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차병섭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무차별 관세를 매기겠다고 한 것은 자국 생산 확대를 노린 것이지만, 추후 협상 여지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1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품목 가운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카드를 먼저 들고나온 것과 관련해 이같이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당시인 2018년 중국의 부상 속에 미국 철강·알루미늄 산업이 수십년간 쇠퇴했다고 보고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각각 25%, 10%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관세를 통해 국내 생산량을 늘리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지난해에도 500억 달러(약 72조6천억원) 상당의 철강·알루미늄을 외국에서 수입하면서 관련 업계와 노동조합은 여전히 수입품과의 경쟁으로 고전하고 있다고 호소해왔다.

지난해 미국의 철강 생산량은 트럼프 집권 1기 첫해인 2017년보다 오히려 1% 줄어들었고, 같은 기간 알루미늄 생산은 10% 가까이 감소했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중국산의 공세로 전 세계적으로 무역 마찰도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관세의 실질적인 타깃은 중국이라면서, 과잉 생산된 중국 제품이 세계로 수출되고 제3국을 거쳐 미국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모건스탠리가 집계한 2023년 자료를 보면 미국 내 원자재 수요에서 순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알루미늄이 82%에 이른다. 철강은 17% 정도였다.

지난해 국가별 수입 규모를 집계한 미 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 철강(제강재료·제강제품·철 포함)을 가장 많이 수출한 국가는 캐나다(112억 달러·약 16조 2천억원)였다. 멕시코·브라질·중국·대만이 뒤를 이었고 한국은 32억 달러(약 4조6천억원)로 6위였다.

알루미늄 역시 캐나다가 95억 달러(약 13조8천억원)로 1위였고, 한국은 6억4천370만 달러(약 9천352억원)를 기록해 아랍에미리트(UAE)·멕시코에 이어 4위였다.

[EPA ]

다만 블룸버그는 집권 1기 때와 재집권 후의 행보를 보면 여전히 협상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2018년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했을 때 캐나다·멕시코·한국 등 주요 수출국들은 예외를 인정받았다. 일례로 한국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대미 수출에서 263만t까지는 무(無)관세를 적용받아왔다.

또 이달 1일 트럼프 대통령은 4일부터 캐나다·멕시코에 25% 전면 관세 부과 방침을 밝혔지만, 막판에 한 달 유예를 결정하기도 했다.

미국 내 철강·알루미늄 생산 감소는 인건비·에너지 요금 등 비용 상승에 따른 것이며 캐나다가 저렴한 수력 발전을 이용해 미국에 알루미늄을 공급해온 만큼, 관세 부과 시 인플레이션으로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