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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박했던 계엄의 밤…국무위원 "큰일났다"·비서실장 '망연자실'
기사 작성일 : 2025-02-11 21:00:02

이상민 전 장관, 윤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 증인 출석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5.2.11 [헌법재판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권희원 황윤기 임지우 이민영 기자 =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이 증인으로 나온 11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서는 급박했던 계엄 상황을 유추할 수 있는 증언이 쏟아졌다.

이 전 장관은 선포 당일인 지난해 12월 3일 오전 7시30분께 국무회의 조찬간담회에 참석했다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윤 대통령이 저녁 9시쯤 대통령실로 들어오라고 한다'는 말을 전달받았다. 그는 대통령에게 확인하거나 이유를 묻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함께 김장 행사 참석을 위해 울산으로 내려갔던 이 전 장관은 호출에 대해 송 장관에게도 "이야기할 시간이 없었다"고 했다. 행사 뒤 만찬에 참석하지 않고 예매한 항공편 대신 KTX를 이용해 급히 서울로 왔다.

이 전 장관은 KTX 안에서 김 전 장관과 '보안폰'(비화폰)으로 통화했다.

김 전 장관이 비화폰으로 전화를 걸어달라고 해서 수행비서가 가진 보안폰으로 오후 6시11분께 전화를 걸었더니 '언제쯤 서울에 도착하냐'고 물어 '서울역에 8시 조금 넘어 도착한다'고 했다. 7시40분께 김 전 장관이 다시 전화를 걸어 '도착하는대로 용산으로 들어오라'고 말했다고 한다.

오후 8시40분께 대통령실에 도착하니 김 전 장관과 박성제 법무부 장관이 있었고, 뒤이어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영호 통일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조태용 국정원장 등도 도착해 총 7명이 집무실에 모였다.

이때 한 총리와 이 전 장관 등은 비상계엄을 선포하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대통령을 만류하려 했으나 뜻을 굽히지 않았다는 게 이 전 장관 설명이다.

이어 누군가 국무회의를 해야한다고 얘기했고, 오후 10시 발표시간이 다가오자 윤 대통령이 국무위원이 모인 대접견실 쪽으로 와서 '국무위원 다 모였냐'고 했는데 의사정족수가 안된 걸 알고 돌아갔고 이후 11명이 채워진 후 대통령이 정장을 갖추고 다시 들어와 대접견실 중앙에 앉았다.

국회 대리인단이 "오후 9시 이전에 오라고 한 7명은 윤 대통령이 개별적으로 직접 전화해 부른 사람들이라고 한다"고 말하자 이 전 장관은 "몰랐다"고 답했다. '(다른 참석자는) 윤 대통령이나 김 전 장관의 연락에 대한 언급이 없었냐'는 질문에는 "없었다"고 했다.

한편,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선포 직전 국무회의가 열린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대통령실 내 별도 대기 공간에 머무르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당일 공관에 머무르다 오후 9시19분께 보좌관으로부터 윤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회의를 소집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통령실로 출발했다.

오후 10시1분께 도착해 5층 대기실로 안내됐는데, 그 곳에는 김태효 안보실 1차장, 이도운 홍보수석, 김주현 민정수석, 홍철호 정무수석 등이 있었다.


증인 출석하는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한종찬 기자 =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7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5.2.11

신 실장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 대통령 집무실로 가보자는 누군가의 말을 듣고 향했는데, 그 곳에 "정진석 비서실장 혼자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고 말했다.

무슨 일이냐고 묻자 정 실장이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위해 대접견실에서 국무회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고, 그때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마친 뒤 복도로 나왔다.

이에 정 실장은 "대통령님 그것은 절대 안 됩니다"고 만류했고, 신 실장도 '무슨 비상계엄입니까'라는 취지로 말하며 반대했다.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하러 간 뒤 대접견실로 내려가자 한 총리와 조 장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등이 있었고, 신 실장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자 이들은 다른 말은 없이 "큰일났다"고만 했다.

이후 신 실장은 안보실 산하 위기관리센터장에게 전화해 북한 접경에서 도발 징후가 있는지 확인하기도 했다.

국회에 계엄군이 출동한 것을 안 뒤에는 김명수 합참의장에게 전화해 '국회에서 충돌이 나면 큰일 나는데, 계엄군과 연락해 막을 방법이 없냐'고 물었으나 계엄군 지휘권이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신 실장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이후 상황도 상세히 진술했다.

그는 12월 4일 오전 1시20분께 대통령 부속실로부터 '대통령이 합참 전투통제실로 이동하는데, 인성환 안보실 2차장과 최병옥 국방비서관이 수행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런데 1시31분께 인 차장은 신 실장에게 전화해 "대통령이 결심지원실에 와 있는데, 여기 오래 있는 게 적절치 않으니 정 실장과 함께 빨리 와서 모시고 가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신 실장은 정 실장과 함께 결심실로 갔고, 그 곳에서 윤 대통령이 자리에 앉아 큰 책자를 보고 있는 모습을 봤다고 한다. 그는 윤 대통령이 책자를 보며 '의안'을 언급해 국회 관련 법령을 보는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결심실 도착 당시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세 명만 있었다고 진술했다.

신 실장은 서둘러 병력을 철수해야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합참에 오래 머물 경우 오해를 살 수 있다고 판단해 정 실장과 함께 오전 1시55분께 윤 대통령을 집무실로 데리고 왔다.

신 실장은 이 곳에서 정 실장이 "빨리 해결하시죠"라고 하자 윤 대통령이 "그럽시다"라며 바로 승인했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제2계엄'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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