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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패한 한국 컬링 믹스더블
(하얼빈= 박동주 기자 = 8일 중국 하얼빈 핑팡 컬링 아레나에서 열린 컬링 믹스더블 결승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패한 한국 김경애-성지훈이 아쉬워하고 있다. 2025.2.8
(하얼빈= 설하은 기자 =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열린 컬링 믹스더블 종목에서 8일 귀중한 은메달을 획득한 김경애(30·강릉시청)-성지훈(27·강원도청) 조는 사실 믹스더블에선 '초짜'다.
'팀킴'으로 명성을 크게 얻은 강릉시청(스킵 김은정, 서드 김경애, 세컨드 김초희, 리드 김선영)에서 시원시원한 테이크아웃 샷으로 2018 평창 올림픽 은메달에 앞장섰던 김경애지만, 믹스더블은 처음이다.
'팀킴' 동료들과 여자 4인조에서만 활동해왔다.
과거 경북체육회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성지훈의 제안으로 믹스더블 조를 결성했다.
김경애의 '본체'인 강릉시청은 이번 시즌 대표 선발전에서 경기도청에 밀려 탈락했지만, 김경애는 믹스더블로 자신의 두 번째 아시안게임에 나섰다.
지난 2017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 여자 4인조 은메달을 획득했던 김경애는 이번 대회에서 두 번째 아시안게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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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빛 투구
(하얼빈= 박동주 기자 = 8일 중국 하얼빈 핑팡 컬링 아레나에서 열린 컬링 믹스더블 결승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한국 김경애가 투구하고 있다. 2025.2.8
충북 청주가 고향인 성지훈은 중학교 1학년 때 교실 벽에 붙은 컬링부 모집 공고를 보고 '급식비 면제' 혜택에 스톤과 브룸을 잡았다.
2017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성지훈은 고등학교 졸업 후 경북체육회에 입단해 실업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그간 큰 빛을 보지는 못했으나 자신의 첫 아시안게임 무대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노력의 결실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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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애-성지훈, 합심해서
(하얼빈= 박동주 기자 = 8일 중국 하얼빈 핑팡 컬링 아레나에서 열린 컬링 믹스더블 결승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한국 김경애-성지훈이 경기를 펼치고 있다. 2025.2.8
김경애와 성지훈은 워낙 절친한 누나-동생 사이다.
김경애의 신혼집에 성지훈이 자주 놀러 가기도 한다.
김경애의 남편 역시 성지훈과 워낙 친해, '성지훈과 함께 믹스더블을 하게 돼 정말 좋다'고 할 정도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경기력을 빠르게 끌어올린 둘은 지난해 열린 2024-2025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우승해 태극마크를 달았다.
지난해 10월 출전한 첫 국제대회에선 3위에 올랐다.
쟁쟁한 믹스더블 전문 선수들이 출전한 대회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셈이다.
김경애는 '성지훈만 100% 믿는다'고 했다.
과거 믹스더블 국가대표도 지냈던 '경력자' 성지훈에게 믹스더블 특유의 경기 전략 등을 배운다고 했다.
게다가 믹스더블 종목 특성상 스위핑을 전담하는 남자 선수의 체력 소모가 훨씬 심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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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치는 김경애
(하얼빈= 박동주 기자 = 8일 중국 하얼빈 핑팡 컬링 아레나에서 열린 컬링 믹스더블 결승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한국 김경애가 스위핑을 지시하고 있다. 2025.2.8
믹스더블 조를 결성하자고 제안한 성지훈은 김경애의 '카리스마'를 믿었다.
성지훈에게 김경애는 일상에서는 '유쾌한 누나'지만, 경기장 내에서는 '단호한 스킵'이다.
성지훈은 "경기 중엔 해야 할 걸 바로바로 정해서 단호하게 결정하고, 깔끔한 샷으로 마무리해줘서 든든하다. 정말 카리스마가 있다"고 말했다.
큰 대회를 많이 치러본 김경애의 경험과 테이크아웃, 드로 등 뛰어난 실력, 쉽게 흥분하지 않는 멘털까지. 모든 면에서 배울 점도 많았다고 한다.
팀킴의 서드에서 믹스더블의 스킵으로 변신한 김경애는 날카로운 판단력과 카리스마로 매 경기를 이끌었다.
투구마다 상황에 맞는 가장 적절한 전략을 선택했다.
자신들이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샷을 아는 만큼 확신을 갖고 밀고 나갔다.
또 김경애는 계속되는 스위핑에 성지훈이 지치려고 할 때마다 '밀어!', '와야돼!'라고 목청껏 소리를 지르며 끝까지 스위핑을 독려했다.
매번 신들린 듯한 샷도 선보였다.
대회 초반 2, 3, 4번 스톤을 던지는 성지훈의 샷이 부정확해 위기에 빠질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김경애는 완벽한 마지막 투구로 경기 흐름을 단번에 바꿔 놓았다.
특히 중국과의 준결승전에서 상대의 파워 플레이 상황에서 대량 실점 위기에 빠졌지만, 상대의 1번 스톤에 바짝 붙이는 절묘한 프리즈 샷으로 순식간에 우위를 점했고, 모험에 실패한 중국을 상대로 1점을 스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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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핑하는 성지훈
(하얼빈= 박동주 기자 = 8일 중국 하얼빈 핑팡 컬링 아레나에서 열린 컬링 믹스더블 결승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한국 성지훈이 스위핑하고 있다. 2025.2.8
성지훈은 혼신의 힘을 다한 '굿 스위퍼'였다.
경기장은 빙질 유지를 위해 온도를 낮게 설정한다. 모든 스위핑을 전담한 성지훈의 머리카락은 매 경기가 끝나면 땀방울에 젖어 있었다.
컬링은 샷을 던지는 선수와 스위핑을 하는 선수의 호흡이 합쳐져 '샷 하나'가 만들어진다.
최초에 스톤을 놓는 힘과 라인도 중요하지만, 스톤이 나아가는 과정에서 스위핑으로 언제든 거리를 늘릴 수도, 휘어지는 방향을 정교하게 조절할 수도 있다.
김경애가 목청껏 지르는 '밀어!'에, 성지훈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스위핑을 했고, 임명섭 믹스더블 대표팀 감독도 '굿 스위핑'이라며 엄지를 치켜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