 회장은 개인적인 친분을 유지해온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취임식의 귀빈석에 초대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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