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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무역항
[EPA 자료사진]
차병섭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전쟁의 포문을 열어젖히면서 가뜩이나 재점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전세계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재발을 우려하는 응답자가 지난해 11월 조사 당시 9%에서 12월 16%, 지난달 27%로 늘어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모든 수입품에 대한 보편관세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취임 후 이달 1일 캐나다·멕시코·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했다가 일단 중국에 대해서만 시행에 들어간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에도 관세를 예고한 상태며 상대국들이 대응에 나서면 관세전쟁이 번질 가능성이 있다.
ING의 카르스텐 브제스키는 "관세전쟁은 인플레이션 요인이며, 이론의 여지가 없다"면서 "현재로서는 인플레이션이 영구적으로 낮게 유지될 것으로 볼 이유가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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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로이터 자료사진]
문제는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코로나19 이후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인상했다가 다시 인하 국면에 들어갔지만, 최근 들어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10월 "인플레이션을 상대로 한 글로벌 전쟁은 대체로 승리했다"고 평가했지만, 지난달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는 공개적으로 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미국의 경우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지난해 12월까지 3개월 연속 올랐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해 9월부터 3차례 연속 이어온 기준금리 인하 행진을 멈추고 지난달 4.25∼4.50%로 금리 동결을 택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인) 관세·이민·재정정책, 규제와 관련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직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구체적인 정책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연준 인사들의 금리 인하 신중론도 잇따르고 있다.
시장에서도 올해 기준금리 인하 기대 폭을 조정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3월 금리 인하 기대를 거둬들였으며, 마이클 가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관세 불확실성이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허들을 높인다"고 평가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경우 CPI 상승률이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유럽중앙은행(ECB)의 필립 레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국제무역상의 마찰로 인플레이션 전망이 흐려질 수 있다면서 새로운 물가 상방 위험이 나타날 수 있다고 5일 말했고, 유럽 내에서는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남미에서는 지난해 긴축적 통화정책에 들어간 브라질 중앙은행이 향후 6개월간 인플레이션이 용인 가능한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물가가 대체로 목표 범위 안에 들어온 상태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의 경우 지난 5일 발표된 1월 CPI 상승률이 2.2%를 기록, 3개월 연속 오르며 5개월 만에 2%대로 복귀했다.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물가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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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달러 지폐
[로이터 자료사진]
이런 가운데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은 6일 CPI에 대한 위험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면서 "대중은 장기간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완만히 하회하는 것보다 단기간이더라도 인플레이션이 높은 데 대해 더 분개하는 게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역 분야를 비롯한 정책 불확실성이 중앙은행들의 정책 결정에 어려움을 주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관세는 물가를 상승시킬 뿐만 아니라 성장도 저해할 가능성이 크며, BIS는 최근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