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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면 소주 마시자더니…" 제22서경호 유족·지기 '오열'
기사 작성일 : 2025-02-09 17:01:13

눈물 흘리는 서경호 침몰 사고 유가족


(여수= 정다움 기자 = 9일 오후 전남 여수시 한 장례식장에서 22서경호 침몰 사고 희생자들의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5.2.9

(여수= 정다움 기자 = "출항 전날 '물고기 많이 잡아 오면 또 소주 한잔하자'며 헤어지던 모습이 아직도 눈가에 선한데…."

9일 오후 전남 여수시 한 장례식장에서 만난 제22서경호 침몰 사고 사망자 A씨의 동네 지기 B씨는 황망한 소식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주먹으로 가슴팍을 내리쳤다.

B씨는 "인정이 많아 주위 사람들 잘 챙기던 친구인데, 안타까워 어쩌냐"며 서글프게 울었다.

울음소리는 또 다른 가족의 오열에 묻혀갔다.

제22서경호 출항 전날인 지난 7일 B씨는 부산에서 열린 지인들과 모임에 참석해 오랜만에 A씨를 봤다며 그를 여전히 넉살 좋은 사람으로 기억했다.

일터가 있는 부산에서 연을 맺었지만, 고향이 경남 남해로 같다는 사실을 안 뒤로부터 죽마고우처럼 지냈다고 했다.

추위를 많이 타 최근에는 찜질방에 함께 가 몸을 녹이며 시간을 보냈고, 출항 전에는 고기를 먹어야 힘을 낼 수 있다며 삼겹살을 나눠 먹곤 했다.

눈물에 젖은 휴지를 매만지던 B씨는 "배에 올라타면 얼굴을 오래 못 보니 정기 모임으로 소식을 주고받았다"며 "부산으로 돌아오면 또 소주 마시자는 들뜬 목소리, 웃는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고 울먹였다.

장례식장 한편에서는 병원으로 수습된 시신의 신원 확인을 마친 유가족 30여명이 남은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 오전 사고 소식을 접해 대부분 부산 등지에서 출발해 모였고, 놀란 가슴을 진정하거나 가족 잃은 슬픔을 나누고 있다.

아버지를 떠나보낸 한 딸은 "설에 통화한 게 아버지와의 마지막이었다"며 "이럴 줄 알았으면 아버지께 잘해드릴걸"이라며 통곡했다.

선장·기관장·조리장 등 총 14명이 올라탄 제22서경호는 이날 오전 1시 41분께 여수시 하백도 약 17㎞ 해상에서 연락이 두절됐다.

해경은 사고 해역에서 8명을 구조했으나 4명이 사망했으며 다른 4명은 육지로 이송돼 병원 치료를 받거나 해경에서 사고 경위 조사를 받고 있다.

해경은 경비함정 등을 투입해 나머지 실종자 6명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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