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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CG)
[TV 제공]
(울산= 장지현 기자 = "바로 옆에서 애를 그렇게 때리는데도 말리지도 않더라고요."
울산의 한 중증장애인 거주 시설 A재활원에 8년간 자녀를 맡겼다는 강모(62)씨는 7일 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설립 37년 된 A재활원은 연간 70억원에 가까운 보조금을 지원받는 울산 최대 장애인 거주 시설이다.
이 시설에서 생활보조원 80여 명이 중증 지적장애인 185명을 24시간 돌본다. 최근 이 시설에서는 다수의 생활지도원이 입소자들을 상습 폭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현재까지 확인된 가해자만 20명, 피해자는 29명이다.
피해자 중 한 명인 강씨의 아들 황모(27)씨는 한 달간 3명의 생활지도원에게 40여 차례 폭행당했다.
강씨가 열람한 작년 10~11월 CCTV 영상 속에는 아들이 생활지도원, 이른바 '선생님'들에게 여러 차례 머리와 얼굴 부위를 맞거나 발로 차이는 모습이 담겼다.
장애로 인해 기어서 이동해야 하는 황씨가 생활지도원의 지시대로 얼른 이동하지 못하자 손으로 뺨을 내려치거나, 멱살을 잡고 질질 끌어 데려가는 식이었다.
강씨는 "보행기를 잡고 일어서는 연습을 부탁드렸었는데, 보행기로 얼른 가지 못한다고 몸이 불편해 못 움직이는 아이의 뺨을 때리더라"며 "손톱을 깎거나 용변처리를 한다고 방이나 화장실로 부르고는 곧장 가지 못하니 질질 끌리고 발로 차였다"고 설명했다.
일부 생활지도원은 폭행하는 모습을 보고도 묵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는 "애를 그렇게 때리는데 옆에 있던 다른 선생님은 아무런 제재도 하지 않더라"며 "밝던 아이가 어느 순간부터 어두워져서 시설 측에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봤지만 '아무런 일도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고 울분을 토했다.
보호자가 모르는 사이 얼마나 이어졌을지 모를 학대에 시달린 피해자들은 극심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길었던 이번 설 연휴를 집에서 보내고 A재활원으로 돌아가는 차에 오른 황씨는 재활원과 가까워질수록 점차 조용해졌다.
이 모습을 본 모친의 요청으로 황씨는 이달 초부터 학대 피해 장애인을 위한 쉼터에 머무르고 있다.
피해자를 위해 지금 가장 필요한 건 '치료'와 '편히 쉴 공간'이라고 강씨는 호소했다.
강씨는 "장애로 인해 몸이 불편할 뿐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인데 왜 정부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이런 일을 당해야 하냐. 우리 아이가 짐승이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폭행 피해자뿐 아니라 이를 목격한 아이들에게도 치료를 제공해야 한다. 무엇보다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경찰은 A재활원 내부 폐쇄회로(CC)TV 전수 분석 결과를 토대로 가해자로 지목된 생활지도원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재활원 측은 폭행 가담자 중 퇴사자 2명을 제외한 18명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어 3명을 해고하고, 15명을 직무에서 배제했다.
울산시와 북구는 시설장 교체, 시설 폐쇄 등의 행정처분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놓고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지도·감독 의무가 있는 지자체의 감독 부실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북구청은 매년 두 차례 이 시설을 정기 점검하지만, 그간 점검에선 학대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다.
북구 관계자는 "정기 점검은 미리 공지하고 진행하는 것인 만큼 은밀하게 이뤄지는 학대 행위를 적발하기란 쉽지 않다"며 "직전에 진행한 점검에서는 별다른 인권침해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울산장애인부모회는 성명을 통해 "지도·감독 책임이 있는 울산시의 미온적이고 안일한 행정이 장애인 거주시설 인권침해를 방치해온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시는 학대 피해자에 대한 긴급 보호조치를 즉각 실시하고 피해 회복을 위한 모든 지원방안을 마련하라"며 지도·감독 소홀 여부 규명, 가해자 엄벌 등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